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장면이 많이 그려진 것은 기독교 미술이다. 중세의 성당에는 신자들이 드나드는 서쪽 문 위의 팀파눔(입구 위의 반원형의 공간)에 흔히 '최후의 심판'이 조각되었다. 대부분 문맹이던 당시의 신자들에게 사후의 심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오텅에 있는 12세기 생 라자르 성당의 팀파눔 조각에는 지옥에 떨어진 저주받은 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대천사 미카엘은 악마가 모르게 저울 밑에 살짝 손을 대어 죄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일종의 부정행위이지만 지옥으로 가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막으려는 노력이다.
- ▲ 시스티나 성당의 벽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
미술가들이 지옥장면을 묘사할 때에는 성인(聖人)을 그릴 때보다 제약을 덜 받았다. 지옥 장면을 가장 자유롭게 상상한 화가는 아마 플랑드르의 보슈(1453~1516)일 것이다. 그의 작품 '쾌락의 정원'에는 세속에서 육체적인 즐거움에 빠져 있던 인간들이 괴물이 지배하는 어두운 지옥에 떨어진 장면이 나온다. 보슈는 놀랍게도 온갖 벌을 받는 인간들 속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넣었다.
미켈란젤로(1475~1564)는 한 수 위였다. 시스티나 성당의 벽에 '최후의 심판'을 그리면서 그는 이 벽화의 아랫부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들을 묘사했다. 그림을 본 추기경 비아지오 체세나가 누드 인물들이 너무 난잡하다고 비난했다. 미켈란젤로는 온몸을 뱀이 칭칭 감는 벌을 받고 있는 지하의 사신(邪神) 미노스에 추기경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 바로 위쪽으로 눈에 잘 띄는 위치였다. 추기경이 교황에게 불평하자 교황은 지옥은 자신의 영역 밖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