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라돈(Rn)

yellowday 2012. 10. 8. 17:18

입력 : 2012.10.04 22:23

일본에서 원자력 강의를 들을 때 교수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나눠줬다. 그걸 며칠 들고 다녔는데 화강암으로 된 공원의 공연 무대와 공동묘지 묘비 옆에서 측정 수치가 확 튀어 올랐다. 틀어놓은 전자레인지 앞에서 잰 수치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았다. 나중에야 우리가 쬐는 방사선의 절반은 화강암 같은 암반과 토양에서 나오는 라돈 가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머지 가운데 우주에서 내리쬐는 우주선(宇宙線)이 20%, 의료용 방사선이 20%씩이다. 하늘에선 우주선, 땅 밑에선 라돈이니 피할 길이 없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는 해발 고도가 1600m, 1마일이어서 '원 마일 시티'로 불린다. 워낙 높아 우주선이 강한 데다 라돈도 많이 나오는 토질이어서 자연 방사능이 미국 평균의 두 배쯤 된다. 덴버 인구 240만명이 50년 동안 덴버에 살면 다른 미국 도시보다 암 환자가 4800명 더 발생하게 된다고 추정한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덴버의 암 발생률은 미국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간 라돈 가스는 폐 조직을 망가뜨려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화강암 지반이 많은 103개 학교를 조사했더니 교실의 평균 라돈 농도가 ㎥당 432.8베크렐로 나왔다. 기준치 148베크렐의 세 배다. 농도가 7210베크렐이었던 충북 어느 학교는 학생 수도 적고 해서 교육 당국이 아예 폐교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1000~2000베크렐이면 학생들이 담배를 물고 수업을 듣는 정도로 해롭다"고 말했다.

▶라돈 온천은 신경통·류머티즘에 좋다는 주장도 있어 어리둥절해진다. 강도가 강한 고선량(高線量) 방사선은 해롭지만 저(低)선량은 생리 활동을 북돋아 건강에 이롭다는 '호메시스 효과' 가설이다. 당뇨병 실험 쥐에 저선량 방사선을 쪼여줬더니 병세가 나아지더라는 연구도 있었다고 한다. 라돈 온천에 잠깐씩 몸을 담그는 정도론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면 아주 미약한 극저선량 방사선으로 단 한 개라도 암세포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분열을 거듭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한 방 이론(One hit theory)'이라는 논리도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다 듣고 나면 뭐가 뭔지 헷갈리고 만다. 어쨌든 라돈은 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해놓은 만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나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환기(換氣)로 라돈 가스가 집안에 쌓이는 걸 막기만 해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이라면 건물 아래 토양과 암반에서 나온 라돈 가스가 바닥이나 벽에 생긴 틈으로 스며드는 곳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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