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무라카미 하루키

yellowday 2012. 10. 2. 15:44

 

입력 : 2012.10.01 22:23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79년 서른 살에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을 나와 도쿄에서 재즈 카페를 꾸릴 때까지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프로야구를 보러 갔다가 외야로 쭉 뻗어가는 타구(打球)를 보면서 문득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듯 그가 창작의 길에 들어선 동기는 엄숙하지 않다. 그의 소설도 대도시에 홀로 사는 청춘의 공허와 상실을 경쾌하고 산뜻하게 그린다.

▶베스트셀러 '상실의 시대'를 비롯해 하루키 소설을 읽고 나면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든다고들 한다.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탈(脫)현실' 작가로 꼽혀 왔다. 1960년대 좌파 학생운동 전공투(全共鬪) 세대와 달리 현실 참여에 관심을 끊은 80년대 소비사회 신세대를 대변한다고들 했다. 한국에서 '하루키 현상'은 89년 소설 '상실의 시대'가 소개되면서 거세게 일었다. 평론가들은 80년대까지 이념 서적이 지배했던 우리 사회가 90년대 사회주의 몰락 이후 탈이념 시대를 맞아 개인의 공허를 달래주는 하루키 소설을 뜨겁게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2004년 중국 신세대 사이에서도 하루키 소설 '해변의 카프카'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중국 젊은이들은 "일본 작가이지만 글로벌한 감수성이 돋보이기에 일본을 떠올리지 않고서도 읽을 수 있는 소설가"라고 반겼다. 하루키 소설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한 정치와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계화 시대를 살려는 개인일수록 '하루키 마니아'가 된다고들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0년대 들어 체코의 카프카 문학상,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문학상도 받으면서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그가 지난주 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영토 분쟁을 걱정하는 글을 아사히신문에 실었다. 그는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이 '국경을 넘나드는 영혼의 길'까지 막아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히틀러는 잃어버린 영토 회복을 내세워 정권 기초를 다졌다. 우리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고 있다"며 일본 우파 정치인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치인의 국민 선동에 대해 "값싼 술을 마시고 단순 논리를 되풀이하지만 밤이 지나고 남는 것은 두통뿐"이라고도 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이웃 침략에서 비롯된 영토 분쟁은 좀처럼 현실 발언에 나서지 않던 일본 대표 작가마저 '히틀러의 교훈'을 들먹이게 만들었다. 일본 정치인들이 스스로 빨리 깨달아 세 나라 사이 '영혼의 길'에 놓인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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