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91]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落水莊)

yellowday 2013. 1. 5. 09:55

20세기 전반 건축의 거장으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가 있다. 회화와 조각에서 추상적 형태를 중요시하는 모더니즘 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건축은 아직도 복고주의와 장식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반발한 라이트는 건축에 단순하고 추상적인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그의 건축은 기하학적 형태들이 명확한 조형적 구조를 가지면서도 자연에 반응하고 융합하는 유기적 건축으로 흔히 '대초원 양식(prairie style)'이라 불린다. 라이트는 당시 마구 지어지던 고층 아파트나 오피스 건물과는 달리 평안과 휴식의 느낌을 주는 수평적 건축을 고집했는데 어쩌면 이런 생각으로 그는 일본 건축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토털 디자인을 추구한 그는 내부와 외부 공간을 상호 연계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으며, 가구와 카펫·벽난로·유리장식 등을 모두 디자인했다. 때로는 집주인의 부인이 입을 의상까지 디자인해 건축과 어울리게 했다고 한다.

400여 채의 건물을 지었던 라이트의 이상이 가장 잘 반영된 곳은 피츠버그 교외의 베어 런(Bear Run)에 있는 '폴링 워터'(낙수장·사진)(1936~39년)이다. 피츠버그의 백화점 소유주 에드가 카프만의 주말용 별장인 이 집의 장소는 원래 숲이 우거지고 작은 폭포와 거친 바위들이 있었던 곳이다. 카프만 부부는 자신의 별장에서 폭포를 감상하게 될 줄 알았는데 집이 폭포 위에 지어지는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다. 낙수장은 중앙에 우툴두툴한 벽돌로 지은 건물을 중심으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테라스가 수평으로 튀어나와, 가로 세로로 맞물리듯 떠 있는 듯한 저택이다. 캔틸레버로 불리는 이 수평 구조물은 테라스이면서 지붕이 되기도 하는데, 그 아래 가로지르는 자연의 바위들과 평행이 된다. 날카롭고 깨끗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구조와 자유롭게 수직으로 흐르는 물과 거친 자연석(石)이 대조를 이루는 낙수장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자연스럽게 숲 속에서 솟아오른 것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