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24] 호크니, '더 큰 풍덩'

yellowday 2013. 1. 18. 23:09

장마가 지난 폭염 속, 귀가 따갑도록 요란하던 매미들이 일시에 모두 조용해지고, 정수리를 달구는 뙤약볕이 더 뜨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때 그 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아무도 없는 수영장의 푸른 물속으로 뛰어드는 상상을 해보자.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풍덩' 하고 온몸을 던지는 상상. 상쾌함의 극치를 달리는 그 장면이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1937~)의 1967년작 '더 큰 풍덩(A Bigger Splash)'〈사진〉이다. 호크니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물보라가 이는 그림을 서너 점 그리고 '풍덩(Splash)'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그 중 이 작품은 가로·세로 243.8㎝로 그림의 크기가 커서 '더 큰 풍덩'이라고 했다.

'더 큰 풍덩(A Bigger Splash)'

호크니는 1960년대 영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이자 영국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된 수영장 그림들은 사실 미국 LA에서 탄생했다. 폐소공포증, 즉 뒤집어 말해 '광장애호증'이 있는 그에게 넓은 도로를 따라 낮은 건물들이 띄엄띄엄 서 있고, 한적한 공간이 사방으로 펼쳐진 넓은 도시, LA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 작품은 무척 단순한 원색과 간결한 형태뿐이지만,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키 큰 야자수를 배경으로 푸른 물이 찰랑대는 수영장과 통유리로 창을 메운 오렌지빛 타운하우스는 대단히 사실적인 LA 풍경이다. 그는 이처럼 '쿨'한 화면 속에 이방인으로서 외국에서 혼자 누리는 자유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적막감도 담아냈다.

호크니는 회화뿐 아니라 사진과 무대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오다, 일흔을 넘긴 지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쿨'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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