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4] 오노 요코, 예스 페인팅

yellowday 2013. 1. 18. 22:49

입력 : 2011.03.22 23:08

일본 출신의 전위미술가 오노 요코(小野洋子·1933~)는 평탄치 않은 일생을 살았다.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2차대전의 포화 속에서 공포와 궁핍을 생생하게 겪었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술가의 길을 가기 위해 가출해 뉴욕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1967년 존 레넌과 결혼하면서 전 세계 비틀스 팬들의 미움을 샀고, 롤러코스터 같았던 레넌과의 삶이 안정될 무렵 정신병자가 쏜 총탄에 레넌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노는 긍정적인 의지를 통한 평화와 화해, 치유와 회복의 힘을 믿었다.

오노의 작품은 거창한 회화나 조각이 아니다. 종이나 벽에 적은 단순한 언어로부터 시작돼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대표적인 예가 설치작품인 '예스 페인팅(Yes Painting)'〈사진〉이다. 작품을 보기 위해 관객은 사다리에 올라 천장에 붙어 있는 종이를 돋보기로 잘 살펴야 한다. 종이 위엔 속삭이듯 작은 글씨로 'YES'라고 적혀 있다.

레넌과 오노의 인연도 이 작품에서 시작됐다. 레넌은 1966년 런던에서 열린 오노의 개인전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YES'를 보는 순간 오노와 사랑에 빠졌다. 수퍼스타였던 레넌에게도 긍정의 메시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네, 그래요, 맞아요…. 'YES'는 거절과 불신과 부정에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주는 희망의 선물이다.

오노는 "혼자 꾸는 꿈은 망상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라고 했다. 레넌과 함께 밴드활동을 하기도 한 그녀는 27일 뉴욕에서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개최한다. 대지진으로 참혹하게 무너진 일본에 지금 필요한 것은 긍정을 상상하고 그를 현실로 만드는 모두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