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연산군 4) 매계(梅溪) 조위(曺偉) 지은 가사로 작자가 1498년(연산군4)의 무오사화에서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전남 순천(順天)으로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이다.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 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선왕(先王:성종)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을 읊었는데, 이것은 한국 최초의 유배가사(流配歌辭)이다. 지은이가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유배된 뒤 귀양살이하는 원통함을, 천상에서 하계로 추방된 처지에서 옥황상제로 비유된 성종에게 하소연한 내용으로 작품의 가의(歌意)가 굴원의 '천문(天問)'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정철의 '사미인곡'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만분가‘는 한편으로는 임을 잃은 여성을 서정적 자아로 설정하여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辭의 형상을 취하는 한편, '만분가'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유배를 당하게 된 현실에 대한 발분의 정서를 아울러 표출하는 특징을 갖는 유배 가사로 작가가 귀양간 처지를 천상 백옥경에서 하계로 추방된 것에 비유하여 지은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당시 지배체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지배체제의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는 왕권이었고, 그 왕권에 순응할 때만이 그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래서 어떤 유배가사라도 왕권에 도전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왕으로부터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유배가사는 왕의 은총을 회복하고자 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만분가(萬憤歌)
만분가(萬憤歌)
[서사] : 적소에서 왕에게 흉중 말씀을 실컷 호소하고 싶은 마음(글을 쓴 동기)
천상(天上) 백옥경(白玉京) 십이루(十二樓) 어듸매오 / 오색운(五色雲) 깁픈 곳의 자청전(紫淸殿)이 가려시니 / 천문(天門) 구만리(九萬里)를 꿈이라도 갈동말동 / 차라리 싀여지여 억만(億萬)번 변화(變化)하여 / 남산(南山) 늣즌 봄의 두견(杜鵑)의 넉시 되여 / 이화(梨花) 가디 우희 밤낫즐 못 울거든 / 삼청동리(三淸洞裡)의 졈은 한널 구름 되여 / 바람의 흘리 나라 자미궁(紫微宮)의 나라 올라 / 옥황(玉皇) 향안전(香案前)의 지척(咫尺)의 나아 안자 / 흉중(胸中)의 싸힌 말삼 쓸커시 사로리라
천상 백옥경(하늘 위의 궁전)의 열두 누각은 어디인가? / 오색 구름 깊은 곳에 자청전(하늘의 신선이 사는 집)이 가렸으니, / 구만 리 먼 하늘을 꿈이라도 갈동 말동. / 차라리 죽어서 억만 번 변화하여 / 남산의 늦은 봄날 두견이 넋이 되어 / 배꽃 가지 위에서 밤낮으로 못 울거든 / 삼청 동리(신선이 사는 고을 안)에 저문 하늘 구름 되어 / 바람에 흩날리며 날아 자미궁(천제의 거처, 황궁)에 날아올라 / 옥황상제 앞에 놓인 상 앞에 가까이 나가 앉아 / 가슴 속에 쌓인 말씀 실컷 사뢰리라.
[본사] : 사화로 인해 억울하고 처참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으나 이 역시 천명이니 황제의 처분만 바란다는 내용(자기를 굴원에 비유)
어와, 이 내 몸이 천지간(天地間)의 느저 나니 / 황하수(黃河水) 말다만난 초객(楚客)의 후신(後身)인가 / 상심(傷心)도 가이 업고 가태부(賈太傅)의 넉시런가 / 한숨은 무스 일고 형강(荊江)은 고향(故鄕)이라 / 십년(十年)을 유락(流落)하니 백구(白鷗)와 버디 되어 / 함께 놀쟈 하엿더니 / 어루난 듯 괴난 듯 / 남의 업슨 님을 만나 / 금화성(金華省) 백옥당(白玉堂)의 꿈이조차 향긔롭다
아아 이내 몸이 천지간에 늦게 나니 / 황하수 맑다마는 굴원의 후신인가 / 상심도 끝이 없고 가의의 넋이런가 / 한숨은 무슨 일인고 형강(유배지를 가리킴)은 고향이라 / 십 년을 유배 생활로 떠돌아다니니 갈매기와 벗이 되어 / 함께 놀자 하였더니 아양을 부리는 듯 사랑하는 듯 / 남의 없는 임(성종 임금)을 만나 / 금화성 백옥당(적송자가 득도한 곳)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五色)실 니음 졀너 님의 옷슬 못 하야도 / 바다 가튼 님의 은(恩)을 추호(秋毫)나 갑프리라 / 백옥(白玉) 가튼 이 내 마음 님 위하여 직희더니 / 장안(長安) 어제 밤의 무서리 섯거치니 / 일모수죽(日暮脩竹)의 취수(翠袖)도 냉박(冷薄)할샤 / 유란(幽蘭)을 것거 쥐고 님 겨신 듸 바라보니 / 약수(弱水) 가리진 듸 구름 길이 머흐러라 / 다 서근 닭긔 얼굴 첫맛도 채 몰나셔 / 초췌(憔悴)한 이 얼굴이 님 그려 이러컨쟈 / 천층랑(千層浪) 한가온대 백척간(百尺竿)의 올나더니 / 무단(無端)한 양각풍(羊角風)이 환해중(宦海中)의 니러나니 / 억만장(億萬丈) 소희 빠져 하날 따흘 모랄노다
오색실 이음이 짧아 임의 옷을 못하여도 / 바다 같은 임의 은혜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 백옥 같은 이내 마음 임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 치니 / 해질녘 긴 대나무에 의지하여 서 있으니 푸른 옷소매도 냉박하구나. / 난꽃을 꺾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 약수 가로놓인 데 구름길이 험하구나. / 다 썩은 닭의 얼굴 첫 맛도 채 몰라서(임의 성격도 파악하기 전에) / 초췌한 이 얼굴이 임 그려서 이리 되었구나 / 험한 물결 한가운데 긴 장대 위에 올랐더니 / 끝이 없는 회오리바람이 관리의 사회 중에 내리나니 / 억만장 못에 빠져 하늘땅을 모르겠도다.
노(魯)나라 흐린 술희 한단(邯鄲)이 무슴 죄(罪)며 / 진인(秦人)이 취(醉)한 잔(盞)의 월인(越人)이 무음 탓고 / 성문(城門) 모딘 불의 옥석(玉石)이 함긔 타니 / 뜰 압희 심은 난(蘭)이 반(半)이나 이우례라 / 오동(梧桐) 졈은 비의 오기럭기 우러 롈 제 / 관산만리(關山萬里) 길이 눈의 암암 발피난 듯 / 청련시(靑蓮詩) 고쳐 읇고 팔도 한을 슷쳐 보니 / 화산(華山)의 우난 새야 이별(離別)도 괴로왜라 / 망부산전(望夫山前)의 석양(夕陽)이 거의로다 / 기도로고 바라다가 안력(眼力)이 진(盡)톳던가 / 낙화(落花) 말이 업고 벽창(碧窓)이 어두브니 / 입 노른 삿기 새들 어이도 그리 건쟈 / 팔월추풍(八月秋風)이 뛰집을 거두으니 / 븬 깃의 싸인 알히 수화(水火)랄 못 면토다 / 생리사별(生離死別)을 한 몸의 흔자 맛따 / 삼천장(三千丈) 백발(白髮)이 일야(一夜)의 기도 길샤 / 풍파(風波)의 헌 배 타고 함께 노던 져뉴덜아 / 강천(江天) 지난 해의 주집(舟楫)이나 무양(無恙)한가 / 밀거니 혀거니 염예퇴(艶預堆)랄 겨요 디나 / 만리붕정(萬里鵬程)을 멀니곰 견주더니 / 바람의 다브치여 흑룡강(黑龍江)의 떠러진 닷 / 천지(天地) 가이 업고 어안(魚雁)이 무정(無情)하니 / 옥(玉) 가탄 면목(面目)을 그리다가 말년지고 / 매화(梅花)나 보내고져 역로(驛路)랄 바라보니 / 옥량명월(玉樑明月)을 녀보던 낫비친 닷
노나라(중국의 동중부에 있던 나라) 흐린 술에 한단(중국의 중서부에 있던 조나라의 서울)이 무슨 죄며 / 진나라 사람들(중국의 서북지방)이 취한 잔에 월나라 사람들(중국의 동남지방)이 웃음을 웃은 탓인가?(무관하다는 뜻) /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 뜰 앞에 심은 난이 반이나 시들었구나. / 저물녘 오동잎에 내리는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 관산 만릿길이 눈에 암암 밟히는 듯. / 이백의 시를 고쳐 읊고 팔도한을 스쳐보니 /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 망부 산전에 석양이 되었구나. / 기다리고 바라다가 시력이 다했던가 / 낙화는 말이 없고 창문이 어두우니 / 입 노란 새끼 새들이 어미를 그리는구나. / 팔월 추풍이 띳집을 거두니 / 빈 새집에 쌓인 알이 물과 불을 못 면하도다. / 살아서 이별하고 죽어서 헤어짐을 한 몸에 혼자 맡아 / 긴 흰머리가 하룻밤에 길기도 길구나. /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 하늘이 보이는 강에 지는 해에 배와 노는 별 탈이 없는가? / 밀거니 당기거니 염예퇴(뱃사람들이 물살을 조심하던 곳)를 겨우 지나 / 만 리나 되는 멀고도 험한 길을 멀리멀리 견주더니 / 바람에 당겨서 붙게 하여 흑룡강에 떨어진 듯 / 천지는 끝이 없고 물고기와 기러기가 무정하니 / 옥 같은 얼굴을 그리다가 말려는지고 / 매화나 보내고자 역마를 바꿔 타는 곳과 통하는 길을 바라보니 / 옥 대들보에 걸린 밝은 달을 옛 보던 낯빛인 듯.
양춘(陽春)을 언제 볼고 눈비랄 혼자 마자 / 벽해(碧海) 너븐 가의 넉시조차 흣터지고 / 내의 긴 소매랄 눌 위하여 적시고 / 태상(太上) 칠위분이 옥진군자(玉眞君子) 명(命)이시니 / 천상(天上) 남루(南樓)의 생적(笙笛)을 울니시며 / 지하(地下) 북풍(北風)의 사명(死命)을 벗기실가 / 죽기도 명(命)이요 살기도 하나리니 / 진채지액(陳蔡之厄)을 성인(聖人)도 못 면하며 / 유예비죄(縷絏非罪)랄 군자(君子)인들 어이 하니 / 오월비상(五月飛霜)이 눈물로 어릐난 듯 / 삼년대한(三年大旱)도 원기(寃氣)로 늬뢰도다 / 초수남관(楚囚南冠)이 고금(古今)의 한둘이며 / 백발황상(白髮黃裳)의 셔룬 일도 하고 만타 / 건곤(乾坤)이 병(病)이 드러 혼돈(混沌)이 죽근 후의 / 하날이 침음(沈吟)할 듯 관색성(貫索星)이 비취난 듯 / 고정의국(孤情依國)의 원분(怨憤)만 싸혓시니 / 차라리 할마(瞎馬)가치 눈 감고 지내고져 / 창창막막(蒼蒼漠漠)하야 못 미들슨 조화(造化)일다 / 이러나 져러나 하날을 원망할가
햇볕을 언제 볼까 눈비를 혼자 맞아 / 푸른 바다 넓은 가에 넋조차 흩어지니 / 나의 긴 소매를 누굴 위하여 적시는가? / 태상 일곱 분이 신선의 명이시니 / 천상 남루에 생황과 피리를 울리시며 / 지하 북풍의 죽을 목숨을 벗기실까 / 죽기도 운명이요 살기도 하늘이니 / 진과 채에서 당한 횡액을 공자도 못 면하며 / 죄인처럼 묶였으나 죄가 없음을 군자인들 어이 하겠는가? / 오월 서리가 눈물로 어리는 듯 / 삼 년 큰 가뭄도 원한으로 되었구나. / 죄 지은 사람이 고금에 한둘이며 / 고위직의 늙은 신하의 서러운 일도 많기도 많다. / 하늘과 땅이 병이 들어 혼돈(하늘과 땅이 아직 나눠지기 전의 상태)이 죽은 후에 / 하늘이 침울할 듯 천한 사람의 감옥이 비취는 듯 / 유배지에서 나라만 생각하는 충정에 원망스럽고 분한 마음만 쌓였으니 / 차라리 한 눈이 먼 말 같이 눈 감고 지내고 싶구나. / 울적하고 막막하여 못 믿을 쏜 조화로다 / 이러나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도척(盜跖)도 셩히 놀고 백이(伯夷)도 아사(餓死)하니 / 동릉(東陵)이 놉픈 작가 수양(首陽)이 나즌 작가 / 남화(南華) 삼십편(三十篇)의 의논(議論)도 하도 할샤 / 남가(南柯)의 디난 꿈을 생각거든 슬므어라 / 고국송추(故國松楸)를 꿈의 가 만져 보고 / 선인(先人) 구묘(丘墓)를 깬 후(後)의 생각하니 / 구회간장(九回肝腸)이 굽의굽의 그쳐셰라 / 장해음운(長海陰雲)의 백주(白晝)에 흣터디니 / 호남(湖南) 어늬 고디 귀역(鬼蚸)의 연수(淵藪)런디 / 이매망량(魑鬽魍魎)이 쓸커디 저즌 가의 / 백옥(白玉)은 므스 일로 청승(靑蠅)의 깃시 된고
큰 도적도 몸성히 놀고 백이도 굶어죽으니 /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 <장자> 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 남가(고을 이름. 남가지몽의 옛일에서 한 때의 부귀와 권세는 꿈과 같음을 일컫게 됨)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 고국의 송추(소나무와 가래나무. 무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꿈에 가 만져 보고 / 선인의 무덤을 깬 후에 생각하니 / 겹쳐진 속마음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 장해음운(병을 발생하게 하는 구름)이 대낮에 흩어지니 / 호남의 어느 곳이 귀역(몰래 남을 해치는 물건. 음험한 사람에 비유하는 말)의 연수(사물이 모여드는 곳, 못과 숲)런지 / 도깨비가 실컷 젖은 가에 / 백옥은 무슨 일로 쉬파리의 깃이 되었는가.
북풍(北風)의 혼자 셔셔 가 업시 우난 뜻을 / 하날 가튼 우리 님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 목란추국(木蘭秋菊)에 향기(香氣)로운 타시런가 / 첩여(婕妤) 소군(昭君)이 박명(薄命)한 몸이런가 / 군은(君恩)이 물이 되여 흘너가도 자최 업고 / 옥안(玉顔)이 꽃이로되 눈믈 가려 못 볼로다 / 이 몸이 녹가져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요 / 이 몸이 싀여져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라 / 노가디고 싀어지여 혼백(魂魄)조차 흣터지고 / 공산(空山) 촉루(髑髏)가치 님자 업시 구니다가 / 곤륜산(崑崙山) 제일봉의 만장송(萬丈松)이 되여 이셔 / 바람비 쁘린 소리 님의 귀예 들니기나 / 윤회(輪回) 만겁(萬怯)하여 금강산(金剛山) 학(鶴)이 되어 / 일만(一萬) 이천봉(二千峯)의 마음껏 소사 올나 / 가을 달 발근 밤의 두어 소리 슬피 우러 / 님의 귀의 들니기도 /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일다
북풍에 혼자 서서 가없이 우는 뜻을 /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 목란추국(목란과 가을국화)에 향기로운 탓이런가, / 첩여 소군(한나라 때의 반첩여와 궁녀)이 박명한 몸이런가. / 임금의 은혜가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 없고 / 임금의 얼굴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 처분이라. / 녹아지고 죽어서 혼백조차 흩어지고 / 공산 해골같이 임자 없이 굴러다니다가 / 곤륜산 제일봉에 매우 큰 소나무가 되어 있어 / 바람 비 뿌린 소리 임의 귀에 들리게 하거나 / 윤회 만겁하여 금강산 학이 되어 /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 임의 귀에 들리게 하는 것도 / 옥황상제 처분이겠구나.
[결사] : 원한에 쌓인 자기의 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일 누구든 제 뜻을 알아주는 이만 있다면 평생을 함께 사귀고 싶다고 함
한(恨)이 뿔희 되고 눈믈로 가디 삼아 / 님의 집 창 밧긔 외나모 매화(梅花) 되여 / 설중(雪中)의 혼자 픠여 침변(枕邊)의 이위난 듯 / 월중소영(月中疎影)이 님의 옷의 빗취어든 / 어엿븐 이 얼굴을 네로다 반기실가 / 동풍(東風)이 유정(有情)하여 암향(暗香)을 불어 올려 / 고결(高潔)한 이 내 생계 죽림(竹林)의나 부치고져 / 뷘 낙대 빗기 들고 뷘 배랄 혼자 띄워 / 백구(白溝) 건네 저어 건덕궁(乾德宮)의 가고지고 / 그려도 한 마음은 위궐(魏闕)의 달녀 이셔 / 내 무든 누역 속의 님 향한 꿈을 깨여 / 일편(一片) 장안(長安)을 일하(日下)의 바라보고 / 외오 굿겨 올히 굿겨 이 몸의 타실넌가 / 이 몸이 전혀 몰라 천도(天道) 막막(漠漠)하니 / 물을 길이 전혀 업다 복희씨(伏羲氏) 육십사괘(六十四卦) / 천지만물(天地萬物) 상긴 뜻올 주공(周公)을 꿈의 뵈와 / 자시이 뭇잡고져 하날이 놉고 놉하 / 말 업시 놉흔 뜻을 구룸 우희 나난 새야 / 네 아니 아돗더냐 어와 이 내 가삼 / 산(山)이 되고 돌이 되여 어듸 어듸 사혀시며 / 비 되고 믈이 되어 어듸 어듸 우러 녤고 / 아모나 이 내 뜻 알 니 곳 이시면 / 백세교유(百歲交遊) 만세상감(萬世相感) 하리라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 임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 눈 속에 혼자 피어 베갯머리에 시드는 듯 / 드문드문 비치는 달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취거든 / 불쌍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 동풍이 유정하여 매화향기를 불어 올려 / 고결한 이내 생애 죽림에나 부치고 싶구나. / 빈 낚싯대 비껴 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 한강 건너 저어 건덕궁(옥황상제가 거처하는 곳)에 가고 싶구나. / 그래도 한 마음은 조정에 달려 있어 / 연기 묻은 도롱이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 일편장안을 일하에 바라보고 / 외로 머뭇거리며 옳이 머뭇거리며 이 몸의 탓이런가. / 이 몸이 전혀 몰라 하늘의 이치가 아득하여 알 수 없으니 /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주공을 꿈에 뵈어 / 자세히 여쭙고 싶구나. 하늘이 높고 높아 /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 네 아니 알겠더냐. 아아 이내 가슴 /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어디 쌓였으며, /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어디 울며 갈까. / 아무나 이내 뜻 알 이 곧 있으면 / 영원토록 사귀어서 영원토록 공감하리라.
한(恨)이 뿔희 되고 눈믈로 가디 삼아 / 님의 집 창 밧긔 외나모 매화(梅花) 되여 / 설중(雪中)의 혼자 픠여 침변(枕邊)의 이위난 듯 / 월중소영(月中疎影)이 님의 옷의 빗취어든 / 어엿븐 이 얼굴을 네로다 반기실가 / 동풍(東風)이 유정(有情)하여 암향(暗香)을 불어 올려 / 고결(高潔)한 이 내 생계 죽림(竹林)의나 부치고져 / 뷘 낙대 빗기 들고 뷘 배랄 혼자 띄워 / 백구(白溝) 건네 저어 건덕궁(乾德宮)의 가고지고 / 그려도 한 마음은 위궐(魏闕)의 달녀 이셔 / 내 무든 누역 속의 님 향한 꿈을 깨여 / 일편(一片) 장안(長安)을 일하(日下)의 바라보고 / 외오 굿겨 올히 굿겨 이 몸의 타실넌가 / 이 몸이 전혀 몰라 천도(天道) 막막(漠漠)하니 / 물을 길이 전혀 업다 복희씨(伏羲氏) 육십사괘(六十四卦) / 천지만물(天地萬物) 상긴 뜻올 주공(周公)을 꿈의 뵈와 / 자시이 뭇잡고져 하날이 놉고 놉하 / 말 업시 놉흔 뜻을 구룸 우희 나난 새야 / 네 아니 아돗더냐 어와 이 내 가삼 / 산(山)이 되고 돌이 되여 어듸 어듸 사혀시며 / 비 되고 믈이 되어 어듸 어듸 우러 녤고 / 아모나 이 내 뜻 알 니 곳 이시면 / 백세교유(百歲交遊) 만세상감(萬世相感) 하리라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 임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 눈 속에 혼자 피어 베갯머리에 시드는 듯 / 드문드문 비치는 달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취거든 / 불쌍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 동풍이 유정하여 매화향기를 불어 올려 / 고결한 이내 생애 죽림에나 부치고 싶구나. / 빈 낚싯대 비껴 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 한강 건너 저어 건덕궁(옥황상제가 거처하는 곳)에 가고 싶구나. / 그래도 한 마음은 조정에 달려 있어 / 연기 묻은 도롱이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 일편장안을 일하에 바라보고 / 외로 머뭇거리며 옳이 머뭇거리며 이 몸의 탓이런가. / 이 몸이 전혀 몰라 하늘의 이치가 아득하여 알 수 없으니 /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주공을 꿈에 뵈어 / 자세히 여쭙고 싶구나. 하늘이 높고 높아 /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 네 아니 알겠더냐. 아아 이내 가슴 /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어디 쌓였으며, /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어디 울며 갈까. / 아무나 이내 뜻 알 이 곧 있으면 / 영원토록 사귀어서 영원토록 공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