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

yellowday 2012. 3. 26. 22:59

입력 : 2012.03.25 23:09

김용은 다섯 살 때 치과의사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학창 시절엔 학생 대표로 '졸업식 고별 연설'을 도맡았던 최고 우등생이었고, 그의 성공 스토리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했다. 2009년 아시아계로서 처음으로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이 되자 "미국 사회의 인종 장벽 하나가 허물어졌다"고들 했다. 세계은행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그를 새로운 총재로 선택하면 그 장벽이 또 하나 허물어진다.

▶작년에 다트머스대 학생신문은 연일 김용 총장을 비난했다. 한 남학생 동아리에서 '토사물로 만든 오믈렛 먹이기' 같은 비인간적인 신입생 신고식을 가졌다는 게 알려져 분위기가 흉흉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며 날을 세웠다. 학생신문은 총장이 3만달러짜리 커피머신을 들여놨다는 가십까지 싣고 대학예산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도 "총장이 캠퍼스를 너무 비운다"며 학생들 편에 섰다.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교수들에게만 별도 예산 보고서를 보냈고, 공개 미팅을 가지면서 사태를 다잡았다. 김 총장은 대학 콘서트 '다트머스 아이돌'에도 깜짝 출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검정 점퍼 차림으로 K팝 아이돌 못지않은 춤 실력을 뽐냈고, 흰색 우주복을 입고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라는 랩송을 불렀다. 포브스지와 뉴욕타임스는 '왜 오바마는 김용을 세계은행 지도자로 선택했을까'라는 기사에 이 동영상을 띄워놓았다.

▶김 총장은 빈민지역에서 저비용 치료모델을 만들어낸 의료 행정가다. 그는 1987년 '파트너스 인 헬스'(PIH)라는 비영리 기구를 조직해 아이티 결핵환자를 돌봤다. 현지인을 고급 의료인력으로 키워내 맞춤치료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미국에서 1만5000~2만달러쯤 드는 치료를 아이티에서 150~200달러까지 낮췄다. 아이티 결핵환자 10만여명이 완쾌됐다.

▶PIH 모델은 페루·러시아 같은 여러 나라에서 큰 성과를 냈다. 1998년엔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도입했다. 김용은 오바마의 의료정책에는 비판적이다.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바마를 매혹시켜 경제전문가도 아닌 의사(醫師) 김용을 매년 600억달러씩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수장(首長) 후보로 끌어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미국·유럽이 독차지한다는 제3세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선택일 수도 있다. 빈민지역에서 성공을 거둔 김용식(式) 치료 방법이 세계 경제에는 어떤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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