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백제木簡 3년만에 해독해보니 '인사 청탁' 편지

yellowday 2013. 5. 23. 09:15

 

입력 : 2013.05.23 02:59

신세 한탄 늘어놓고 벼슬 요청


	백제 말기 목간 사진
"보내주신 편지 삼가 잘 받았습니다(所遣信來, 以敬辱之). 이곳에 있는 이 몸은 빈궁하여 하나도 가진 게 없으며 벼슬도 얻지 못하고 있나이다(於此貧薄, 一无所有, 不得仕也)…." 백제 말기(538~660년) 어떤 가난한 사람이 권력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인 이 목간(木簡·사진)은 자신의 신세 한탄을 늘어놓은 뒤 '벼슬도 얻지 못하고 있나이다' 다음부터 갑자기 절반 크기로 작아진 글씨로 '가장 중요한' 12글자를 적었다.

"그러나 좋고 나쁨에 대해서 화는 내지 말아주십시오('저는 좋고 나쁜 자리를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로도 해석 가능). 음덕을 입은 후 영원히 잊지 않겠나이다(莫瞋好邪, 荷陰之後, 永日不忘)." 결국 이것은 벼슬자리를 구하는 '인사 청탁 편지'였다.

지난 2010년 충남 부여 구아리 부여중앙성결교회 증개축 부지에서 발굴된 백제 목간 13점 중 '442번 목간'의 내용이 판독됐다. 길이 25.2㎝, 폭 3.5㎝의 이 목간에는 모두 4언(言) 8구(句) 32자(字)가 쓰여 있다. 해독에 3년이 걸린 것이다. 해독한 이는 심상육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 선임연구원과 김영문 전 서울대 강사.

이 편지는 실제로 부쳐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 연구원은 "목간 두께가 3㎜ 이하로, 일반적인 백제 목간 두께인 5~6㎜보다 얇은 것 등으로 보아 종이나 천에 적을 편지 내용을 나무에 연습한 초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진짜 청탁 편지'가 발송됐다면, 수신자는 보자마자 없애버렸을 것이므로 발굴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 송의달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