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61] 궁궐의 우리 나무

yellowday 2011. 4. 4. 15:51

똑같은 수업이라도 학생들 이름을 알고 가르치면 교육 내용이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궁궐, 사찰, 서원, 옛 마을의 나무들 이름을 알면 보는 눈이 크게 달라진다. 뛰어난 학생보다 평범한 학생 이름 아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듯이 천연기념물보다 흔히 대하는 나무를 알아야 우리 조경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00종의 나무가 있지만 우리가 늘 대하는 것은 100여종이라고 한다. 박상진 교수(경북대)가 펴낸 '궁궐의 우리 나무'(눌와)에 나오는 것도 그 정도다. 문화재와 마찬가지로 나무도 좋은 해설이 있어야 제대로 이해되는데 박 교수의 설명은 대단히 인문학적이다. 예를 들어 종묘 입구에 있는 물푸레나무를 이렇게 설명한다. "물을 푸르게 한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고 합니다. 실제로 어린 가지를 꺾어 맑은 물에 담그면 정말로 파란 물이 우러납니다.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예전에는 주로 곤장나무와 괭이자루, 도리깨 등 농기구에 쓰였고 요즘에는 정구 라켓, 야구방망이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궁궐에는 어느 때고 꽃이 있다. 화사한 꽃의 계절이 다 지나가고 바야흐로 녹음이 우거질 무렵이면 산딸나무〈사진〉의 새하얀 꽃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산딸나무는 숲 그늘에서 해맑은 자태로 피기 때문에 옛 시인 임백호가 황진이를 노래하면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고 한 시구가 떠오른다. 다른 꽃은 꽃잎이 5장이지만 이 꽃만은 4장이어서 짝수가 주는 가녀린 느낌이 있다. 하트 모양의 꽃잎은 십자가 모양이고 대패질한 나뭇결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여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예수님이 못 박힌 나무가 산딸나무(혹은 올리브 나무)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산딸나무 꽃이 한창이다. 창경궁에서 춘당지로 가는 옥천 개울가에서 볼 수 있고, 특히 부여 무량사가 장관인데 서울 남산1호터널 입구에도 활짝 피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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