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운동선수의 정신력

yellowday 2012. 7. 30. 15:48

입력 : 2012.07.29 23:29

2002년 월드컵 때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우리 팀 마지막 키커였던 홍명보가 성공시킨 골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홍명보가 못 넣고 상대 선수가 넣게 되면 또다시 승부가 원점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홍명보가 오른발 안쪽으로 찬 공은 골문을 뒤흔들었고 숨죽이던 국민은 환성을 터뜨렸다. 홍명보는 두 팔을 치켜들고 멋진 골 세러모니를 국민들에게 선사했지만 그 직전까지만 해도 그의 가슴은 숯 검댕이었다. 실축(失蹴)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나중에 "전날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만약 내일 페널티킥을 얻게 되면 네가 차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곤 "마지막 승부차기를 할 때는 이 킥이 실패하면 이민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찼다"고 했다.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다. 똑같이 고생을 해도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에 따라 선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승리와 패배의 결정적 갈림길에서 선수가 느끼는 긴장과 불안, 심리적 중압감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짓궂게도 관중은 선수의 기량과 함께 그가 얼마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런 숨 막히는 상황을 넘어서는가를 즐긴다.

▶씨름 선수 중에는 시합 10분 전만 되면 몸이 슬슬 굳어지고 쥐가 나는 선수가 있다고 한다. 경기를 앞두고 화장실에 부쩍 자주 가는 선수도 있다. 양궁 경기에서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선수들의 손을 보면 방금 물에 담갔다 꺼낸 것처럼 땀으로 푹 젖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양궁은 선수들이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도록 미사리 경정장이나 잠실 야구장에 가 관중의 소음 속에서 활을 쏘는 연습을 한다.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인도네시아 배드민턴 팀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가상훈련으로 유명했다. 그중 하나가 '오심(誤審) 훈련'이었다. 선수들 연습 경기 중 심판이 일부러 연속해서 오심을 내도록 했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며 선수들은 심판의 모호한 판정이나 명백한 오심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고 다음 샷에 최선을 다하는 정신력을 키웠다.

▶2012년 런던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진종오에게 마지막 한 발을 쏘는 순간만큼 외롭고 힘든 순간이 있었을까. 2위와 점수 차는 불과 1.3점. 한 발만 삐끗하면 세계 최고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진종오는 미니홈피에 "공부를 하든 사격을 하든 성공이란 자기만족이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썼다. 우리 선수들이 이런 자신감과 자기 몰입으로 더 많은 메달 소식을 전해오길 기대한다

'朝日報 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에스타  (0) 2012.08.01
'숲은 천연 에어컨'  (0) 2012.08.01
폭염  (0) 2012.07.28
야사(野史)와 정사(正史)  (0) 2012.07.26
불황형(型) 휴가  (0)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