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국보로 지정된 조선백자는 모두 19점이다. 그중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국보 219호 '청화백자 매죽문 항아리'(높이 41㎝)는 조선 초기 청화백자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거의 모든 도록에서 청화백자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그릇의 형태를 보면 어깨가 풍만하고 굽은 둥글게 밖으로 말려 있어 당당한 느낌과 함께 안정감을 준다. 백자의 빛깔은 아주 따뜻하고 차분하다. 몸체에 가득 그려진 매화와 대나무는 장식도안이라기보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당시 유행하고 있던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에서 매죽만을 청순한 분위기로 그려냈는데 필치와 농담의 표현이 아주 능숙하다. 일반 도공의 솜씨가 아니라 전문화가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성현의 '용재총화'를 보면 도화서 화원들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백자 가마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화 안료도 페르시아산(産) 고급 회회청(回回靑)을 사용하여 밝고 맑은 푸른빛을 띠고 있다. 도자의 3요소인 기형, 유약, 문양 모두에서 완벽에 가깝다.
그런데 이 항아리는 조선시대 다른 청화백자와 달리 여백이 거의 없다. 항아리 아래위로 변형된 연판문(蓮瓣文)이 띠로 돌려 있고 목에도 꽃과 동그라미 무늬가 정연히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얼핏 중국도자 같은 느낌도 있다. 실제로 명나라 경덕진(景德鎭)가마의 청화백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는 체질적으로 조선적인 멋이 한껏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조선 도자의 세계는 아주 다양하여 이처럼 국제적인 양식을 따르면서 완벽한 도예미를 추구한 작품도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항아리가 30여 년 전 처음 선보였을 때 혹 중국 도자 아닐까 의심한 이도 있었지만 광주 도마리 가마 백자임이 판명되었고, 얼마 후 서울 북촌의 어느 집 공사장에서 어깨 부분만 남은 똑같은 항아리 파편이 출토되어 한 쌍을 이루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라에선 국보로 지정한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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