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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보여주다 - 이복현(李復鉉·1767~1853)

yellowday 2013. 6. 5. 15:42

 

아내에게 보여주다

 

개울 건너 청삽사리 컹컹 짖어서
산골 집은 적막함이 겨우 깨졌네.
밤 들어 비바람 치는 소리에
처자식은 도란도란 얘기 나누네.


絶句示內(절구시내)

 

隔水靑犬吠(격수청견폐)
山家免寂寥(산가면적요)
夜來風雨響(야래풍우향)
妻子話蕭蕭(처자화소소)

 

―이복현(李復鉉·1767~1853)


	[가슴으로 읽는 한시] 아내에게 보여주다
정조와 순조 연간의 저명한 시인 석견루(石見樓) 이복현이 썼다. 시 읊기를 즐겨 시를 읊는 곳이라는 뜻의 음시처(吟詩處)에 살면서 음시처상량문(吟詩處上梁文)을

지은 시인이다. 그가 서울 생활을 접고 과천 관악산 동쪽 만안교 앞쪽 산 아래로 집을 옮겼다. 산 아래 집의 풍경을 읊어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낮이면 집 앞에 있는

개울 건너편에서 청삽사리가 짖어 오랜 적막을 깨트리고, 비바람 칠 때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간다.

인구가 적었던 시절, 깊은 산중 외딴 집에서는 긴 적막을 깨트린 청삽사리의 짖는 소리가 반갑고, 비바람 속 도란거리는 가족들의 대화가 정겹다.

산골 풍경은 소리로 그릴 수 있다. 소음의 홍수 속에 사는 이들은 그 적막함의 맛을 모른다.   안대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