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족발

yellowday 2012. 4. 14. 19:31

입력 : 2012.04.13 22:49

맹자가 말했다. "물고기도, 곰 발바닥도 먹고 싶지만 둘 다 먹을 수 없다면 곰 발바닥을 먹겠다." 목숨보다 의로움을 택하겠다는 비유이지만, 곰 발바닥이 별미는 별미였던 모양이다. 중국인은 짐승의 몸을 버티는 발에 정기가 모여 있다며 즐겨 먹었다. 사기(史記)에 '돼지 발에 한 잔 술(豚蹄盂酒)'이라는 말도 있다. 적은 술에 초라한 안주, 보잘것없음을 가리킨다. 가장 서민적인 발 음식이 돼지 족이었던 셈이다.

중국 생일상엔 장수를 비는 음식으로 국수와 함께 족발이 오른다. 작은 돼지 발이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아무리 추워도 동상에 걸리지 않는 강인함을 얻겠다는 뜻이다. 다양한 족 요리 중에 이름난 게 훙샤오주티다. 짙은 갈색을 띤 조림이 썰어내기 전 우리 족발을 빼닮았다. 작년엔 가짜 족발까지 나왔다. 냉동육을 돼지가죽으로 싸고 착색제와 발암물질 아초산나트륨을 넣어 만든다고 한다.

독일 맥줏집에 가면 사람들이 큼직한 돼지 발목을 열심히 썰어 먹는다. 오븐에서 두 시간쯤 삶고 구워낸 학세다. 갈색 껍질이 바삭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맥주에 푹 삶아내 부드러운 건 아이스바인이다. 프랑스엔 달콤한 조림 '피에 드 코숑(돼지 발)'이 있다. 이탈리아 족찜 참포네엔 발톱이 고스란히 붙어 있다. 우리 족발은 6·25 후 서울 장충동에서 이북 아주머니들이 팔기 시작한 이래 '국민 음식'이 됐다. 돼지 족은 원래 탕과 찜으로 먹었다. 산모가 젖이 안 나오면 족에서 뽀얀 국물이 우러나도록 푹 고아 먹이곤 했다.

▶엊그제 북한 중앙통신 사진에 돼지 '발쪽'이 등장했다. 평양 어느 병원 마당에서 환자들이 허연 돼지 맨발을 한 덩어리씩 받아들고 감격해 우는 사진이다. 15일 김일성 생일 100년을 앞두고 김정은이 하사한 선물이라고 한다. 작년 2월 미국 시민단체들이 북한 농촌을 돌며 만든 식량 실태조사 보고서가 생각난다. 평북 철산군 어느 집 여섯 식구는 마지막으로 달걀이나 고기를 먹은 것이 "작년 10일 10일"이었다고 했다. 노동당 창건일 하사품으로 받은 그 뒤로 단백질을 못 먹었다는 얘기다.

 ▶이 집 식구들은 번 돈의 90%를 들여 곡식을 사고, 말린 푸성귀와 산나물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런 처지에 '발쪽' 한 덩어리를 받으면 눈물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하사품이 '특별시민'들만 산다는 평양을 벗어나 시골에도 갔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진은 내부 선전용으로 충분할 텐데 통신사를 통해 외부로 나가게 하는 북한 당국의 머릿속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외부 세계 눈엔 그것이 지상천국의 모습이 아니라 웃음거리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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