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기초과학 투자

yellowday 2012. 5. 9. 14:49

입력 : 2012.05.08 22:25

1900년 12월 14일을 '양자(量子)혁명의 날'이라고 부른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양자 개념을 처음 발표한 날이다. 플랑크는 에너지가 연속된 양(量)이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진 덩어리로 돼 있다는 획기적 발상을 내놓았다. 전기회사에서 연구비를 받아 최소 에너지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전구를 연구하다 이 원리를 발견했다. 양자이론이 등장하면서 뉴턴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고전물리학 시대가 막을 내리고 현대물리학 시대가 열렸다.

▶에너지가 불연속 덩어리라는 게 우리 일상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트랜지스터, 반도체 칩, 컴퓨터, 레이저 같은 기술혁명이 양자이론 덕분에 비로소 가능해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처음엔 천재 학자의 지적(知的) 유희쯤으로 비쳤다. 그러나 암세포를 진단하는 양전자단층촬영기(PET) 같은 최첨단 의료장비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서 나왔다. 상대성이론에 맞춰 GPS 위성의 시간장치를 수시로 고쳐주지 않으면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엉뚱한 곳을 가리키게 된다.

▶독일 뮌헨에 플랑크의 이름을 딴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막스 플랑크 협회(Max Planck Gesellschaft)다. 독일 전역의 80개 자연과학·생명과학·인문학 연구소와 5200명의 과학자를 관리하고 한 해 13억유로(1조9000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한다.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노벨 사관학교'라는 별명도 얻었다. 작년 11월 대전에 세워진 기초과학연구원은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벤치마킹했다. 대전과 천안·세종·청원에 들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 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는 예산의 4%가 넘는 적지 않은 돈을 연구개발(R&D)에 쓰지만 그 절반을 제품 개발에 투입해왔다. 그런 방식으로는 언제까지나 남의 뒤만 쫓을 수밖에 없다는 반성 끝에 탄생한 것이 기초과학연구원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이 그제 기초과학 연구를 이끌어갈 각 분야 연구단장 10명을 선발했다. 물리·화학·생명과학·뇌과학 등에서 쟁쟁한 두뇌들이라고 한다.

▶선발 방식도 흔히 연구과제를 먼저 정하고 연구자를 뽑던 방식을 뒤집었다. 각 분야 최고를 골라 연구과제 선정부터 연구원 채용, 연구비 집행까지 전권을 주는 '막스 플랑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7년까지 모두 50명을 뽑아 한 연구단에 한 해 최고 100억원씩 지원하겠다고 한다. 기초과학은 당장 부(富)와 편리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길게 봐서 학문과 사회를 몇 단계 끌어올리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뚝심 있게 받쳐주면 기초과학분야 세계 10대 연구기관의 꿈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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