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06 23:02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詩學)'에서 비극과 희극을 뚜렷이 갈랐다. "비극은 고상한 사람을 모방하고 희극은 저속한 사람을 모방한다." 그는 비극이란 관객에게 두려움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며 형식을 네 가지로 나눠 자세히 풀이했다. 반면 희극은 간략하게 다루기만 하고 정교한 이론을 남기지 않았다. 물론 그는 희극이 열등한 장르라고 규정하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유럽 고전학계에선 이런 추측이 나돌았다. '원래 아리스토텔레스가 희극을 깊이 분석한 시학 2권도 썼지만 중세에 그 책 필사본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그 믿거나 말거나 한 괴담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1980년 마흔여덟 살에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다.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 도서관에서 '시학' 2권을 둘러싸고 연쇄 살인사건이 터진다는 이야기였다. 범인은 수도원의 도서관장이었다. 도서관장은 "웃음은 인간의 얼굴을 일그러뜨려 잔나비로 격하시킨다"며 희극을 죄악시해 '시학' 2권을 금서로 지정했다. 책에 독(毒)도 발라놓았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긴 사람은 독살을 피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그 믿거나 말거나 한 괴담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1980년 마흔여덟 살에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다.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 도서관에서 '시학' 2권을 둘러싸고 연쇄 살인사건이 터진다는 이야기였다. 범인은 수도원의 도서관장이었다. 도서관장은 "웃음은 인간의 얼굴을 일그러뜨려 잔나비로 격하시킨다"며 희극을 죄악시해 '시학' 2권을 금서로 지정했다. 책에 독(毒)도 발라놓았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긴 사람은 독살을 피하지 못했다.
▶'백과사전 지식인'으로 불리는 에코는 책 5만권을 소장하고 있다. 그가 사는 밀라노 집 서재에 3만권을 두고 나머지는 연구실과 교외에 있는 집에 갖다놓는다. 그는 필요한 책을 찾느라 며칠 밤을 새우는 고역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종이책 예찬론자다. "종이책의 죽음이라는 말은 네스호(湖) 괴물처럼 지겨운 유언비어다. 백과사전 같은 책은 인터넷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시와 소설이나 그밖의 많은 글의 경우, 우리는 종이책으로 읽는 습관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에코가 지난 2일 루브르박물관 장서각 이층에서 '장미의 이름' 문고본과 전자책 단말기를 함께 집어던졌다. 당연히 단말기는 박살이 났지만 종이책은 조금 구겨졌을 뿐이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오래간다는 지속성을 보여주려는 퍼포먼스였다. 에코는 "테크놀로지가 모든 것을 금방 구닥다리로 만들다 보니 사람들은 과거를 금방 잊고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의 '종이책 사랑'은 '새것' 거부가 아니다. '옛것'의 망각을 강요하는 문명에 맞서 생각의 끈을 놓지 말자는 지식인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