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1초

yellowday 2012. 8. 2. 18:36

입력 : 2012.08.01 23:07

1초는 짧지 않다. 1911년 미국에서 '경영의 과학화'를 내세운 경영학자 프레드릭 테일러는 노동시간을 초 단위로 잘게 쪼개 계산했다. "책상 가운데 서랍을 여는 데 0.026초, 닫는 데 0.27초, 옆 서랍을 닫는 데 0.009초, 의자에 앉은 채로 옆에 있는 책상이나 파일함까지 움직이는 데 0.050초." 테일러는 1초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생산성이 30% 넘게 올라간다고 했다.

▶1967년 국제도량형국은 지구촌이 공통으로 쓰는 1초의 표준을 만들었다. 세슘 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을 1초라고 규정했다. 1초를 더 쪼개면 1000분의 1초인 밀리초, 100만분의 1초인 마이크로초, 10억분의 1초인 나노초가 된다. 인공위성에 달린 시계가 1마이크로초라도 틀리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목적지 위치가 실제 위치와 300m만큼 차이가 난다고 한다.

▶1초에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지난해 미국 TV 퀴즈 쇼 '제퍼디'에선 IBM이 만든 수퍼 컴퓨터 왓슨이 퀴즈의 달인들을 꺾었다. 왓슨은 1초에 책 100만권에 해당하는 자료를 검색해 답을 찾아낸다고 한다. 천양희 시인은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라고 노래했다. 시인은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하며 탄식했다.

▶올림픽에서 1초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오심을 막으려고 1000분의 1초까지 잡아내는 카메라가 등장했다. 요즘 런던올림픽에선 1초에 사진 2000장을 찍는 카메라가 동원됐다. 여자 펜싱의 신아람 선수가 엊그제 준결승에서 억울하게 패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신아람은 독일 하이데만과 맞서 승리 직전까지 갔지만 심판이 전광판에 남은 시간을 0초에서 1초로 되돌리는 바람에 공격을 허용해 지고 말았다. 전광판 시간이 1초를 가리키고 있는 동안 하이데만은 모두 1.56초가량 공격해 막판 점수를 땄다.

▶하이데만은 "1초가 1.99초일 수도 있지 않으냐"고 강변했다. 1초와 2초 사이도 1초라는 얘기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1초는 0에서 1초까지 남았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러니 1.99초는 분명히 1초를 넘겨 1초와 2초 사이 시간이다. 국제펜싱연맹도 '1초 오심'을 인정했지만 판정을 뒤집지는 않았다. 연맹은 안팎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신아람에게 '특별상'을 주겠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심판이 1초 만에 실수를 깨닫고 경기 종료를 선언해 신아람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런 희한한 상까지 등장하진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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