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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절도 논란 국보급 해례본(훈민정음 상주본), 4년만에 또 반전

yellowday 2012. 9. 8. 07:20

입력 : 2012.09.08 03:08

"무죄 땐 국가에 기탁하겠다"던 배씨, 항소심서 절도 혐의 무죄… 세상에 나올지 관심

배씨 "집 수리하다 발견", 골동품상 조씨 "내 가게서 훔쳐"
민사소송선 조씨 소유 인정… 배씨, 4년간 상주 해례본 숨겨 수차례 압수수색해도 못 찾아
배씨도 조씨도 "국가에 맡길것"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 상주본을 훔쳐 4년 넘게 감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배모(49)씨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진만)는 7일 배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씨가 해례본을 훔쳤다는 판단의 근거가 된 여러 증인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는 등 검찰 측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만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리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번 판결은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된 것이지 상주본이 피고인의 소유라든가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모씨.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이진만 재판장은 이어 피고인 배씨에게 "상주본이 반드시 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과 인류에 대한 책무이므로 전문가에게 맡겨 보관·관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배씨는 "책임지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까.

◇누구 말이 맞을까?

훈민정음 해례본은 지난 2008년 7월 배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공개했다. 경북 상주에서 나왔다고 해서 '상주본'(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인 데다 표기·소리에 대한 주석이 있어 1조원이 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경북 상주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던 조모(67)씨가 "2008년 7월 배씨가 가게에서 고서적 두 박스를 30만원에 사가면서 해례본을 몰래 끼워 넣어 훔쳐갔다"며 배씨를 고발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조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문화재절도범 서모(51)씨도 끼어들었다. 서씨는 1999년 경북 안동시 광흥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훔쳐 조씨에게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왼쪽)과 간송미술관이 소장 하고 있는 국보 70호 기존 해례본.

◇지루한 법정 공방전

작년 6월 대법원은 조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상주본을 보관 중인 배씨에게 물건을 원고에게 넘겨주라고 판결했다. "배씨가 훔친 것이니 조씨에게 돌려주라"는 것이었다. 배씨는 응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 문화재청이 수차례 강제집행과 압수수색을 했으나 허탕이었다. 배씨는 지난 2월 대구지법에서 문화재를 은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하지만 배씨는 "해례본을 조씨에게 넘겨주느니 10년형을 받겠다"며 버텼다.

◇조씨의 '상주본' 국가 기증

'상주본' 소유권자라는 판결을 받은 조씨는 지난 5월 문화재청에 해례본을 기증했다. 물론 '실물'은 없지만 나오면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를 쓴 것이다. 고궁박물관에서 기증식이 떠들썩하게 열렸고 신문·방송이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배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지금 내놓으면 책도 뺏기고 도둑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배씨는 '상주본'을 기증할 생각이 없느냐는 재판장 추궁에 "무죄로 밝혀지면 국가에 기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허종행 사범단속반장은 "지난달 말 배씨를 면회했을 때 상주본을 기증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국가에 위탁하겠다는 뜻은 밝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