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08 23:30
원래는 거대한 전신상의 일부였을 이 두상〈사진〉은 몸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눈이 파이고, 귀가 잘리고, 수염 끝이 뜯겨 나갔다. 견고한 청동 조각이 이 정도로 파손됐다면 누군가가 일부러 위해를 가했다고 보아야 한다.
고대의 정복자들은 포로들에게 행했던 고문을 왕의 조각상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쓰러진 채 잘려나간 왕의 상 앞에서 패배자들은 최소한의 저항 의지마저 상실했을 것이다. 고대인들에게 상을 파괴하는 것은 어떤 무기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세심하게 정돈해 띠로 동여맨 머리카락과 갈매기 눈썹, 육중한 턱수염은 메소포타미아 조각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그러나 넓은 광대뼈와 두툼한 입술, 우뚝 솟은 매부리코는 끊임없는 정복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왕의 개성 넘치는 풍모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불행히도 이 상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중 바그다드가 함락되면서 국립 박물관은 무방비 상태로 약탈당했다. 수없이 많은 고대 문명의 유산들이 사라졌고, 이 두상도 그 중 하나다. 예견된 사태를 막지 못했던 미군은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호된 비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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