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31 09:54 | 수정 : 2013.05.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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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연합·EPA
평상시 북적이던 뉴욕 맨해튼과는 전혀 다른 도시로 변해 있었다.
허리케인 앞에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뉴욕에서 여느 날과 똑같이 매우 바쁘게 돌아가는 딱 한 곳이 있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다. 골드만삭스
건물 주변에는 이날 아침 수많은 트럭이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바리케이트와 모래주머니를 싣고 몰려들었다. 트럭들이 싣고 온 콘크리트 바리케이트와 모래주머니를 골드만삭스 건물 앞에 내려놓았고, 인부들은 콘크리트 바리케이트와 모래주머니로 골드만삭스 건물을 에워쌌다. 허리케인으로부터 골드만삭스를 보호할 거대한 방패였다.
허리케인 샌디의 위협은 예고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샌디가 몰고 온 바람은 마치 유리창을 터뜨릴 것처럼 맨해튼의 거대한 빌딩들을 흔들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빗줄기와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필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의 아파트 30층에서 허드슨강이 넘치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샌디의 기세가 무서웠다. 허드슨강을 사이로 두고 양쪽에 맨해튼과 뉴저지가 있다. 밤 11시쯤 결국 허드슨 강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의 불이 꺼지며
대정전이 시작됐다.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어둠으로 몰기 시작했다.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칠흑 같은 암흑에 잠긴 맨해튼에서 여전히 빛나는 건물이 한 채가 있었다. 허리케인에 대비해 거대한 콘크리트 바리케이트와 모래주머니로 건물 주변을 둘러쌌던
골드만삭스 건물이었다. 샌디가 위력을 떨치던 와중에도 골드만삭스는 맨해튼에서 빛을 잃지 않고 세계 금융 시장을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나 세계 최고의 금융사로 주저없이 손꼽는 골드만삭스의 본사는 뉴욕 맨해튼 웨스트스트리트 200번지에 있고, 허드슨강 맞은편 뉴저지 허드슨 스트리트
30번지에 골드만삭스 타워를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869년 유대인 마르크스 골드만이 세웠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골드만삭스는 4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라이벌인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고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대부분이 유동성 위기로 고통을 겪던 2008년 가을 역시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버텨냈다.
특히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5조원을 골드만삭스에 투자할 만큼 골드만삭스 그 자체로 매력적 투자 대상이 되고 있었다.
이런 골드만삭스이기에 누구나 망설임 없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으로 꼽는다. 뉴욕에 있는 주요 투자은행(IB) 취업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의 취업 인터뷰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골드만삭스의 취업 인터뷰는 더더욱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경험한 골드만삭스의 취업 인터뷰는 ‘사람의 진을 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험난했다. 골드만삭스의 인터뷰가 어려운 것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골드만삭스의 임원부터 말단 애널리스트를 차례로 만나, 정말 끊임 없이 이들이 쏟아내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터뷰도 마다않고 골드만삭스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얼마 전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금융 취업 사이트(finance career website)가
2013년 첫 석 달간의 자료를 조사한 것이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 금융인들이 올려놓은 1762건의 이력서를 검토한 자료였다. 이에 따르면, 이력서 중 9%가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런던정경대(LSE) 출신이었고, 9%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였다. 골드만삭스 출신 1762명 중 18%, 즉 다섯 명 중 두 명이 미국과 영국의 최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또 골드만삭스 출신 1762명 중 25%는 중국어를 할 수 있었고, 또 29%는 석사학위를, 13%는 MBA 출신이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단순 통계지만, 골드만삭스가 다른 투자은행에 비해 학벌 좋고 가방끈 긴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윌리엄 더들리(William Dudley)와 전 미국 재무장관 헨리 폴슨(Henry Paulson),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등 골드만삭스가 배출한 유명인사는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까다로운 인터뷰와 화려한 인재 구성보다 월스트리트에서 골드만삭스에 대해 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경기가 좋건 나쁘건 항상 10% 정도의
사람을 해고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골드만삭스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은 아니다. 그저 월스트리트 사람들 사이에서 사실처럼 굳어진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직원의 평균 보너스가 4억원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나 유명 애널리스트들과 비교하면 골드만삭스의
연봉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트레이더와 유명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일반 직원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까지 포함한 평균연봉이
4억원에 이르는 곳은 월스트리트 안에서도 골드만삭스 외에는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골드만삭스의 직원들은 월스트리트 내에서 선망의 대상이자 시기와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의 남자들은 정치와 권모술수에 능한
에르메스(Hermes) 넥타이를 맨 사람들로 묘사된다. 또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들에게 코미디 소재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이 골드만삭스다.
예를 들면 유명 코미디언 제이 레노(Jay Leno)는, 미국에서 이라크전쟁에 쓰인 국방예산이 이슈로 떠오르자 “우리의 8조원이 이라크에서 사라졌다고?
나는 거기에 골드만삭스가 있었는지 몰랐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권모술수에 능한 골드만삭스의 이미지가 코미디 쇼에서만 도마에 오르는 건 아니다. 골드만삭스 직원이었던 그렉 스미스(Greg Smith)가 2012년 사표를 내며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나는 이유’라는 광고에서 “골드만삭스는 고객을 멍청이(muppets)로 여긴다”는 내용을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이 광고 하나가 골드만삭스의 도덕성을 두고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물론 골드만삭스의 많은 부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골드만삭스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누명이 씌어졌을지도 모르다. 또 월스트리트의 다른 투자은행들보다 ‘왜 골드만삭스를 더 미워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조차 모르고 골드만삭스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골드만삭스의 폐쇄성 때문일 것이다. 가끔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던 동료들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자바(Java)나
C+ 은 통상적인 컴퓨터 언어가 아닌, 골드만삭스가 개발한 골드만삭스만의 컴퓨터 언어와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야 하고, 이것을 배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골드만삭스가 얼마나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 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영주 닐슨 퀀타비움캐피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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