運動 연예스타

"친구들이 즐기던 靑春, 난 연기로 배웠다"

yellowday 2013. 5. 14. 06:23

입력 : 2013.05.14 03:04

[30대 '평범女'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 '미나 문방구' 주연 최강희]

아버지 유산 문방구 운영하며 父女의 화해 다룬 이야기
내성적이던 내가 배우된 건 아버지의 이른 不在 때문…
家長 역할하느라 못 누렸기에 청춘이란 글자만 보면 설렌다

최강희(36)의 얼굴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들의 표정이 담겨 있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직장 여성이었고, 영화 '애자'에선 다 커서도 어머니와 지지고 볶는 딸이었다. 그의 울고 웃는 표정은 '우리 언니'나 '우리 딸', '내 여자친구'의 그것을 쏙 빼닮았다.

정익환 감독의 '미나 문방구'(16일 개봉)에서 그의 얼굴에 담긴 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미혼 30대 여성의 표정이다. 양다리를 걸치고도 뻔뻔한 남자친구를 꽃으로 때리고, 민원인에게 수모를 당한 뒤 소리를 지르는 그의 얼굴엔 분명 분노와 피로가 담겨 있었다.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는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약간 내숭 있고 우유부단하면서 속물적이지만 여자이고 싶어한다. 그걸 드러내니 여자들이 남 얘기 듣듯이 속시원해한다. 사실 그거 다 자기들 얘긴데"라고 했다. 말을 시작할 때마다 그는 동그란 눈을 깜빡이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허공에서 단어를 고르는 것처럼.


	‘동안(童顔)’이란 표현이 늘 따라붙는 최강희. 그는“동안 때문에 역할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다. 내 모습이 보이거나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담긴 역할을 주로 골랐다. 그래선지 부잣집 딸과 섹시한 역할은 연기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동안(童顔)’이란 표현이 늘 따라붙는 최강희. 그는“동안 때문에 역할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다. 내 모습이 보이거나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담긴 역할을 주로 골랐다. 그래선지 부잣집 딸과 섹시한 역할은 연기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미나 문방구'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던 지금의 30대 이상이 공감할 만한 소재를 다뤘다. 구청 공무원인 미나(최강희)는 갑작스레 쓰러진 아버지가 운영하던 문방구를 팔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등·하굣길에 복작대는 문방구에서 준비물을 사고, 고무줄과 공기, 지우개 따먹기를 하면서 놀던 모습이 나온다. 향수를 자극하고 부녀(父女)의 화해를 다룬 이 영화는 너무 착해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영화에 대한 평을 말해주자 최강희는 "미나 문방구 시나리오를 보면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게 아버지였다. 20대 초반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순간까지 아버지와 서먹했다"고 했다. "제가 이상한 줄 알았더니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던데요. 딸은 어머니랑 친해지면서, 아들은 아버지를 어려워하면서 그렇게 다들 멀어져요. 어머니들과 달리 아버지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설명도 안 해주세요. 저를 이 영화에 투영해서 아버지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미나 문방구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대 때 내성적이었던 그가 연기를 여태껏 해온 것도, 어찌 보면 아버지 때문, 혹은 덕분이다. 배우나 연예인에 대한 동경도 꿈도 없이 얼떨결에 시작한 연기를 아버지의 부재(不在)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신인 때 상도 받고 잘한다고 칭찬을 들으니까 이걸 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2008)를 촬영할 때쯤 빚도 갚고, 경제적인 안정을 찾았는데 갑자기 너무 허망하고 쓸쓸하더라.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어선지 다른 배우들보다 연기도 못하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그땐 그만둘 생각까지 하면서 혼자 난리였어요. 이미 얼굴은 다 팔려서 장사하기는 힘들 테고 외국에 가려 해도 영어를 못하고. 근데 막상 드라마랑 영화 보니까 제가 곧잘 하던데요?"

또래 평범한 여자들의 얼굴을 가진 그는 정작 "평범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청춘을 많이 연기했지만, 난 대학도 다녀본 적이 없고, 또래들과 어울린 적도 없다. 영화나 책에서 보면 청춘은 반짝반짝하고, 시리도록 아름다우면서 지루하지 않은 것이더라. 그래서 청춘이란 글자가 들어간 모든 것에 설렌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청춘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 말이 없고 어두웠던 제가 밝고 건강한 역할을 연기하고 라디오 DJ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제가 겪어보지 못한 학창시절, 직장생활을 다 연기로 경험했어요. 결국 그 영화, 드라마들과 함께 평범한 표정을 가진 여자로 성장한 거죠. 그래서 보는 사람을 괴롭게 할 정도로 고통스럽거나 잔인한 역할, 그리고 너무 야한 역할을 맡기는 아직 겁이 약간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