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古詩 漢詩

유명 漢詩 (150-199)수

yellowday 2012. 3. 12. 23:26

 

 

150 이매창(李梅窓----한거(閑居)

 

石田茅屋掩柴扉(석전모옥엄시비)

花落花開辨四時(화락화개변사시)

峽裡無人晴盡永(협리무인청진영)

雲山炯水遠帆歸(운산형수원범귀)

 

바위 사이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꽃 지고 꽃 핀들 계절을 알 수 있겠는가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구름 낀 산, 번쩍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온다

 

 

151 이맹윤(李孟畇--무자탄(無子嘆)

 

自從入道起於寅(자종입도기어인)

父子相傳到此身(부자상전도차신)

我罪伊何天不弔(아죄이하천불조)

未爲人父撗絲新(미위인부빈사신)

 

사람은 인(寅)에서 나서

부자 서로 전하여 이 몸에 왔구나

내 죄 많아 하늘도 위로하지 않는구나

아직 남의 아버지가 되기도 전에 머리털만 희어간다.

 

 

152 이 목(李 穆) 絶命歌(절명가)-1488년 7월 26일 무오사화 때-

 

黑鴉之集處分 검은 까마귀 모이는 곳에 까마귀 아 鴉

白鷗兮莫 흰 갈매기야 가지마라.

適彼鴉之怒兮 저 까마귀 성내어

諒汝色之白歟 너의 흰빛을 시샘하나니 歟 어조사여

淸江濯濯之身兮 맑은 강물에 깨끗이 씻은 몸이 씻을 탁 濯

惟慮(恐)染彼之血 저 더러운 피로 물들까 두렵도다.

 

掩卷而推窓兮 책을 덮어놓고 창문을 밀쳐 열고 보니 덮을 엄 掩

淸江白鷗浮 맑은 강물위에 흰 갈매기가 떠 노니는 도다.

偶爾唾涎兮 우연히 가래침을 뱉고 보니

漬濡乎白鷗背 흰 갈매기 등에 묻어 버렸네. 담글지 漬 젖을 濡 유

白鷗兮莫怒 흰 갈매기야 성내지 마라.

汚彼世人而唾也 저 세상 사람이 더러워서 침을 뱉었노라.

 

 

153 이방원(李芳遠)---만수산(萬壽山)

 

如此亦何如(여차역하여)

如彼亦何如(여피역하여)

城隍堂後坦(성황당후탄)

頹搔亦何如(퇴비역하여)

我輩若此爲(아배약차위)

不死亦何如(불사역하여)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154 이백(李白)--- 월하독작(月下獨酌 )

 

花下一壺酒 화하일호주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꽃 밑에서 한 병의 술을 놓고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님을 맞이하니

그림자 대하여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래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봄날을 당하여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네.

속세 떠난 맑은 사귐 길이 맺고자

멀리 은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네.

 

 

155 이산해(李山海)--- 모산(暮山)

 

海天風定日沈霞(해천풍정일침하)

蒲葦洲邊夕露多(포위주변석노다)

瘦馬倒鞭沙路逈(수마도편사노형)

夜深明月宿漁家(야심명월숙어가)

 

바람 그친 하늘, 해 지는 노을

부들, 갈대 우거진 물가엔 이슬도 많아라

여윈 말에 채찍질하여도 길은 멀어

밤 깊고 달 밝아 어촌에서 묵어가려네

 

 

156 이상질(李尙質)--- 월야회음(月夜會飮)

 

叢篁近月自生風(총황근월자생풍)

復有荷花小閣東(부유하화소각동)

莫道他鄕愁遠客(막도타향수원객)

主人樽酒不曾空(주인준주불증공)

 

대숲에 가까운 달 절로 바람 일고

게다가 작은 누각 동편에 연꽃이 피었다.

타향이 먼 나그네 수심케 한다 말아라

주인의 술동이엔 술이 떨어진 일 없었다.

 

 

157 이색(李穡)---부벽루(浮碧樓)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長嘯倚風岉 (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158 이서구(李書九)---구마(驅馬)

 

望村必驅馬(망촌필구마)

馬踶舂如杵(마제용여저)

童稚爭倚門(동치쟁의문)

夫老散偶語(부노산우어) :

籬犢牟然去(이독모연거)

回首送其去(회수송기거)

 

마을 보이면 반드시 말을 몰아가니

말발굽 소리 마치 절구질 하는 듯하여라.

아이들은 다투어 사립문에 기대고

어른 들은 흩어져 짝 지어 수근데는구나

외양간의 송아지는 음메음메 울며 가고

사람들은 머리 돌려 가는 것 보내주는구나

 

 

159 이석형(李石亨)--- 단종(端宗)

 

虞時二女竹(우시이녀죽)

秦日大夫松(진일대부송)

縱有哀榮異(종유애영이)

寧爲巉熱容(영위영열용)

 

우(虞) 나라 때 두 여인의 대나무

진(秦) 나라 때 대부를 받은 소나무

슬픔과 영화가 다르지만

바른 성품이야 춥고 더위에 변하겠는가

 

 

160 이성계(李成桂)---등백운봉(登白雲峰)

 

引手攀蘿上碧峰(인수반라상벽봉)

一庵高臥白雲中(일암고와백운중)

若將眼界爲吾土(약장안계위오토)

楚越江南豈不容(초월강남기불용)

 

댕댕이 휘어잡고 상상봉 올라가니

조용한 암자 한 채 구름 속에 누워 있네

눈 앞 아래 펼쳐진 땅 내 것이 될 양이면

초월강남 먼 곳인들 어이 아니 안기리

 

 

161 이수광(李睟光---상수역도중 (湘水驛途中)

 

雨後淸和近午天(우후청화근오천)

驛樓芳草暗湘川(역루방초암상천)

誰知倦客征鞍上(수지권객정안상)

半是吟詩半是眠(반시음시반시면)

 

비 온 뒤 화창하고 한낮이 가까운데

역루의 꽃다운 풀, 상수 냇가에 풀빛 짙어라.

그 누가 알까, 안장 위의 지친 나그네

반은 시를 읊고, 또 반은 잠들어 있는 줄을.

 

 

162 이순신(李舜臣)--- 陳中吟(진중음)

 

天步西門遠 천보서문원

東宮北地危 동궁북지위

孤臣憂國日 고신우국일

壯士樹勳時 장사수훈시

誓海魚龍動 서해어룡동

盟山草木知 맹산초목지

讐夷如盡滅 수이여진멸

雖死不爲辭 수사불위사

 

임금의 행차는 서쪽에서 멀어지고,

왕자는 북쪽 땅에서 위태롭다.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할 때이고

사나이는 공훈을 세워야 할 시기로다.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도 감동하고

산이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준다.

원수를 모두 멸할 수 있다면

비록 죽음일지라도 사양하지 않겠노라.

 

 

163 이순인(李純仁)--증승(贈僧)

 

客遊山院已多時(객유산원이다시)

不及李花聽子規(불급이화청자규)

欲識山中春早晩(욕식산중춘조만)

莫敎僧札入京遲(막교승찰입경지)

 

나그네 산원에서 노닌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빼꽃 필 적 소쩍새 소리는 듣지 못했구나

산 속의 봄이 늦은지 빠른지 알고 싶으니

스님의 편지가 서울에 늦게 들게 하지 마소서

 

 

164 이숭인(李崇仁)---題僧舍(제승사)

 

山北山南細路分 산북산남세로분

松花含雨落빈紛 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 도인급정귀모사

一帶靑烟染白雲 일대청연염백운

 

산북 산남으로 오솔길은 갈라져 있고

송홧가루는 비에 젖어 어지러이 떨어지네.

중은 물을 길어 띠집에 돌아가는데,

한줄기 푸른 연기는 흰구름을 물들인다.

 

 

165 이승소(李承召)---제화선(題畵蟬)

 

香燒古篆坐蕭然(향소고전좌소연)

讀盡黃庭內外篇(독진황정내외편)

一味天眞無與語(일미천진무여어)

畵中相對飮風仙(화중상대음풍선)

 

향기를 옛 전서에 사르고 조용히 앉아

황정견의 내외 편을 다 읽었도다

천진한 한 맛을 같이 나눌이 없어

그림 속에서 마주 대하니 바람을 마신 신선이로다

 

 

166 이승휴(李承休)--- 운(雲)

 

一片纔從泥上生(일편재종니상생)

東西南北已縱橫(동서남북이종횡)

謂爲霖雨蘇群枯(위위림우소군고)

空掩中天日月明(공엄중천일월명)

 

한 조각 진흙땅에서 피어오르더니

이미 동서남북 온 하늘로 퍼지네

장마 되어 죽은 풀 살리나 했더니

공연히 중천의 일월만 가리

 

 

167 이식(李植---도공암진(渡孔巖津)-)

 

簇騎臨回岸(족기림회안)

呼船促衆篙(호선촉중고)

西南溟渤湧(서남명발용)

開闢孔巖高(개벽공암고)

見險誰能止(견험수능지)

貪程不覺勞(탐정부각노)

相期須早渡(상기수조도)

向晚更風濤(향만갱풍도)

 

말 탄 사람 언덕 돌아 나오면서

뱃사공 불러 노 저어라 재촉한다.

서남쪽엔 넘실거리는 검푸른 물

입구에 버티어 솟은 공암이 높기도 하다.

험난함을 알지마는 정지시킬 자 누군가

서로 빨리 이 물길 건너야 하니

날 저물면 풍랑이 더욱 거세질 것이리라.

 

 

168 이안눌(李安訥)---등통군정(登統軍亭)

 

六月龍灣積雨晴(육월용만적우청)

平明獨上統軍亭(평명독상통군정)

茫茫大野浮天氣(망망대야부천기)

曲曲長江裂地形(곡곡장강렬지형)

宇宙百年人似螘(우주백년인사의)

山河萬里國如萍(산하만리국여평)

忽看白鶴西飛去(홀간백학서비거)

疑是遼東舊姓丁(의시요동구성정)

 

유월 용만 땅에 장마비 개어

새벽에 홀로 통군정에 오른다

망망한 큰 들판은 하늘 기운에 떠 있고

굽이치는 긴 강은 땅 모양을 찟으며 흐른다

광막한 우주에 백년 인생은 개미 같고

웅장한 산해에 만리 나라도 부평초로다

문득 서편으로 날아가는 흰 학을 바라보니

나르는 학들이 혹 요동 옛백성 아닌가 하노라

 

 

169 이양연(李亮淵---추초(秋草)

 

秋草莫怨霜(추초막원상)

秋殺亦生道(추살역생도)

却從地上蘇(각종지상소)

人生不如草(인생불여초)

 

가을풀이여, 서리를 원망말라

가을의 죽음은 새로 사는 길이라.

도리어 땅에서 소생할 것이라

인생이란 풀만도 못한 것인가.

 

 

170 이언적(李彦迪)--추규(秋葵)

 

開到淸秋不改英(개도청추불개영)

肯隨蹊逕鬪春榮(긍수혜경투춘영)

山庭寂寞無人賞(산정적막무인상)

只把丹心向日傾(지파단심향일경)

 

맑은 가을 하늘 열려도 꽃빛은 변하지 않아

기꺼이 오솔길 따라서 봄의 번성과 타투어본다.

산 뜨락 적막하여 감상할 사람 아무도 없어도

다만 온통 붉은 마음을 해를 향하여 기울어본다.

 

 

171 이옥봉(李玉峰)---칠석(七夕)

 

無窮會合豈秋思(무궁회합기추사)

不比浮生有離別(불비부생유이별)

天上却成朝暮會(천상각성조모회)

人間漫作一年期(인간만작일년기)

:

끊없이 만나니 어찌 가을 수심 있을까

덧없는 인간의 이별과 견줄 수가 없도다

하늘에는 도리어 아침저녁 만나는데

사람들은 부질없이 일 년만에 만다 하네

 

 

172 이이(李珥)----浮碧樓(부벽루)

 

箕城東畔浿江頭(기성동반패강두)

中有祋渺之飛樓(중유표묘지비루)

靑山一望何袞袞(청산일망하곤곤)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猩袍仙子此時過(성포선자차시과)

麟馬天孫何處遊(인마천손하처유)

玉簫吹澈彩霞盡(옥소취철채하진)

古國煙波人自愁(고국연파인자수)

 

기성의 동쪽 언덕 패강 어귀에

가물가물 높은 다락 솟아 있구나

푸른 산 바라보니 어찌 그리 곤곤한가

흰 구름 언제 봐도 한가로이 떠다닌다네

성포 입은 신선은 지금 지나가는데

기린 탄 천손은 어디에서 노니나

옥퉁소 불어도 단장한 노을 없으니

고국의 연기 나부껴 절로 시름에 잠기노라.

 

 

173 이인로(李仁老)---산거(山居)

 

春居花猶在 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 시각복거심

 

봄은 갔으나 꽃은 오히려 피어 있고

날이 개었는데 골짜기는 절로그늘지도다

두견새가 대낮에 울음을 우니

비로소 사는 곳이 산 속 깊음을 알겠도다

 

 

174 이인복(李仁復)---송류사암(送柳思庵)

 

人間膏火自相煎(인간고화자상전)

明哲如公史可傳(명철여공사가전)

已向危時安社稷(이향위시안사직)

更從平地作神仙(경종평지작신선)

五湖夢斷煙波綠(오호몽단연파록)

三徑秋深野菊鮮(삼경추심야국선)

媿我未能投紱去(괴아미능투불거)

邇來雙鬢雪飄然(이래쌍빈설표연)

 

인간엔 기름불 스스로 끓이거늘

그대 같은 명철 한 분은 역사에 전하리라

위태로운 시국에 사직을 편안케 하고

평지에서 더욱이 신선이 되는구나

오호의 꿈이 벌써 끊어지고 안개만 자욱한데

삼경 깊은 가을에 들국화 곱게 피었구나

부끄러워라, 벼슬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데

요즈음에는 두 귀밑머리 눈처럼 나부끼다니

 

 

175 이제현(李齊賢)---노상(路上)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복입진관)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

利名誰博一身閒(이명수박일신한)

今人最憶安和路(금인최억안화로)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

 

말을 타고 가면서 촉도난을 읊으니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진관에 다시 드네

파란 구름 이는 저녁은 어부수 저쪽이요

단풍나무 가을은 조서산에 잇닿았네

문자(文字)는 천고 한을 보탤 따름인데

명리가 그 누구의 한가함을 널렸던가

대지팡이 짚새기로 편안한 차림

스스로 오고감이 생각나네.

 

 

176 이집(李集)---입추일기경지 (立秋日寄敬之

 

江海無家客(강해무가객)

山林有髮僧(산림유발승)

焚香蘄道泰(분향기도태)

對食願年登(대식원년등)

睡起微涼入(수기미량입)

吟餘老病增(음여노병증)

玉人何處所(옥인하처소)

咫尺是驪興(지척시려흥)

 

물에서는 집 없는 나그네

산에서는 머리 기를 중이란다.

향불 피워 태평성대 기원하며

밥상 모리에서는 풍년을 기원한단다.

잠 깨어 일어나니 서늘한 바람 들고

시를 읊고 나니 늙은 병이 심해지는구나.

그대는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척이 곧 영흥 땅 아니런가.

 

 

177 이첨(李詹)---태평촌(太平村)

 

誰云此地太平村(수운차지태평촌)

役重民居半不存(역중민거반부존) :

唯有數家能館客(유유수가능관객)

食松疑是赤松孫(식송의시적송손)

 

누가 이 지역을 태평촌이라 했나

부역이 무거워 사는 백성 절반도 없어라.

오직 몇 집 남아있어 관가 손님 대접하니

솔잎만 먹고 사니 적송자의 자손이던가.

 

 

178 이항복(李恒福)---고우(苦雨)

 

苦雨連旬夜徹明(고우련순야철명)

曉庭雲物太縱橫(효정운물태종횡)

牀牀避漏人何限(상상피루인하한)

種種緣愁髮幾莖(종종연수발기경)

沙捲洑流穿竈入(사권보류천조입)

蛙隨驚犬上墻鳴(와수경견상장명)

鍾城戰血今如海(종성전혈금여해)

天厭頑胡爲洗兵(천염완호위세병)

 

장마비 열흘 동안 주야로 계속 되어

새벽 뜰의 구름 안개 너무나 자욱하다.

침상마다 새는 새는 비 피하는 사람을 어찌 원망하며

종종 시름으로 백발은 몇 줄기나 더했는가.

모래는 봇물에 밀려서 부엌까지 들고

개구리는 놀란 개를 따라 담장에 올라 울고 있다.

종성의 전쟁의 피가 지금 바다와 같아

하늘이 싫어하여 오랑캐 군대를 비에 젖게 하는구나

 

 

179 이행(李荇)---화경(花徑)

 

無數幽花隨分開(무수유화수분개)

登山小逕故盤廻(등산소경고반회)

殘香莫向東風掃(잔향막향동풍소)

倘有閑人載酒來(당유한인재주래)

 

무수한 이름 없는 꽃 저마다 피어있고

산 오르는 작은 길은 짐짓 구부러져 있도다

남은 꽃향기 봄바람 향해 쓸지 말아라

혹 한가한 사람 술 가지고 올지도 모르겠노라

 

 

180 이현일(李玄逸) 유내연산(遊內延山)

 

絶頂登臨步武輕(절정등림보무경)

戒昏鐘報氣全淸(계혼종보기전청)

崖松隔水無風響(애송격수무풍향)

嶺月棲牕盡夜明(령월서창진야명)

竹砌寒霜吟外態(죽체한상음외태)

海天歸雁枕邊聲(해천귀안침변성)

夢回怳覺身全蛻(몽회황각신전태)

起向幽溪踏雪行(기향유계답설행)

 

정상에 올라 바라보니 발걸음 가벼워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 들어니 기분이 상쾌하다

물 건너 언덕 소나무에 바람소리 하나 없고

고개의 달은 창에 깃들고 밤이 다하도록 밝도다

소나무 계단 차가운 서리에 밖 경치 읊으니

바다 하늘에 돌아오는 기러기 해변에 앉은 소리

꿈에서 깨니 내가 허물 벗음을 멍한히 깨닫고

일어나 그윽한 계곡 향하여 구름 밝고 지나간다

 

 

181 이 황(李 滉)---계분봉수(溪分峰秀)

 

病我牢闕不見春(병아뢰궐불견춘)

公來披豁醒心神(공래피활성심신)

始知名下無處士(시지명하무처사)

堪愧年前闕敬身(감괴년전궐경신)

嘉穀莫容梯熟美(가곡막용제숙미)

遊塵不許鏡磨新(유진불허경마신)

遇情詩話須刪去(우정시화수산거)

努力工夫名日親(노력공부명일친)

 

내 병석에 갇히어 봄 구경도 못했는데

그대가 이렇게 찾아 주니 병이 씻은 듯 나아져 상쾌하네

내 오늘 비로소 공의 선비다움을 알고

내 스스로가 과거를 삼가지 못했음을 부끄러워 할 뿐

좋은 곡식 밭에는 잡초가 무성할 수 없으니

어찌 글로써만 만나는 정분을 표현할 수 있으리

아무쪼록 서로가 열심히 공부하며

앞으로는 더욱 더 친하게 지내보세

 

 

182 임억령(林億齡)---죽서루(竹西樓)

 

江觸春樓走(강촉춘루주)

天和雪嶺圍(천화설령위)

雲從詩筆湧(운종시필용)

鳥拂酒筵飛(조불주연비) :

浮雲如今是(부운여금시)

趨名悟昨非(추명오작비)

松風當夕起(송풍당석기)

蕭颯動荷衣(소삽동하의)

 

강물은 봄 누각을 부딪히고 달려가고

하늘은 눈 덮힌 봉우리가 둘러쌓고 있다

구름은 시 쓰는 붓 따라 솟아오르고

새는 술자리를 스치며 날아가는구나

기분이 구름 위로 솟으려는 지금은 옳고

세상 명세를 쫓았던 지난 날은 그릇됨 알았도다

솔바람 저녁 되어 일어나니

서늘하게 은자의 옷을 불어올린다

 

 

183 일연(一然)---사복불언찬시(虵福不言讚詩)

 

淵黙龍眼豈等閒(연묵용안기등한)

臨行一曲沒多般(임행일곡몰다반)

苦兮生死元非苦(고혜생사원비고)

華藏浮休世界寬(화장부휴세계관)

 

깊숙한 못 속의 용이 어찌 등한시 하리

떠나면서 읊는 노래 모든 것 다 겪었다네.

고통스런 생사도 원래 고통이 아니라오

부처세계 떠도니 넓기도 하려라.

 

 

184 임숙영(任叔英) --- 산영루(山映樓)

 

月光穿樹鶴樓空(월광천수학루공)

霜葉蕭蕭乍有風(상엽소소사유풍)

虛閣夜深凉露濕(허각야심량노습)

玉笛聲撤彩雲中(옥적성철채운중)

 

학은 공중에서 잠들고 달빛은 나무숲에 비춰들고

바람이 일 때마다 서리 맞은 단풍잎이 떨어진다

빈 누대에 밤은 깊어가고 찬 이슬은 젖어들고

오색 구름 사이로 옥피리 소리 멀어진다

 

 

185 임제(林悌)---규원(閨怨)

 

十五越溪女 (십오월계녀)

羞人無語別 (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 (귀래엄중문)

泣向梨花月 (읍향이화월)

 

열다섯 살의 아리따운 아가씨

사람이 부끄러워 말도 못 하고 이별했네.

돌아와 겹문을 닫아 걸고는

배꽃처럼 하얀 달을 보며 눈물 흘리네.

 

 

186 임춘(林椿)---모춘문앵 (暮春聞鶯)

 

田家葚熟麥將稠(전가심숙맥장조)

綠樹初聞黃栗留(록수초문황율류)

似識洛陽花下客(사식낙양화하객)

慇懃百囀未能休(은근백전미능휴)

 

농촌에 오디 익고 보리 빽빽해지고

푸르른 나무에선 꾀꼴새 소리 들려온다

꽃 아내 서울 손님 알기라도 하는 듯이

은근히 무수히도 재잘대며 그칠 줄을 모른다

 

 

187 장욱(長昱)--원궁사(元宮詞)

 

宮衣新尙高麗樣(궁의신상고려양)

方領過腰半臂裁(방령과요반비재)

連夜內家爭借間(연야내가쟁차간)

爲會間過御前來(위회간과어전래)

 

궁중에서의 옷은 새로이 고려 식을 좋아할 때

모진 옷깃을 단 저고리는 허리까지 내려와 팔이 보이네

저녁마다 그 스타일의 옷이

어전에서 놀고 있네

 

 

188 장유(張維)---- 분향(焚香)

 

淸夜坐焚香(청야좌분향)

香煙裊裊起(향연뇨뇨기)

火盡煙則滅(화진연칙멸)

煙滅香不死(연멸향부사)

只是看不見(지시간부견)

定在虛空裏(정재허공리)

何緣問香嚴(하연문향엄)

證得圓通理(증득원통리)

 

맑은 밤 단정히 앉아 향불 피우니

향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불이 다하니 연기도 사라시고

연기는 사라져도 향기는 여전하다.

단지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정녕 허공중에 감돌고 있으리라.

어찌하면 향엄에게 물을 기회 얻어

원통하는 그 이치를 증득할 수 있을까.

 

 

189 장현광(張顯光)--- 晧首吟(호수음)

 

皓首猶存赤子心(호수유존적자심)

此時方會一源深(차시방회일원심)

眼中天地都眞境(안중천지도진경)

外誘何從得我侵(외유하종득아침)

 

백발이 다 되어도 어린아이 마음 그대로

이제야 근원이 깊음을 알겠네

눈에는 천지가 모두 참된 경지만 보이니

외물이 어디로 내 마음을 침범하리오

 

 

190 정구(鄭逑)---회연우음(檜淵偶吟)

 

伽川於我有深緣(가천어아유심연)

占得寒岡又檜淵(점득한강우회연)

白石淸川終日翫(백석청천종일완)

世間何事入舟田(세간하사입주전)

 

나에게 가천은 깊은 사연 있어

가려서 선택한 곳, 한강과 회연이네

깨끗한 바위, 맑은 시내 종일토록 즐기니

세상에 무슨 일로 주전으로 들어가리오

 

 

191 정도전(鄭道傳)--- 월야봉회동정(月夜奉懷東亭)-

 

半夜獨起立(반야독기립)

長空澹自寂(장공담자적)

一片海上月(일편해상월)

萬里照茅屋(만리조모옥) :

冷影故依依(랭영고의의) :

還如憐竄客(환여련찬객)

爲憶東亭翁(위억동정옹)

應共此幽獨(응공차유독) :

 

한밤중 일어나 홀로 서있으니

높은 하늘은 해맑아 고요하다.

바다 위 한 조각 밝은 달이

만 리 멀리 오두막을 비춘다.

차가운 그림자 짐짓 한들거리니

귀양살이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는 듯.

미루어 동정옹을 생각해보니

응당 이러한 고독을 함께 맛보리라.

 

 

192 정몽주(鄭 夢周)---단심가(丹心歌)

 

此身死了死了(차신사료사료)

一百番更死了(일백번경사료)

白骨爲塵土(배골위진토)

魂魄有也無(혼백유야무)

向主一片丹心(향주일편단심)

寧有改理也歟(영유개리야여)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193 정사도(鄭思道)---추우우제(秋雨偶題)

 

迢遞雲連塞(초체운련새)

凄涼雨送秋(처량우송추)

滴階驚坐睡(적계경좌수)

着柳長詩愁(착류장시수)

夜暗憐鷄叫(야암련계규)

天寒愧客遊(천한괴객유)

戀君心愈切(련군심유절)

矯首獨登樓(교수독등루)

 

아득하다, 구름은 변방으로 잇닿고

처량하여라, 비는 가을을 몰아 보내는구나

뜰에 떨어지니 앉은 잠을 깨우고

버들가지에 뿌려지니 시상의 시름 자아낸다

밤 어둠에 닭의 울음 어여쁘고

하늘이 차매 나그네 처지 부끄럽다

임 생각에 마음 더욱 간절하여

머리를 들고 혼자 누각에 올라본다

 

 

194 정사룡(鄭士龍)---춘흥(春興)

 

花滿園林葉未齊(화만원림엽미제)

恰回殘夢有鶯啼(흡회잔몽유앵제)

蝦鬢不碍東風過(하빈부애동풍과)

無柰輕陰壓額低(무내경음압액저)

 

뜰쭉날쭉 뜰에 가득 꽃은 피고

꾀꼬리 울음소리, 꿈 깬 것 같아라

주렴이 봄바람 지나는 것 막지 못하니

이마에 그늘 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195 정습명(鄭襲明)--석죽화(石竹花)

 

世愛牡丹紅 세애모단홍

裁培滿院中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수지황초야

亦有好花叢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색투촌당월

香傳娘樹風 향전낭수풍

地偏公子少 지편공자소

嬌態屬田翁 교태촉전옹

 

세상에선 모두들 붉은 모란꽃만 사랑하여

정원에 가득히 심고 가꾸네

누가 이 거친 초야에

좋은 꽃떨기 있는 줄 알기나 하랴

어여쁜 모습은 연못 속의 달을 꿰뚫었고

향기는 밭두렁 나무의 바람에 전하네

외진 땅에 있노라니 찾아주는 귀공자 적어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붙이네

 

 

196 정약용(丁若鏞) ---구우(久雨)

 

窮居罕人事 궁거한인사

恒日廢衣冠 항일폐의관

敗屋香娘墜 패옥향낭추

荒畦腐婢殘 향휴부비잔

睡因多病減 수인다병감

秋賴著書寬 추뢰저서관

久雨何須苦 구우하수고

晴時也自歎 청시야자탄

 

궁벽하게 사노라니 사람 보기 드물고

항상 의관도 걸치지 않고 있네.

낡은 집엔 향랑각시 떨어져 기어가고,

황폐한 들판엔 팥꽃이 남아 있네.

병 많으니 따라서 잠마저 적어지고,

글짓는 일로써 수심을 달래 보네.

비 오래 온다 해서 어찌 괴로워만 할 것인가

날 맑아도 또 혼자서 탄식할 것을.

 

 

197 정여창(鄭汝昌)---유악양(遊岳陽)

 

風蒲獵獵弄輕柔(풍포렵렵농경유)

四月花開麥已秋(사월화개맥이추)

看盡頭流千萬疊(간진두유천만첩)

孤舟又下大江流(고주우하대강유)

 

부들에 바람 살랑살랑 가볍게 나부끼고

사월의 화개 땅엔 이미 보리 벨 때라

두류산 천만 봉 다 보았는데

한 척 배는 또 아래 큰 강으로 흘러간다

 

 

198 정온(鄭蘊)----몽견익승(夢見翼承)

 

夢見故人面(몽견고인면)

相論文字疑(상론문자의)

覺來樑月白(각래량월백)

淸淚自漣洏(청루자련이)

 

꿈에 친구의 얼굴을 만나보고

서로 논하다가 문자에 의문이 생겼다.

깨어나 보니 대들보에 달이 밝은데

맑은 눈물이 잔잔히 흘러내리는구나.

 

 

199 정용(鄭鎔)--춘효(春曉)

 

酒滴春眠後(주적춘면후)

花飛簾卷前(화비렴권전)

人生能幾許(인생능기허)

悵望雨中天(창망우중천)

 

봄잠 자고 나니 술이 익고

발을 걷지 않았는데 꽃잎 날린다

인생이 몇 년이나 되는가

창망히 빗 속 하늘을 바라본다

 

반포님 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