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한국 벤처의 힘

yellowday 2012. 4. 18. 14:58

입력 : 2012.04.17 22:27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이베이가 2002년 온라인 거래대금 결제시스템 업체 페이팔을 15억달러라는 기록적 금액으로 사들였다. 덕분에 창업 2년도 안 된 페이팔 경영진과 직원들은 순식간에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페이팔 출신들은 그 돈으로 또 다른 벤처기업을 세우거나 벤처자본가로 나서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맥을 이뤄 '페이팔 마피아'로 불린다.

▶페이팔 출신 모임에선 누군가 그럴듯한 창업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고 지원하는 상부상조가 수시로 이뤄진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비즈니스 중심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링크드인, 사진 전문사이트 슬라이드도 페이팔 마피아가 탄생시킨 대표적 성공사례들이다. 일찍이 페이스북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창업자금을 대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이베이의 페이팔 인수를 두고 "실리콘밸리의 부흥을 가져온 역사적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엔 페이스북이 창업 16개월밖에 안 된 사진 공유 소프트웨어 업체를 10억달러에 사들였다. 회사 지분 40%를 갖고 있던 20대 창업자는 단숨에 4억달러라는 떼돈을 거머쥐었다. 실리콘밸리가 세계의 인재와 돈, 아이디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원동력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잇따라 터뜨리는 대박 신화에서 나온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끊임없이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M&A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인재를 수혈(輸血)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벤처 M&A가 매우 드물다. 벤처 창업으로 성공하려면 상당한 매출과 이익을 올릴 때까지 스스로 성장하거나 일정 요건을 갖춰 기업을 상장시켜야만 한다.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가능성도 매우 낮다. 더욱이 국내 대기업들은 유망 기업을 제값 주고 사들이기보다는 기술과 인재를 빼돌려 벤처기업을 말려 죽이기 일쑤다.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벤처 신화 자체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 인텔이 얼마 전 올라웍스라는 우리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올라웍스는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가 눈·코·입·눈썹 같은 얼굴 특징을 인식하거나 웃는 얼굴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인수 가격은 350억원 안팎으로 실리콘밸리의 M&A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 벤처기업으로선 적지 않은 돈이다. 실리콘밸리 대기업이 우리 벤처기업을 주목하게 된 것부터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올라웍스 매각이 우리 IT업계에서도 벤처 M&A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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