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29] 이상적 도시

yellowday 2013. 1. 18. 23:14

광장 입구에는 우물 두 개가 대칭을 이루어 서 있고, 그 한가운데의 원형 건물 주위로는 반듯한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정사각형으로 구획된 광장 바닥과 육면체 건물들은 정확하게 구현된 선원근법에 따라 뒤로 물러나면서 사선을 이룬다. 이와 같은 구도는 보는 이의 눈길을 반쯤 열려있는 중앙 건물의 입구로 단숨에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15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그려진 '이상적 도시(An Ideal City)'〈사진〉는 르네상스인들이 꿈꾸던 세상을 잘 보여준다.

작자 미상인 이 작품은 당시 건축가이자 학자였던 알베르티(Alberti·1404~1472)가 남긴 건축 이론서 내용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듯하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기둥 및 아치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고전 건축을 응용한 알베르티의 건물들과 닮았다. 또한 그림 속 건물들은 그가 설계한 건물처럼 웅장하지만 사람을 압도할 만큼 거대하지는 않고, 외면 장식이 내부 구조와 일치하는 명료한 형태를 지녔다.

알베르티는 부분과 전체 사이의 균형과 이상적 비례가 조화로운 건축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르네상스인들은 물리적 환경이 한 도시의 철학과 시민들의 희망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고, 조화와 균형, 비례가 바로 그들이 추구하던 사회의 이상이었던 것이다.

특이하게도 그림 속 도시에서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화가는 다만 균형 있게 발전하고 완벽하게 기능하는 도시를 이루기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의 위대한 성과만을 드러냈다. 성과는 드러내되 사람은 나서지 않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그들의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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