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깨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성미는 아니어도
술 한 병은 그래도 지니고 사네.
겁이 나서지. 할 일 없는 이들이
나 홀로 깨어 있다 말을 할까 봐.
쓸쓸한 매화나무 아래에 앉아
‘이소경*’을 낭랑하게 읊어보네.
홀로 깨어 있는 자 없는 세상이기에
매화에게 들려주는 길밖에 없네.
*이소경: 전국시대 중국의 애국시인 굴원(屈原)이 지은 시
偶題(우제)
性本不愛酒(성본불애주)
猶貯酒一甁(유저주일병)
多恐悠悠者(다공유유자)
將我號獨醒(장아호독성)
蕭瑟梅樹下(소슬매수하)
朗讀離騷經(낭독이소경)
世無獨醒者(세무독성자)
要使梅花聽(요사매화청)
―이정주(李廷柱)
-
- /박상훈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려면 못 마시는 술일망정 장만해두고 그들과 섞여야 한다.
혼자만 깨어 있고, 혼자만 잘나면 남들이 뒷말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이 세상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남들과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깊은 속은 차라리 홀로 서 있는 매화와 나누는 것이 편하리라.
저 고고한 매화만은 나를 이해해 줄 것만 같다.
그것이 홀로 깨어 있어 외로운 사람이 살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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