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케냐 마라톤

yellowday 2012. 10. 30. 16:34

입력 : 2012.10.29 23:30 | 수정 : 2012.10.30 08:38

엘리자 무타이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을 4연패 했다. 그는 상금으로 열다섯 가구짜리 연립주택을 케냐의 마라톤 훈련지 캅타가트에 지었다. 동네에서 둘째로 큰 건물이다. 열한 가구는 세 주고, 세 가구는 마라톤 유망주 스무 명에게 공짜로 내줬다. 땅 8000㎡도 샀다. 그는 도요타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마라톤 코치로 일한다.

▶폴 터갓은 2003년 2시간 5분 벽을 깬 케냐의 마라톤 영웅이다. 그는 가난한 시골에서 17남매의 하나로 태어났다. 날마다 왕복 10㎞를 뛰어 초등학교에 다녔다. 오로지 학교에서 주는 한 끼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는 육상 잡지를 발행하고 PR회사와 호텔들을 경영하는 백만장자다. 세계식량계획(WFP) 굶주림 퇴치 명예대사와 반(反)부패 운동가로 활동한다. 그는 케냐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역할 모델이다.

▶1960년 아베베 등장 이래 20년 넘게 세계 마라톤은 에티오피아 시대였다. 케냐는 88올림픽에서 2위를 하며 뒤늦게 등장하더니 91년부터 보스턴마라톤을 내리 열 차례 제패했다. 2011년 대구 대회까지 열세 차례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과 중·장거리에서 금메달 서른여덟 개를 땄다. 열아홉 개에 그친 에티오피아를 압도한다. 세계 마라톤 랭킹 100위 중에 케냐 선수가 여든 명에 이른다.

▶터갓을 비롯한 케냐 육상 스타의 75%가 칼렌진족(族)에서 나온다. 해발 2000m에 사는 유목민이어서 심폐기능이 강하다. 작은 키에 다리는 길고 종아리가 가늘어 에너지 소비가 적다. 옥수수를 주로 먹어 운동에너지 글리코겐이 풍부하다. 이런 조건들은 에티오피아도 마찬가지다. 케냐는 에티오피아보다 양성 시스템이 잘돼 있다. 유럽 마라톤 지도자들이 일찌감치 케냐에 자리 잡고 꿈나무들을 키웠다. 영국 식민지였던 탓에 영어를 잘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

▶마지막 비결은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케냐에선 육상선수가 정치인 다음으로 대접받는다. 어린이들은 동네 형들이 마라톤 상금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보며 꿈을 키운다. 잘 살아보겠다는 염원이 운명을 건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그제 춘천마라톤에서도 케냐의 켐보이 키엥이 우승했다. 2003년 이후 에티오피아에 딱 한 차례 우승을 내주고 아홉 번째 케냐 차지다. 8남매 중 둘째인 키엥은 상금 5만달러를 "가족·친척들이 모여 살 집을 짓는 데 쓰겠다"고 했다. 남는 돈으로는 동생들 학비를 대겠다고 했다. 우리와 닮은 가족 사랑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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