쉬어가는 亭子

'픽업(Pickup) 아티스트'들이 대학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은다는데

yellowday 2013. 6. 21. 09:31

입력 : 2013.06.21 03:04


	[클릭! 취재 인사이드] '픽업(Pickup) 아티스트'들이 대학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은다는데

지난달 수도권 소재 모 대학에서 열린 ‘연애의 기술’이라는 특강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언론을 통해서 '꽃뱀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이란 특강 내용이 함께  소개되면서 논란이 퍼졌지요.

한 참석자가 전한 말에 의하면 '연애의 기술'이라는 강의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모텔에 갈 때는 여자가 위생용품을 직접 사게 해서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CCTV에 증거화면으로 남겨라’와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20대 초·중반이 대부분인 대학생들에게 있어 꽃뱀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내용이 얼마나 유용한 정보가 될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강사 본인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그 스스로가 연애를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그 자리의 많은 참석자들은 ‘연애의 기술’이라는 특강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술을 알고 싶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의 몸을 훔치는 기술만 남은 것입니다.

수강료 350만~1000만원하는데 20만명의 회원 둔 픽업 아티스트 모임도 있어

이날의 꽃뱀 특강을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신종 직업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꽃뱀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을 강의한 A씨의 직업인 '픽업 아티스트'(Pickup artist)입니다. A씨는 회원 수 6000여명을 거느린 카페 운영자입니다.


	모 대학 특강에서 꽃뱀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논란이 되었던 강사의 카페
모 대학 특강에서 꽃뱀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논란이 되었던 강사의 카페

A씨의 카페에는 ‘픽업아티스트가 운영하는 국내최초의 시라노연애조작단’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연애 관련 책도 펴낸 그는 연애컨설팅업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가(高價)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6000여명의 수강생을 이미 배출했다고 하며 케이블 방송에 여러차례 출연했습니다.

‘픽업(Pickup)’이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픽업 아티스트는 여자에게 접근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입니다. 속된 말로 하면 ‘번호를 딴다’고도 할 수 있겠고 ‘작업의 달인(達人)’인 셈이지요.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그저 여자들의 연락처만 따오는 데서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들을 ‘제비족’이라며 혐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사랑이 아니라 하룻밤 상대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이죠.

이런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대다수 픽업 아티스트들은 억울하다고 합니다. 연애에 경험이 없거나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경험과 연애 기술을 전수해서 이성(異性)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연애 코치’나 ‘연애 컨설턴트’의 의미가 더 큰데 일부의 탈선 문제로 전체 픽업 아티스트가 매도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최근 픽업 아티스트들의 방송 출연이 급증한 것도 음지를 벗어나 양지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자 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과 달리 ‘픽업 아티스트’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오랜 만남 보다는 짧은 만남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또다른 픽업 아티스트 B씨가 운영하는 카페의 필드 레포트에 올라온 내용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여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홈런’이나 ‘F클로즈’와 같은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이는 ‘길거리 헌팅’을 통해 잠자리까지 이어진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 사례인지 아니면 꾸며낸 이야기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글들이 픽업 아티스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인의 마음을 얻는 ‘M클로즈’에서 여자의 몸을 얻는 ‘F클로즈’로 대세 이동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클럽 앞. 픽업아티스트 모임 회원들은 정모가 끝난 후 이런 곳으로 찾아가 실습에 나선다./주간조선 DB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클럽 앞. 픽업아티스트 모임 회원들은 정모가 끝난 후 이런 곳으로 찾아가 실습에 나선다./주간조선 DB

픽업 아티스트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실전(實戰) 무대는 길거리나 클럽들입니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말을 걸고 연락처를 받아오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이를 ‘N클로즈’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지켜보며 가슴만 앓아오던 연인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의 ‘시라노연애조작단’이라는 영화와는 크게 다른 것이지요. 픽업 아티스트가 되기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그들의 마음은 가상합니다만,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픽업 아티스트들 사이에도 등급이 있다고 합니다. 1세대 픽업 아티스트들이 추구한 가치가 자기계발과 자기관리를 통한 ‘매력적인 남자가 되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일회성 잠자리’로 대세가 바뀌었답니다. 

‘M클로즈’가 연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N클로즈’는 여성의 연락처를 얻는 것이라면, ‘F클로즈’는 여자의 몸을 얻는 것입니다. 초기 픽업 아티스트들이 추구한 가치가 M클로즈였다면 지금은 F클로즈로 변질된 것이죠.

픽업 아티스트는 미국에서 시작돼 2005년쯤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픽업아티스트의 세계를 그린 책 닐 스트라우스(Neil Strauss)의 'The Game'이나 Chris Odom의 'The Mystery Method: How to Get Beautiful Women Into Bed'와 같은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관련 인터넷 카페와 강좌가 우후죽순처럼 생겼습니다. 특히 미국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인 닐 스트라우스는 픽업아티스트를 취재하다가 자신이 세계 최고의 '픽업아티스트'로 거듭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50여개의 관련 커뮤니티가 있고 가입자 수도 최대 20만명에 이릅니다. 이들이 수강생들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전수하고 받는 수강료는 35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에 달합니다. 잘나가는 업체의 매출은 연간 10억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픽업아티스트 C씨는 최근 1년간 100여명의 여성들과 잠자리를 했다고 나름 경력을 과시합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젊은이들이 그런 거금을 주고 배우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바로 그런 노하우인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 보다 찰나의 쾌락을 좇는 ‘꿈을 잃은 세대’의 단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