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28] 네페르티티

yellowday 2013. 1. 18. 23:13

입력 : 2011.09.06 23:44

네페르티티(Nefertiti· 기원전 약 1370~1330)는 이집트 제18왕조의 열 번째 왕으로 재위했던 아케나톤의 왕비다. 투탕카멘의 양어머니이자 장모였던 그녀는 아케나톤 사후에 파라오로 즉위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의 권력자였다.

'미인이 왔다'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고대 이집트 최고의 미녀로 손꼽히는 네페르티티의 명성은 20세기 초에 발굴된 이 흉상<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황갈색 피부, 탄탄한 윤곽의 긴 목, 날렵한 턱선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는 단순히 겉모습의 미모에 그치지 않고 지위에 어울리는 고상함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강인한 여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완벽한 미인인 그녀의 상(像)에는 특이하게도 왼쪽 눈동자가 없다. 조각가인 투트모세가 일부러 비워두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왕과 왕비는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받았다.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육체가 죽더라도 영혼, 즉 '카'는 신들의 세계로 되돌아갈 뿐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따라서 무덤에 부장품으로 매장되는 상들은 오늘날처럼 박물관에 진열하고 감상하는 미술품이 아니라 영원불멸한 '카'가 깃들어 있는 신성한 존재였던 것이다.

투트모세의 작업실에서 발견된 이 상은 그가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습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당연히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눈동자를 찍어 얼굴이 완성되는 순간, 이 상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신'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치 손을 대면 온기와 호흡이 느껴질 듯 생생한 이 상에 '화룡점정(畵龍點睛)'했더라면, 네페르티티는 그 자리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신들의 세계로 되돌아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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