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1300년 전 79m짜리 황룡사 9층탑, 복원모형 나와

yellowday 2012. 12. 12. 07:10

입력 : 2012.12.12 03:01

10분의 1 축소 모형 제작
모형 2층 올리는데 목수 5명이 10개월 매달려… 겉모습은 경주 남산 암각화대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79.2m 실제 높이로 1대 1 복원

10일 오후 찾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공방에선 소나무 냄새가 진동하고, 곳곳에서 나무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목수들이 목탑에 매달려 작은 계단을 끼워 맞추고 있었다. 가로·세로 3.4m 길이의 정사각형 틀에 65개의 기둥이 세워졌고, 마루, 처마, 계단 등이 조립되고 있었다.

선덕여왕 14년(645년) 신라의 수도 서라벌 황룡사(皇龍寺)에 세워졌던 '황룡사 9층 목탑'의 최종 복원안이 확정돼 현재 10분의 1 축소 모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탑 축조 1367년 만에 벌어지는 재현 작업이다. 모형 탑을 토대로 2025년까지 현재 경북 경주시 황룡사 옛 터에 79.2m 높이의 똑같은 목탑이 복원된다.

도편수(총감독 목수)를 맡고 있는 임종운(40)씨는 "신라 선덕여왕이 백제의 장인 아비지(阿非知)를 불러 목탑을 지었듯, 우리도 경상도·충청도 등에서 모인 백제·신라 목수들이 목탑을 복원하고 있다"고 했다. 목수 5명이 지난 2월부터 10개월을 꼬박 매달려 2층까지 높이 1.4m를 완성했다.

지난 10일 오후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공방에서 목수들이 황룡사 9층 목탑 재현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2층까지 지어진 이 모형은 높이 79.2m인 실제 탑의 10분의 1 크기로 제작된다. /남강호 기자
목탑 복원은 경주시와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한국전통문화대 건축조영연구소 정헌덕 교수팀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최종 복원안을 확정했고, 올 2월부터 10분의 1 모형 제작에 들어가 현재 2층까지 제작을 완료했다.

복원 모형은 가로·세로 3.4m 길이의 바닥면 가운데 심주(心柱·중심기둥)를 포함해 65개의 기둥이 세워졌고, 4면 7칸 구조로 내부를 꾸몄다. 층마다 마루를 깔고, 층과 층 사이엔 암층(暗層·텅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들어 구조를 튼튼하게 했다. 현재 높이는 1.4m이며 내년 연말까지 약 8m 높이의 모형 탑이 완성된다.

황룡사 9층 목탑은 선덕여왕 12년(643년) 당시 고승이었던 자장(慈藏)의 건의로 2년여 만에 지어졌다. 9개의 층은 신라 변방 9개 나라를 의미했다고 한다. 1238년 고려 때 몽골의 침입으로 황룡사와 함께 완전히 불타 사라졌으며, 당시의 건축 방식이나 설계 방식 등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번 복원팀은 2006년 복원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통건축·사학·사적 전문가 15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수십 차례에 걸쳐 회의와 보고회를 가졌다. 백제 건축양식이 전해진 일본의 법륭사(法隆寺)·약사사(藥師寺), 중국의 9층 목탑인 육화탑(六和塔), 뇌봉탑(雷峰塔) 등 해외 건축물 답사만 26곳을 다녔다.

황룡사 9층 목탑을 나타낸 경주 남산 부처바위의 암각화(왼쪽)와 복원 이후 모습을 보여주는 조감도(오른쪽). /한국전통문화대 제공
탑의 외형은 황룡사 옛 터가 보이는 경주 남산 옥룡암 부근 일명 부처바위(탑곡 마애조상군)에서 발견된 9층 탑 암각화를 바탕으로 했다. 2010년 3월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 원로 건축학자들의 복원안과 현재 연구팀의 복원 등을 토대로 20분의 1(높이 4m) 모형 5개를 단면으로 만들었다.

높이 79.2m인 실제 탑의 1대1 복원 작업은 2016년부터 10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추진하는 황룡사 전체 복원사업의 예산(29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1500여억원이 목탑을 짓는 데 쓰일 예정이다. 최홍락 황룡사복원팀장은 "하루빨리 황룡사가 복원돼 온 국민의 자랑거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자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