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51] 법정 스님의 철불 사진

yellowday 2011. 4. 4. 15:34

신라말~고려초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법정 스님의 열반을 연일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와 특집에서는 줄곧 스님의 강원도 산골 오두막집을 비춰 주곤 하였다. 화전민 집을 고쳐 지은 이 작은 집의 방 안에는 모서리에 놓여 있는 달항아리와 벽 위에 걸려 있는 불두(佛頭) 사진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역시 스님다운 담박한 실내 표정이었다.

이 사진에 나오는 불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나말여초 시대 철조비로자나불좌상(높이 112cm)의 얼굴이다. 하필이면 이 불상 사진을 고르셨을까. 이 불상은 그리 유명하지 않다. 본래 나말여초는 철불의 시대여서 숱한 명작들이 이미 국보, 보물로 지정되었다.

조형적으로 본다면 서산 보원사터 철불이 뛰어나고, 규모로 치면 경기도 광주 춘궁리에서 출토된 것이 훨씬 장대하며, 절대 연대를 말해주는 것으로는 장흥 보림사와 철원 도피안사의 철불이 있다. 그래서 어느 도록에서도 이 철불은 비중 있게 실려 있지 않고 나 또한 특별히 눈여겨보아 오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찍었는지 이 불상의 모습은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인상과 사뭇 달라 보였다. 아래쪽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 시각으로 포착한 이 불두는 부처라기보다 현세적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어 아주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눈가의 주름을 표현한 터치가 강한 질감으로 나타난 대단히 조형적인 불상이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철불, 과연 법정 스님이 좋아할 불상이다.

박물관에 문의해 보니 지금 3층 불상실에 진열되어 있다고 한다. 다시 가봐야겠다. 이 철불을 보면 법정 스님 생전의 모습이 떠오를 것만 같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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