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버바 왓슨의 눈물

yellowday 2012. 4. 13. 18:22

입력 : 2012.04.10 23:12 | 수정 : 2012.04.10 23:26

1996년 6월 아버지날, 데이비스 러브 3세가 US오픈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그린에 올랐다. 데뷔 후 12년을 기다려온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그는 1988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뜬 아버지를 생각하다 버디퍼트를 놓쳤고 90㎝ 파퍼팅마저 실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듬해 PGA챔피언십 마지막 날엔 부슬비가 내렸다. 선두를 달리던 러브 3세가 마지막 홀 페어웨이를 걸어갈 때 비가 그쳤다. 그는 영롱한 무지개가 뜬 그린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하늘은 러브 3세를 축하했다. 그가 우승하자 경기 내내 불던 강풍이 멎었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나타나 하늘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였다. 사람들은 살아서 아들의 우승을 보지 못한 아버지 러브 2세가 하늘에서 내려다본다고 했다. 전설적 골프코치 러브 2세는 아들이 생후 18개월 때부터 골프를 가르쳤다. 훈련과 훈계 대신 사랑과 진심을 기울여 아들을 몸가짐 반듯한 골퍼로 키웠다.

▶버바 왓슨은 아버지가 골프 애호가였다. 그는 2010년 PGA에서 처음 우승한 뒤 울음을 터뜨리며 "아버지께 승리를 바친다"고 했다. 미군 특수부대원이었던 아버지는 힘겹게 암과 싸우고 있었다. 여섯 살 왓슨에게 클럽을 쥐여주곤 솔방울부터 치게 하면서 골프의 재미를 가르친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이 첫 승을 거둔 지 넉 달 만에 숨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왓슨은 "신의 섭리는 늘 옳다"며 슬픔을 눌렀다.

▶왓슨은 아버지를 여읜 뒤 "골프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삶에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다"며 자선활동에 나섰다. 그가 핑크빛 드라이버로 공을 300야드 넘게 날릴 때마다 후원업체가 300달러씩 암환자 돕기 기부를 한다. 지금까지 326차례 드라이버를 휘둘러 200차례를 모금했다. 암으로 숨진 아버지를 왓슨 나름대로 기리는 자선 방식이다.

▶왓슨이 그제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를 제패한 뒤 어머니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 그는 결혼 전에 아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뇌하수체 이상(異常)'이 있다"고 하자 "하나님이 우리에게 입양을 하라고 하시는 것"이라며 오히려 달랬다. 얼마 전 그는 생후 6주 된 사내아이를 입양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들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글썽였다. 언론은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지만 새로 아빠가 된 남자가 승리해 울먹였다"고 했다. 왓슨은 "마스터스 우승보다 오늘이 부활절이라는 게 더 뜻깊다"고도 했다. 효심(孝心)이 하늘에 닿고 믿음을 선행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이 돌아간 것은 천상(天上)의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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