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101가지 사랑시/ 사랑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 용혜원 49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50

yellowday 2012. 11. 23. 17:11

 

사랑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 용혜원 49


창문을 활작 열고 계십시오
나의 연인이여!

그대가 날 진정 사랑한다면
삶을 너무 쉽게 살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
나는 연약한 사람
고통도 절망도 함께
이겨내지 않는 다면
우리 사랑은
바람을 마구 불어넣은
풍선마냥
끝내는 터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우리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있는 자리에 머물러
모든 것을 방관만 한다면
우리가 타고 있는
사랑의 배는
좌초를 당하거나 파선하고 말 것입니다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사랑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우리 사이엔
싫증의 커튼이 쳐지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50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위위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