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60] 제주 추사관

yellowday 2011. 4. 4. 15:49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추사유배지(사적 487호)에 마침내 '제주 추사관'〈사진〉이 개관되었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이 기념관은 연면적 370평(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세한도'에 나오는 집을 모티브로 한 소박하고 조용한 건물이다. 동네 사람들 말대로 감자창고처럼 생겼다. 그러나 전시실은 아주 현대적이고 추모의 공간에는 김호석이 그린 유배시절 초상과 임옥상이 무쇠로 제작한 반신상도 놓였다.

전시 유물은 민(民)의 적극적 지원을 받았다. 남상규(여미지식물원) 회장은 '신해년 책력첩'(보물 547-2호), 서경배(아모레) 사장은 '시고(詩稿)' 박주환(동산방) 회장은 '제주목사에게 보낸 추사의 편지'를 기증했고 고 조재진 회장을 비롯한 추사동호회에서도 현판·간찰·탁본 등을 70여점이나 기증하여 추사의 예술과 제주유배시절 삶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전시유물 중 가장 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대정향교에 써준 '의문당(疑問堂)'이라는 현판이다. 추사는 대정에 머무는 동안 이곳의 문명이 낙후된 것을 한탄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쳤다. 교재로 쓸 책을 집에서 부쳐오게도 하고 제자를 서울에 있는 지인에게 소개하며 육지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래서 추사체로는 예외적으로 단정하고 교육적인 글씨인데 액틀엔 예스러운 무늬가 남아 있다.

복원해 놓은 추사가 살던 집도 제주민속에 맞춰 새로 단장했다. 지붕처마는 억새로 다시 엮었고 위리안치(圍籬安置)된 유배객의 집답게 탱자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안채로 들어가 툇마루에 앉아 보니 뒤편 돌담 밑에는 그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수선화가 심어졌고 그 위로는 잘 익은 하귤이 주렁주렁 달렸다. 추사가 자신의 귀양살이 집을 '귤중옥(橘中屋)'이라 이름 지은 것을 연상케 한다. "매화 대나무 국화 연꽃은 어디에나 있지만 귤만은 오직 내 고을에만 있기에 나의 집을 '귤나무 집'이라 이름 짓노라." 귀양살이 중에도 추사에게 그런 허허로움이 있었다. 추사유배지는 이제 모든 면에서 국가 사적답게 가꾸어졌다는 감회가 일어난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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