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15 22:0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열 살 때부터 하와이에서 백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외조부모는 피부빛이 검은 손자를 정성껏 키웠다. 열심히 돈을 벌어 손자를 하와이 명문 사립학교에도 보냈다.
재즈를 좋아한 할아버지는 시를 쓰는 흑인 친구 집에 어린 오바마를 자주 데리고 갔다.
오바마는 인종 차별을 모른 채 잘 자랐지만 자서전에서 열여섯 살 때 처음 흑백 차이를 깨달았다고 했다.
▶소년 오바마는 어느날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에게 한 말을 들었다.
할머니는 버스정류장에서 낯선 흑인 남자와 홀로 마주쳤다고 했다. 흑인이 거칠게 굴며 구걸하자 할머니는 1달러를 줬다.
흑인이 언제 머리를 내려칠지 몰라 떨었다고 했다. 오바마는 할머니가 무심코 말한 '흑인 공포증'에 "발밑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인종을 구분짓고 혐오하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프랑스 파리 법원은 지난달 겔랑 향수 제조자 장-폴 겔랑에게 벌금 6000유로(900만원가량)를 물렸다.
겔랑이 2년 전 TV에서 새 제품을 홍보하면서 "이번만큼은 '네그르(negre:깜둥이)'처럼 일했다"며 흑인을 비하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선 무심코 인종 차별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아 나라 망신을 시킨다. 지난 1월 TV 예능프로그램 '세 바퀴'에서
여성 출연자들이 입술이 두툼한 흑인 분장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이 동영상을 본 해외 네티즌들은 "구역질 나는 인종차별"이라고 분노했다.
▶2년 전엔 TV에 출연한 어느 여자 탤런트가 필리핀식 영어 발음을 우스꽝스럽게 흉내냈다가 필리핀에서 문제가 되자 공개 사과했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선 외모가 촌스러운 연예인을 가리켜 "중국인을 닮아 어딘가 2% 부족한 외모"라고 해 중국 네티즌들을 성나게 했다.
4·11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후보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자 인터넷과 트위터에 인종 차별 막말이 쏟아졌다.
"매매혼으로 팔려온 ×이 뭘 안다고 정치를 해" 같은 욕설도 나왔다.
▶이자스민 당선자는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를 했고, 서울시의 첫 외국인 공무원으로 일해왔다.
2년 전 한국인 남편이 물에 빠진 딸을 구하려다 심장마비로 숨지는 아픔도 겪었다.
슬픔을 딛고 꿋꿋하게 사는 그녀를 향해 막말을 퍼부은 사람들은 주로 야권 지지자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외국인 혐오증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기 싫다는 철부지 앙탈이나 마찬가지다. 자기와 입장이 다른 정당의 승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다문화 사회의 기본 윤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부터가 무리가 아닐까.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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