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부엌어서 불 지피다
홀연히 눈 밝으니
이로부터 옛길이
인연따라 분명하네
만일 누가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을 나에게 묻는다면
바위 밑 샘물소리
젖는 일 없다 하리.
마을 삽살개 어지러이 짖는 소리에 손님이 왔나 하고
산새들 울음소리는 나를 조롱하는 듯한데,
만고의 빛나는 마음의 달이
하루 아침에 세간의 바람 쓸어버리네.
어묵동정의 글귀여,
이 가운데 누가 감히 머물다 하겠는고,
동정 여읜 곳을 내게 묻는다면
곧 깨진 그릇은 맞추지 못한다 하리라.
보리는 원래 나무 없고
맑은 거울 역시 틀이 아니네.
본래 한물건도 없거늘,
어디에 티끌이 끼일 것인가?
봄에는 아름다운 백화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온천지 비추도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불어오고
겨울에는 아름다운 흰눈이 날리도다.
쓸대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이라네.
시냇물 소리는 바로 부처님의 법문이요
산 색깔 또한 부처님의 청정신이 아니겠는가
밤사이 부는 바람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이니
도데체 이 심경을 어찌해야 보여 주겠는가?
첩첩한 푸른 산은 아미타의 굴이요
망망한 큰 바다는 적멸의 궁전이다.
푸른 산 푸른 물이 나의 참모습이니
밝은 달, 맑은 바람의 주인은 누구인가.
본래부터 한물건도 없다 이르지 마라.
온 세계 티끌마다 부처님 몸 아니런가.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소리에
삼천대천 세계가 내 집임을 깨달았네.
유월 연암산 아랫길에
일없는 들사람 태평가를 부르네.
노래가 있으니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네.
누구에게 의발을 전하랴
누구에게 의발을 전하랴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네.
마음이 생기면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적과 멸이 다르지 않네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모든 법이 오직 앎에 있는데
마음밖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어찌 따로 구해서 무엇하리.
황하수 서쪽으로 거슬러 흘러 곤륜산 정상에 올랐으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져내리도다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청산은 옛 대로 흰구름 속에 있네.
목탁소리 종소리 죽비소리 어울리니,
은빛 산속에 봉황새가 날아드네.
누가 내게 무슨 기쁜 일 있나 묻는다면,
당우에서 스님들께 발우 가득 공양 올린다고 하리.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입도 없고 밑도 없다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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