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28 22:42
영화 '투캅스'에서 고참 형사 안성기는 일곱 평 사글세 집에 사는 경찰이었다. 하지만 일곱 평 사글세는 술집에서 뇌물을 받고 도박 현장을 덮치다 수표 몇장을 집어넣는 부패 경찰의 모습을 숨기기 위한 위장용에 불과했다. 그의 가족은 뇌물로 구입한 호화 주택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안성기의 이중생활은 원칙을 강조하는 신참 형사 박중훈과 한팀이 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투캅스 2'에서 박중훈도 선배에게 배운 대로 사는 데 익숙해질 무렵 젊었을 적 자신을 닮은 신참 김보성을 만나면서 애를 먹는다.
▶경기도의 한 전직 시장은 공관을 허물어 그곳에 영세민용 아파트를 짓고 자신은 전세 아파트로 이사했다. 재임 중에 보증금 없는 임대아파트 5000가구를 지어 서민에게 제공하고 100억원대의 장학금을 조성해 불우 청소년들을 도왔다. 사람들은 그를 청백리로 알려진 잠롱 전 방콕시장에 빗대 '한국판 잠롱'으로 불렀고 훈장이 수여됐다.

▶'한국판 잠롱' 신화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공직자와 가족의 재산 공개를 시행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재산은 8096만원에 불과했으나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상가, 대형 아파트 등 18억원대 숨겨둔 재산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그가 상가 개발업자로부터 1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탄로 났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어머니, 부인, 자녀, 동생 등 일가의 재산이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고 재산 대부분은 원 총리가 부총리로 취임한 1998년 이후에 형성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원 총리 측은 "원 총리는 가족의 사업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숨겨진 부(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중국 국가 지도자들의 부패와 관련된 외국 언론 보도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원 총리는 '서민 총리'로 통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원 총리의 낡은 점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총리가 10년 전 시장에서 산 옷을 아직 입고 다닌다"며 칭찬했다. 네티즌들은 "총리는 검소한데 그 밑의 관리들은 외제 차에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먹으며 사치한다"며 부패 관리들을 비판했었다. 원 총리는 최근 "부패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도 정치도 모두 끝장"이라며 공직자의 재산 공개 확대를 주장했다. 중국이 공직자 재산 공개를 전면 시행할지, 곧 물러날 원 총리가 공개 대상에 포함될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현대판 청백리'로 불렸던 원 총리 재산의 실상은 머지않아 드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