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음 / 윤석주
조용한 숲에 가만히 손 넣은 어느 봄날
반항도 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직 햇빛 한 번 들지 않는
그 수풀 사랑스럽고 한편 가여워
디밀었던 손 슬며시 거두었던 그 마음
처음 본 그녀에게 마음 뺏겨
내 한평생 사는 것이 홍역이었을까?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잊고 싶었지만
낙엽 지는 밤 더운 커피 생각나듯
한잔 술에 마음보다 가슴이 먼저 기억하는
시간 가고 세월 흘러도
차마, 누구에겐가 말하지 못할
나 죽어
하관할 때 같이 묻혀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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