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古詩 漢詩

굴원(屈原)의 어부사(漁夫辭)

yellowday 2011. 3. 24. 19:11

 

굴원이 이미 쫓겨나 江潭(강담)에서 노닐고 못가를 거닐면서 詩(시)를 읊조릴 적에
안색이 초췌하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漁父(어부)가 그를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三閭大夫(삼려대부)가 아닙니까? 어인 까닭으로 여기까지 이르렇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 그래서 추방을 당했소이다."


어부(漁父)가 이에 말했다.

"聖人(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을 따라 옮기어 나가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왜 그 진흙을 휘젖고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있으면 왜 그 술 지게미를 먹고 薄酒(박주)를 마시지 않고는
무슨 까닭으로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이에 대답하였다.

"내 듣기로, 막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冠(관)을 퉁겨서 쓰고
막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이다.
어찌 몸의 반질반질한 곳에 外物(외물)의 얼룩덜룩한 것을 받겠소?
차라리 湘江(상강)에 뛰어들어 강 물고기의 배속에서 葬事(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희디흰 純白(순백)으로 世俗(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쓴단 말이요?"

 

漁父(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배의 노를 두드려 떠나가며 이에 노래를 불렀다.

"滄浪(창랑)의 물 맑으면 내 갓 끈을 씻으리요, 滄浪(창랑)의 물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요."

 

창랑지수청혜 (滄浪之水清兮)어든,

가이탁오영    (可以濯吾纓)이오

창랑지수탁혜 (滄浪之水濁兮)어든,

가이탁오족    (可以濯吾足)이로다.

 

그는 마침내 떠나가고 굴원은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못하였다.

 

사기》에는 <회사부(懷沙賦)>를 싣고 있는데, 
이는 절명(絶命)의 노래이다. 
한편, 자기가 옳고 세속이 그르다고 말하고, 
난사(亂辭:최종 악장의 노래)에서는, 
죽어서 이 세상의 유(類:법·모범)가 되고 
자살로써, 간(諫)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창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죽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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