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주말 텃밭

yellowday 2012. 4. 5. 07:36

 

주말농장 상추가 맛있는 이유는 어린 상추라서다. 시장에서 파는 어른 손바닥만 한 상추를 씹는 느낌하고 자기 밭에서 딴 아기 손바닥만 한 어린 상추를 씹는 느낌은 다르다. 고추나 깻잎도 아기 손가락 크기만 할 때 따 먹어야 진짜 맛이 난다. 알타리무, 열무는 씨 뿌린 다음 어린 싹이 무성해졌을 때 솎아낸 놈을 먹어봐야 한다. 봄에 텃밭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백일홍 씨를 뿌려놓으면 거의 늦가을까지 꽃도 구경할 수 있다.

▶주말농장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남한테 나눠주기'다. 한 해 10만원 사용료를 내고 빌린 서너 평 텃밭에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채소가 나온다. 그걸 상자에 담아 아는 사람들 집에 배달시켜본 '초보 농부'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시장서 사는 값의 다섯 배, 열 배 배달비가 드니까 경제적으론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즐거움은 그보다 훨씬 값지다.

▶작년엔 집 베란다에서 텃밭을 시도해봤다. 인천 목재시장에서 판자목을 몇 만원어치 사다가 자르고 못 박고 해서 상자를 만든 뒤 흙을 채워 채소를 심었는데 재미를 못 봤다. 식물은 화분만큼만 자란다는 말이 있다. 마당에서 1m 이상 자라는 방울 토마토도 화분에 심어놓으면 30㎝쯤 자라다가는 비실비실하고 만다. 뿌리를 맘껏 뻗지 못해서일 것이다.

▶서울시가 용산구 이촌동 한강변에 텃밭을 만들어 분양하려 하자 국토해양부가 "한강을 오염시킨다"며 제동을 걸었다. 텃밭 갖고 뭘 그러나 싶기도 한데 원칙으로 보면 문제는 문제다. 정부가 4대강 사업 하면서 하천 둔치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보상비를 2200억원이나 주고 농사를 그만 짓게 했다. 텃밭에서 친환경 비료를 쓴다 해도 장마철에 물이 넘치면 영양물질이 강물로 들어가게 된다. 4대강변 다른 지자체들이 "나도 서울시처럼 하겠다"고 나서면 그건 또 어쩔 건가.

▶서울시는 이촌동 텃밭을 500명에게 분양하려 했다가 5700명이나 신청하자 면적을 키우고 분양자도 1000명으로 늘렸다. 서울시가 다른 곳에라도 땅을 확보해 시민들의 텃밭 농사 욕구를 채워줄 필요가 있다. 경기도 과천에선 시(市)가 플라스틱 상자에 배양토를 담은 '상자 텃밭'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미국에선 비좁은 아파트에서도 채소를 키우는 '창문농장(www.windowfarms.org )'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창문 같은 데에 작은 화분 크기 재배 용기를 네 개씩 수직으로 매달아 수경(水耕) 재배를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누군가 그런 걸 개발해 보급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한다. 농부를 흉내내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하는 도시 사람이 이 땅에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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