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공중권(空中權)

yellowday 2012. 10. 5. 16:28

입력 : 2012.10.02 23:32 | 수정 : 2012.10.03 16:49

1913년 지은 뉴욕 그랜드센트럴역은 손꼽히는 관광 명소이다. 웅장한 화강암과 대리석 외관에다 2500개의 별을 수놓은 중앙홀 천장 벽화가 일품이다. 1950년대를 정점으로 기차 여행이 내리막길을 걷고 수익이 떨어지면서 이 건물도 사라질 위기를 몇 차례 겪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낡은 역사(驛舍)를 허물고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 시민들은 그랜드센트럴역의 역사성과 건축적 가치를 들어 반대했다. 철도회사와 개발업자들은 궁리 끝에 역 건물의 공중권(空中權·Air Rights)을 팔고 사기로 했다.

▶공중권이란 어떤 부지 위에 최대한의 면적을 지을 수 있는 용적률을 인접한 땅 주인들끼리 사고파는 제도다. "원래는 10층을 지을 수 있는 땅인데 나는 3층까지만 지을 테니까 나머지 7층을 지을 권리를 네가 사서 네 건물을 짓는 데 써라"고 하는 식이다. 공중권을 사고팔면 그랜드센트럴역은 건물을 원형대로 유지할 돈을 마련할 수 있고 업자는 업자대로 자기가 만족할 만한 높이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1963년 그랜드센트럴역 바로 옆에 들어선 것이 지금도 뉴욕의 명물 고층 빌딩에 꼽히는 메트라이프빌딩이다.

미국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있거나 시민이 사랑하는 건물을 보존하려고 할 때 공중권 개념을 두루 활용한다. 세계적으로 '오피스 빌딩의 모범'이라고 하는 뉴욕 시티콥 빌딩도 바로 옆에 있는 오래된 유대인 교회로부터 공중권을 사들여 주변 다른 건물들보다 두드러지게 지을 수 있었다. LA의 랜드마크인 US뱅크타워도 맞은편 LA 공공도서관으로부터 공중권을 사들여 지었다.

일본에서 메이지시대 서양식 건축을 대표하는 도쿄역 건물이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크게 부서진 지 67년 만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공사비 500억엔(7166억원) 중에 상당 부분은 철도회사가 역 인근 신축 건물들에 공중권을 팔아서 댔다고 한다. 도쿄역은 3층 건물이라서 건축 가능 연면적의 4분의 1만 쓰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여섯 개 신축 건물이 공중권을 사들였다. 신(新)마루노우치 빌딩은 그 덕에 당초 30층으로 허가 난 건물을 38층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중권이라는 것이 아직 일반에 낯설다. 그러다 보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개발 이익에 희생돼 쉽게 헐려나간다. 한편으론 신축 건물의 용적률을 높이기 위한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역사적 자취의 보존과 도시의 활력을 두루 만족시키려는 지혜와 융통성을 외국의 공중권 사례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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