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어이없는 지하철 방송

yellowday 2012. 4. 9. 18:24

입력 : 2012.04.08 23:08 | 수정 : 2012.04.09 09:25

서울 지하철 7호선 기관사 민병준씨의 열차 내 안내방송은 승객들 사이에 유명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저출산 시대에 임산부는 국가유공자나 다름없습니다. 옆에 임산부가 계시면 자리를 양보합시다." "문이 닫힌 후 달리는 전동차에 탈 수 있는 건 수퍼맨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두고 내리신 물건은 무임승차 죄목으로 유실물센터에 구류되오니, 면회 가는 일 없도록 물건을 잊지 마십시오."

▶지하철 기관사들의 재치있는 안내 방송은 열차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하루 고단함을 달래주는 청량제다. 같은 말이라도 "이번 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어느 쪽일까요?"라고 되묻는 안내방송을 들으면 승객들 입가엔 절로 미소가 번진다. 얼마 전 인터넷에는 퇴근길 승객들을 훈훈하게 한 지하철 기관사의 방송 내용이 실렸다. "우리 고객님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 받은 일 다 열차에 풀어내십시오. 이 열차, 고객님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지난해 서울 지하철 이용객은 24억명이다. 하루 660만명이 이용하는 셈이니 지하철은 말 그대로 '시민의 발'이다. 지하철 기관사들은 땅 속 30m 어두운 곳에서 홀로 수천명씩 실어 나른다. 탁한 공기, 진동과 소음,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같은 것들이 보통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승객의 안전을 앞세우고 승객을 마음 편하게 모시려는 기관사들이 많기에 시민들은 오늘도 지하철을 찾는다.

▶금요일 밤 11시 지하철 6호선 월곡역에서 기관사가 회사의 인사 발령에 대한 불만을 열차 내 방송으로 늘어놓느라 열차 출발을 5분 지연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기관사는 "잠시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겠다"며 "어제 출근했더니 7호선으로 발령이 났다"고 말했다. 그리곤 회사를 향해 "인사권을 마구 휘둘러대는 ○○○님, 기관사 그만 죽이세요. 정중히 대화와 소통을 요구합니다"라고 했다. 최근 왕십리역에서 기관사가 선로에 투신한 것도 회사의 잘못된 인사 탓이라고 했다.

▶2005년 일본 효고 현에서는 열차 탈선으로 54명이 죽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는 기관사가 평소보다 1분 늦은 운행시간을 만회하려는 조바심으로 선로가 휘어지는 구간에서 규정 속도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달려 일어났다. 많은 생명을 싣고 달리는 기관사나 조종사의 심리 상태는 그래서 중요하다. 입사 때 인성검사로 끝났다고 할 게 아니라 마음의 상태가 승객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매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인사 불만을 승객을 향해 터뜨리는 기관사가 핸들을 잡고 있는 열차 안에서 승객들은 일분일초가 길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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