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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시] 몽혼(夢魂) - 이옥봉

yellowday 2012. 3. 9. 16:36



 


몽혼(夢魂) - 이옥봉 -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꿈 속의 혼 - 이옥봉 -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달 비친 비단 창가에 제 슬픔이 깊습니다.
꿈속의 오고 간 길에 흔적이 남는다면
 그대 문 앞 돌길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조선 중기에 태어난 천재 시인 이옥봉의 <몽혼>이라는 한시입니다.
어려서부터 시재(詩才)가 남달랐지만
결혼 후에도 남편의 얼굴 깎이게 시를 지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
혼자 살면서 죽을 때까지 남편을 그리워하는 시를 지으며 살았다지요.

 당시의 가치관에 화를 내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지만,
어이없고 화나고 답답하고 애달픈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일들을 이제는 역사 책 속에 묻힌
수백 년 전의 어처구니없고 야만적인 야담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2005년, 아프간에선 25살의 한 여인이
시집을 냈다는 오직 그 이유만으로 남편에게 맞아 죽었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이옥봉의 시어 하나하나는,
투명한 호스를 타고 나무에서 흘러내리는 고로쇠 진액처럼
마음 깊은 곳까지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와 닿습니다.
 
 오래 전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는,
꿈속 혼의 발자국(夢魂行有跡)이 돌을 모래로 만든다는 대목이
그렇게 안타까웠는데 얼마 전부터는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라는 담백한 첫 질문에
마음이 짠해 지곤 합니다.
 
 그런 담백하지만, 깊은 속내의 안부를 묻고 싶은 이들이
점점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요.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그 꿈길에 흔적이 남는다면 남자집 문 앞의 돌길이 모래가 되었을 거라는,

이토록 애절하고 이토록 격렬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쓴 여인은 누구일까요?

  

이옥봉(李玉峰)은 누구인가?
 
전주 이씨. 본명 숙원. 조선중기 16세기 후반 선조대왕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의 후손으로,
충북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의 서녀. 옥봉은 그녀의 호입니다.
 
비록 첩의 딸이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고위관리였고 집안은 왕족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글과 시를 배웠는데 너무도 글재주가 뛰어나
그녀가 지은 시는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 신분 때문에 첩살이밖에 할 수 없음을 알자,
옥봉은 결혼할 생각을 버리고 아버지를 따라 한양으로 가서
내노라하는 시인묵객들과 어울리며 지냈습니다.
 
옥봉의 시는 재기발랄하고 참신하여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원이라는 젊은 선비를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옥봉의 사랑을 알게 된 아버지 이봉은 조원을 찾아가
딸을 첩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간청했지만, 이미 결혼한 몸인 조원은 거절했습니다.
딸을 너무도 사랑했던 이봉은 체면을 따지지 않고
조원의 장인인 이준민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결국 이준민의 주선으로 옥봉은 소원을 이룹니다.
 
자기 딸을 첩으로 들여 달라고 사위 될 사람의 장인에게 청을 하고,
장인은 자기 딸의 시앗이 될지도 모르는 여인을 첩으로 추천하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선 사대부들의 행태이지만, 어쨌든 옥봉은 결혼 후
다른 사대부의 첩들과 시를 주고 받기도 하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쓴 시 한편으로 불행한 '필화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집 아낙네가 옥봉을 찾아와
산지기인 남편이 소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갔는데,
조원이 편지 한 장 써 주면 풀려날 것 같으니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아낙을 불쌍히 여긴 옥봉은 남편 대신 시를 한 수 지어 주었습니다.
 
세숫대야로 거울을 삼고
참빗에 바를 물로 기름 삼아 쓰옵니다
첩의 신세가 직녀가 아닐진대
어찌 낭군께서 견우가 되리까
 
너무도 가난하고 청렴하게 살지만 견우가 아닌 남편이 어찌 소를 훔쳤겠느냐고
멋지게 항변하는 이 시를 본 관리들은 아낙의 남편을 석방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알게 된 조원은 뜻밖의 행동을 합니다.
 
옥봉을 내친 것입니다!
 
조원하고 함께 산지 20년쯤 되었을 무렵의 일입니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하고 그토록 오랫동안 정을 나눈 여인을
조원은 어찌 그리 매정하게 단칼에 내쳤을까요?
 
처음 첩으로 들였을 때 시를 짓지 말기로 한 언약을 깨뜨려서 내쳤다는 이야기도
전해 오지만 믿기 어렵습니다.
결혼을 하고서도 그녀가 간간이 시를 지은 흔적이 있는데다가,
시와 철천지 원한을 맺지도 않은 선비가
부인이 시를 썼다고 이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공적인 판결에 벼슬아치의 부인이 끼어들어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된 것을 용납하기 어려워서일까요?
조원의 꽁한 선비 기질로 보건데 타당한 이유일 듯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판결을 크게 어지럽힌 것도 아니고
 탄원서를 시로 써준 정도에 지나지 않는 데,
그걸 이유로 이혼을 하다니 지금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보여 집니다.
 
그런데도 그런 남편을 이옥봉은 밤마다 꿈속에서 그리워 합니다. 
 
꿈속의 오고 간 길에 흔적이 남는다면
 그대 문 앞 돌길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조원이란 남자의 졸렬한 행동은 이런 사랑을 받을 가치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데도 이옥봉은 우리가 모르는
조원의 또 다른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나 봅니다.
그에게 버림받은 뒤 한강변 뚝섬의 오두막에서
미친 듯 울며 밤마다 시를 쓰는 여인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랑 시는 간절하고, 정열적이고,
슬픔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밤, 우리 이별 너무 아쉬워
달은 멀리 저 물결 속으로 지고
묻고 싶어요, 이 밤 어디서 주무시는지
구름 속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 시리
 
냉정하기 짝이 없는 조원에게 바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저 시들을
이옥봉은 아낌없이 쏟아놓고 세상을 떴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난리 통에 죽었으려니 짐작할 뿐,
정확한 생사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출처] 김명곤의 세상 이야기


 

그리움 / 송광선



뉘라서 저 바다를 밑이 없다 하시는고

백천 길 바다라도 닿이는 곳 있으리라

님 그린 이 마음이야 그릴 수록 깊으이다


하늘이 땅에 이었다 끝있는 양 알지마오

가보면 멀고 멀고 어디 끝이 있으리요

님 그림 저 하늘같아 그릴 수록 머오이다


깊고 먼 그리움을 노래 우에 얹노라니

정회는 끝이 없고 곡조는 짜르이다

곡조는 짜를지라도 남아 울림 들으소서

 

 

 


출처 : Cogito
글쓴이 : 불휘기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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