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26 22:54
시인 나희덕은 고아가 아니었지만 1966년 충남 논산의 에덴보육원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머니가 보육원 총무로 일했기 때문에 부모 없는 아이들 틈에서 컸다. 겨울이 오면 보육원 아이들은 자선단체가 보낸 빨간 내복으로 추위를 견뎠다. 나희덕은 '난롯가에 둘러앉아 우리는/ 빨간 엑스란 내복을 뒤집어 이(蝨)를 잡았었지'라고 노래했다. 봄에 빨간 칸나가 피고서야 빨간 내복을 벗었다고 한다. 시인의 추억 속에서 빨간 내복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어릴 적의 겨울을 밝히고 데운다.
▶난방 시설을 갖춘 집이 드물었던 1960~70년대에 나일론과 아크릴로 짠 내복은 겨울철 필수품이었다. 염색 기술이 뒤떨어져 다양한 색깔을 입히지 못한 탓에 빨간색 내복이 대부분이었다. 자식이 취직해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했다. 예부터 붉은색이 액(厄)을 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귀했던 시절이라 때를 덜 타는 빨간색이 다른 색을 압도했다.
▶난방 시설을 갖춘 집이 드물었던 1960~70년대에 나일론과 아크릴로 짠 내복은 겨울철 필수품이었다. 염색 기술이 뒤떨어져 다양한 색깔을 입히지 못한 탓에 빨간색 내복이 대부분이었다. 자식이 취직해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했다. 예부터 붉은색이 액(厄)을 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귀했던 시절이라 때를 덜 타는 빨간색이 다른 색을 압도했다.

▶올겨울엔 불황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난방비를 아끼려고 내복을 입는 사람이 많아질 듯하다. 가을비가 내리고 날씨가 쌀쌀해지자 벌써 전통 시장과 대형 유통점에서 내복이 부쩍 잘 팔린다고 한다.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의 내복 도매상들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올랐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내복을 판 어느 대형 유통점에서도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12.8% 늘었다고 한다.
▶요즘 내복은 소재와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매우 얇아서 겉옷 맵시를 해치지 않는 내복은 젊은 여성들도 즐겨 입는다. 지난해 발열 내복 300만장을 팔아치웠던 어느 업체는 올해엔 500만장 판매를 노리고 있다. 등산이나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세태도 내복 판매를 크게 늘렸다고 한다. 내복을 입으면 난방비와 전기요금도 아끼고, 바깥에서 당당하게 맑은 공기를 쐬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올겨울엔 내복을 입어 '내 복(福)'을 키우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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