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古詩 漢詩

유명 漢詩(50-99수)

yellowday 2012. 3. 12. 23:37

50노인(魯認)---- 화천관(和泉館)

百年今白髮(백년금백발)

一歲又秋天(일세우추천)

夢裏君王近(몽리군왕근)

含香奉御筵(함향봉어연)

 

인생 백년인데 이제 백발 되도

한해 한해 지나가니 이제 또 가을이구나

꿈속에서 가까이 임금을 뵈니

향기머금은 듯 임금의 자리 받들어모신다

 

51덕개(德介)---송행(送行)

琵琵聲裡寄離情(비비성리기리정)

怨入東風曲不成(원입동풍곡불성)

一夜高堂香夢冷(일야고강향몽냉)

越羅裙上淚痕明(월나군상루흔명)

비파소리에 이별하는 정을 담아 보낼 때

그 원한 동풍에 섞여 곡조가 틀리노라

하룻밤의 향기로운 꿈이 식어갈 때

비단치마 위에 눈물 흔적만 남는구나

 

52두보(杜甫)----- 산행(山行)

遠上寒山石徑斜 원상한산석경사

白雲生處有人家 백운생처유인가

停車坐愛風林晩 정거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멀리 한산에 오르려니, 돌길은 비스듬한데,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을 즐기니,

서리 맞은 잎이 꽃보다 붉구나.

 

53맹호연(孟浩然)----춘효(春曉)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

夜來風雨聲 야래풍우성

花落知多少 화락지다소

 

봄 잠에서 날 새는 줄을 몰랐더니

곳곳에서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간밤에 비바람 치던 소리에

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54민사평(閔思平)----기초정신예 (寄草亭辛裔)

病妹老寡甥側離(병매로과생측리)

愛弟西征母左東(애제서정모좌동)

送別弟甥懷抱惡(송별제생회포악)

料應公我略相同(료응공아약상동) :

 

늙은 과부, 병든 누이의 곁을 떠나는 조카

아우 서쪽으로 정벌가고 어미는 동쪽으로 갔다

동생을 송별하는 조카는 마음 괴롭고 착잡하니

생각하면, 그대와 나의 마음도 거의 비슷하리라

 

55민사평(閔思平)---이정승만장 (李政丞挽章)

百年終始似公難(백년종시사공난)

看取凌煙畵壁間(간취능연화벽간)

羽蓋不來雲杳添(우개불래운묘첨)

漆燈無盡夜漫漫(칠등무진야만만)

平生事業唯淸白(평생사업유청백)

夢裏功名幾險艱(몽리공명기험간)

地下有知應喜見(지하유지응희견)

德陵松栢暗西巒(덕능송백암서만)

 

인생 백년 시종이 공처럼 어렵지요

공신들의 초상을 가져다 보옵니다

일산은 오지 않고 구름은 어둑하고

등불이 끝없으니 밤은 깊기만하다

평생 하신 일은 오직 청렴과 결백이오

꿈 속의 공명은 얼마나 어려웠던가

지하에 아는 사람 있다면 기쁘게 볼것인데

덕릉 가의 송백은 서산 봉우리에 어둑하구나

 

56민정중(閔鼎重)---고송(孤松)

獨立倚孤松(독립의고송)

北風何蕭瑟(북풍하소슬)

霜露且相侵(상로차상침)

爲爾憂念切(위이우념절)

貞心良自苦(정심량자고)

久有凌寒節(구유릉한절)

勖哉保歲暮(욱재보세모)

幽期庶永結(유기서영결)

 

홀로 서서 소나무에 기대어서니

북픙은 어찌 그렇게도 소슬한가.

서리와 이슬이 서로 부딪히니

너를 위한 근심스런 생각 간절하다.

곧은 마음은 정말로 절로 괴롭고

추위를 이기는 절개 오랫동안 있었다.

힘쓰게나, 세모에 몸을 지키어

그윽한 기약 영원히 맺어지기 바라노라.

 

57박상(朴祥)---봉효직상 (逢孝直喪)

無等山前曾握手(무등산전증악수)

牛車草草故鄕歸(우거초초고향귀)

他年地下相逢處(타년지하상봉처)

莫說人間謾是非(막설인간만시비)

 

무등산 앞에서 손을 잡았었는데

달구지로 초라하게 고향으로 간다.

훗날 저 세상에서 만나는 곳에선

세상 덧없는 시비곡절 논하지 말자.

 

58박세당(朴世堂)----산거(山居)

 

南隣花接北隣花(남린화접북린화)

東圃瓜連西圃瓜(동포과련서포과)

峯影送人溪路轉(봉영송인계로전)

白雲深處有仙家(백운심처유선가)

남쪽 이웃의 꽃은 북쪽 이웃과 접하고

동쪽 밭의 외는 북쪽 밭의 외와 닿아있다

개울길 굽어지고 산 그림자 사람을 보내고

흰 구름 깊은 곳에 신선의 집 있을 것이다

 

59박순(朴淳)-----청풍한벽루 (淸風寒碧樓)

客心孤逈自生愁(객심고형자생수)

坐聽江聲不下樓(좌청강성불하루)

明日又登官路去(명일우등관로거)

白雲紅樹爲誰秋(백운홍수위수추)

 

나그네 마음 쓸쓸하여 수심이 절로 이는데

앉아서 강물소리를 듣노라니 누대를 내려오지 못한다

내일이면 또 관로에 올라 떠나리니

흰 구름 이는 단풍나무, 누구를 위한 가을인가

 

60박원형(朴元亨)---신라회고(新羅懷古)

東都城郭變村家(동도성곽변촌가)

玉笛閑吹春思多(옥적한취춘사다)

五塚壘壘荒草合(오총루루황초합)

一千年事摠朝華(일천년사총조화)

 

경주의 성곽이 시골집으로 바뀌었고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에 봄 생각 짙어진다.

층층이 늘어선 오릉에 엉긴 황폐한 풀

일천 년 역사가 하루아침 영화였구나.

 

61박은(朴誾)-----계축이주(癸丑移舟)

山凝雨餘態(산응우여태)

江湧風前浪(강용풍전랑)

遠樹自短短(원수자단단)

宿羽迷兩兩(숙우미량량)

地接楊根郡(지접양근군)

舟移月溪上(주이월계상)

雲陰欲解駁(운음욕해박)

東眺日光盪(동조일광탕)

 

비온 뒤 산 자태 안개에 자욱하고

바람 앞에 물결은 강물에 솟구친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 작기도 한데

깃든 새들 쌍쌍이 날아 아물거린다

땅은 양근군에 인접했지만

월계 위를 배 저어 가노라

음산한 구름 흩어지려는데

동녘을 바라보니 햇빛 훤히 씻긴다

 

62박인로(朴仁老-----제덕연정(題德淵亭)

午睡頻驚戴勝吟(오수빈경대승음)

如何偏促野人心(여하편촉야인심)

啼彼洛陽華屋角(제피낙양화옥각)

會人知有勸耕禽(회인지유권경금)

 

낮잠에 자주 놀라라, 뻐꾸기 울음

어찌하여 시골 사람 애를 태우나

낙양의 화려한 집 모퉁이에서 울어

사람들이 밭갈이 권하는 새 있음을 알게 하라

 

63박제가(朴齊家)---효좌서회 (曉坐書懷)

掘地得黃金(굴지득황금)

萬斤空餓死(만근공아사)

入海採明珠(입해채명주)

百斛換狗矢(백곡환구시)

狗矢尙可糞(구시상가분)

明珠其奈何(명주기내하)

陸貨不通燕(육화불통연)

海賈不輸倭(해가불수왜)

譬如野中井(비여야중정)

不汲將自渴(불급장자갈)

安貧不在寶(안빈부재보)

生理恐日拙(생리공일졸)

太儉民不樂(태검민불락)

太窶民多竊(태구민다절)

 

땅을 파 황금 얻어

만 근이나 되어도 부질없이 굶어 죽고

바다에 들어가 명주 캐어

백 섬이나 되어도 개똥과 바꾸는구나

개똥은 오히려 거름이나 되지만

명주는 그 어찌하리요

육지의 재화는 중국 연경과 통하지 않고

바다 장사꾼은 일본의 물건을 실어오지 못한다

비유하자면 들의 연못과 같아

긷지 않아서 저절로 말라 버리려 한다

안빈 낙도는 재화에 있지 않다 하니

살림하는 이치가 날로 졸렬해질까 두렵다

지나친 검소함을 백성들 좋아하지 않으니

지나친 가난하여 백성들의 도적질이 많아진다.

 

64박지원(朴趾源)---전가(田家)

翁老守雀坐南陂(옹로수작좌남피)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家田盡日晝掩扉(가전진일주엄비)

鳶蹴鷄兒攫不得(연축계아확부득)

群鷄亂啼匏花籬(군계난제포화리)

小婦戴棬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늙은이 참새 지켜 남쪽 비탈에 앉았는데

개꼬리 수수 이삭에는 참새가 매달렸구나

장남과 차남이 모두 밭에 나가 있어

시골집 하루 종일 사립문이 닫혀 있구나.

솔개가 병아리 채 가려다 못 낚아채니

박꽃 핀 울타리에 닭들 울음이 시끄럽구나

젊은 아낙 광주리 이고, 개울 건너는데

벌거숭이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따라가는구나.

 

 

65박팽년(朴彭年)-----정부연(政府宴)

廟當深處動哀絲(묘당심처동애사)

萬事如今摠不知(만사여금총부지)

柳緣東風吹細細(유연동풍취세세)

花明春日正遲遲(화명춘일정지지)

先王大業抽金櫃(선왕대업추금궤)

聖主鴻恩倒玉扈(성주홍은도옥호)

不樂何爲長不樂(불낙하위장불낙)

呂歌醉飽太平時(갱가취포태평시)

묘 당 깊은 곳에 거문고 울릴 때

모든 일을 자세히 알 수 없구나

실버들 동풍에 가늘게 흔들리고

꽃핀 봄날은 길기도 하구나

선왕의 큰 업을 칭찬할 때

성주의 큰 은혜 술잔에 가득하여라

즐거운 이날의 계속되는 놀이 속에

태평한 세월이 오래 깃 들겠구나

 

66배용길(裴龍吉)---- 차홍표형운(次洪表兄韻)

松林安小臺(송림안소대)

只恨傳無杯(지한전무배)

巖角閒烹蕨(암각한팽궐)

花間淨埽苔(화간정소태)

雲光將黑去(운광장흑거)

山色送靑來(산색송청래)

借問登臨興(차문등림흥)

登臨何壯哉(등림하장재)

 

소나무 숲 편안한 작은 누대

다만 술잔 없다 전해짐이 한스러워라

바위 귀퉁이에, 한가히 고사리 삶고

꽃 사이로 이끼를 깨끗이 쓸어내노라

구름 사이로 새는 빛 어둠 가지고 가니

산빛은 푸른 빛을 보내어 오는구나

묻기를, 산에 오른 기분 어떠냐고

올라보니 그 기분 너무나 장쾌하여라

 

67백광훈(白光勳) ---기문순거 (寄文舜擧)

無紙亦無筆(무지역무필)

寫懷山竹枝(사회산죽지)

君來不敢望(군래불감망)

此日勝常時(차일승상시)

 

종이도 없고 붓도 없으니

대나무 가지로 마음을 적는다.

그대 오길 감히 바라지 못해도

오늘 기분이 평시보다 좋구나.

 

68백분화(白賁華)---봉답(奉答)

落花巖畔訪空生(낙화암반방공생)

流水聲中萬事輕(유수성중만사경)

願沐餘冷除熱惱(원목여냉제열뇌)

禪河誰許借船行(선하수허차선행)

꽃 지는 바위 둔덕으로 공생을 찾았더니

흐르는 물소리에 만사가 가벼워라

차가운 물에 번뇌의 열기를 씾어내려 하니

선의 강물에 누가 배 빌려 가도록 허락할까

 

69백원항(白元恒)----주상제태부심양왕(主上除太傅瀋陽王)

玉詔傳從碧縷門(옥조전종벽루문)

新除太傅作東藩(신제태부작동번)

千年遇主山河誓(천년우주산하서)

三葉勤王雨露恩(삼엽근왕우로은)

兔郡桑麻添國界(토군상마첨국계)

鶴城花月入宮園(학성화월입궁원)

日迎賀客身無暇(일영하객신무가)

又被呼來謁至尊(우피호래알지존)

옥조가 벽루문에서 내리시와

새로 태부로 제수하사 동방의 번방을 삼으셨다

천년만에 임금 만난 일 산하에 맹세하고

삼 대째 근왕하여 비와 이슬 같은 은혜 받도다

토군의 뽕나무와 삼나무가 나라강토 보태주고

학성의 꽃과 달이 궁원으로 들어오는구나

날마다 하객을 맞아 조금도 여가가 없는데

또 부름 받으샤서 황제께 알현하시는도다

 

70변계량(卞季良)-----설청(雪晴)

風急雪花飄若絮(풍급설화표야서)

山晴雲葉白於綿(산청운엽백어면)

箇中莫怪無新句(개중막괴무신구)

佳興從來未易傳(가흥종내미역전)

 

불어오는 강풍에 눈꽃은 솜처럼 날리고

산이 개니 구름 잎사귀 솜보다 더 희구나

여기서 좋은 시 없음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예부터 좋은 흥취 쉽게 전하지 못한다하네

 

71변중량(卞仲良)----유자음(遊子吟)

遊子久未返(유자구미반)

弊盡慈母衣(폐진자모의)

故山苦遼邈(고산고료막)

何時賦言歸(하시부언귀)

人生不滿百(인생불만백)

惜此西日暉(석차서일휘)

 

객지에 다니는 자식 돌아가지 못하니

어머니 주신 옷도 다 해어져 버렸구나.

어느 때에나 고향 돌아갈 노래 지어보나.

인생은 백 년도 되지 못하니

오늘 서편으로 지는 햇빛을 아까워한다.

 

72보우(普愚)---공계(空溪)

百萬人蹤絶(백만인종절)

三祗客路窮(삼지객로궁) .

落花浮碧淥(낙화부벽록)

白日徹西東(백일철서동)

 

백만의 사람들 자취 끊어지고

무궁한 세월에 나그네 길 다하다

떨어진 꽃잎 푸른 물에 뜨고

한낮의 해는 동서로 통하는구나.

 

73사명대사(四溟大師)---수이공구어 (酬李公求語)

千魔萬難看如幻(천마만난간여환)

直似灘頭撤轉船(직사탄두철전선) .

呑透金剛竝栗剳(탄투금강병률답)

方知父母未生前(방지부모미생전)

수많은 마귀와 어려움을 허깨비로 보면

여울머리에서 배를 돌리는 것과 같도다

금강과 밤송이를 모두 삼켜버려야만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나를 알 수 있다.

 

74사임당 신씨---읍별자모(泣別慈母)

 

鶴髮慈親在臨瀛(학발자친재임영)

身向獨去長安情(신향독거장안정)

回首北坪時一望(회수북평시일망)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늙으신 어머님은 임영(강릉)에 계시는데

이 몸 혼자 서울로 떠나는 마음

머리를 북촌으로 돌려 때때로 바라보니,

흰 구름 떠가는 아래 저녁 산만 푸르구나.

 

75서거정(徐居正)-----사호도(四皓圖)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閑碁一局子頻敲(한기일국자빈고)

此中妙手無人會(차중묘수무인회)

最有安劉一着高(최유안유일착고)

 

속세와 공명을 이미 벗어나

한가로운 장기판에서 장기알 자주 두드린다

이 바둑판 묘수를 아는이 아무도 없었으니

마지막 둔 최고의 한 수는, 유방을 지킨 한 수였도다

 

76서경덕(徐敬德)----독서유감 (讀書有感)

讀書當日志經綸 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 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 부귀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 임천무금가안신

採算釣水堪充腹 채산조수감충복

咏月吟風足暢神 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闊 학도불의지쾌활

免敎虛作百年人 면교허작백년인

독서하던 당년에 경륜에 뜻을 두었더니

만년에 안빈낙도 오히려 달갑구나

부귀엔 시샘 많아 손대기 어려웠고

임천엔 금함 없어 심신이 편안하였네

채산조수하여 배를 채우고

음풍영월로 마음을 풀었네

학문이란 의혹 없어야 상쾌하나니

평생의 허랑함을 면케 할 수 있네.

 

77서영수각(徐令壽閣) 입춘차두(立春次杜)

 

惆愴戀行客(추창련행객)

蕭條夢未安(소조몽미안)

片雲行樹梢(편운행수초)

孤月掛雲端(고월괘운단)

忽憶梁園雪(홀억양원설) 니

還愁棣萼寒(환수체악한)

佳辰廻子夜(가신회자야)

且待會團團(차대회단단)

 

서글피 떠난 사람 그리워하니

쓸쓸히 꿈속에도 편아하지 않도다

조각구름 나무 끝에 떠돌고

외로운 달으니 구름 끝에 걸려있다

문득 야원의 눈으 생각하

도리어 아가위 꽃받침 추울까 걱정한다

좋은 날 밤에라도 돌아온다면

단란하게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78석굉연(釋宏演)---추야숙장산사 (秋夜宿蔣山寺)

大江之南鍾山寺(대강지남종산사)

巍巍樓閣開旃檀(외외루각개전단)

雲外聽經白鷴下(운외청경백한하)

洞中護法蒼龍蟠(동중호법창룡반)

塔影夜搖崖月淨(탑영야요애월정)

鍾聲曉襍松濤寒(종성효잡송도한)

舊說天人多集此(구설천인다집차)

尙疑環佩來珊珊(상의환패래산산)

대강의 남쪽 종산의 절간에

높고 높은 누각이 전단향을 풍긴다.

구름 밖 독경소리에 흰 학 내려오고

골 안에 법을 지키는 푸른 용이 서렸다.

탑 그림자는 밤에 깨끗이 벼랑 달에 흔들리고

새벽 종소리는 싸늘한 솔바람 소리에 섞인다.

예부터 말하기를, 천인들 이곳에 많이 모이니

지금도 아직 환패가 잘랑잘랑 울리는 듯하다.

 

79석원감(釋圓鑑)----유릉가산 (遊楞伽山)

 

舊聞海上有名山(구문해상유명산)

幸得遊尋斷宿攀(행득유심단숙반)

萬壑煙嵐行坐裏(만학연람행좌리)

千重島嶼顧瞻間(천중도서고첨간)

義湘庵峻天連棟(의상암준천련동) :

慈氏堂深石作關(자씨당심석작관) :

避世高棲無此地(피세고서무차지) :

堪誇倦鳥解知還(감과권조해지환) :

 

바다 위에 명산이 있다는 말 들었는데

찾아와 다행히 숙원을 풀었도자

앉거나 거니는 가운데 온 골짜기의 안개

앞을 보나 뒤를 보나 겹겹한 섬들이로다

높은 의상암은 지붕이 하늘에 맞닿고

미륵보살 자씨당은 돌로 문을 만들었다

세상 피해 사는 높은 누각은 이만한 곳 없고

지친 새 돌아올 줄 안 것을 자랑할 만하도다

 

80석천인(釋天因)---유사선암유작 (遊四仙嵓有作)

仙遊邈已遠(선유막이원)

嘉境轉幽寂(가경전유적)

晴川碧如藍(청천벽여람)

石蘚暖於席(석선난어석)

逍遙能幾時(소요능기시)

俛仰忽陳迹(면앙홀진적)

淹留非不佳(엄류비불가)

但恐日易夕(단공일역석)

 

신선이 놀던 일 이미 멀고도 아득한데

아름다운 경개는 날이 갈수록 유적하여라.

맑은 냇물 쪽빛 같이 푸르고

바위에 낀 이끼 자리보다 따뜻하여라.

이렇게 소요하는 것 얼마나 지속되나

숙이고 쳐다보는 사이에 묵은 자취되리라.

머물러 노는 곳, 모두가 아름다운데

다만 날이 쉽게 저물까 두려워하노라.

 

81설문우(薛文遇)--여흥청심루차운(驪興淸心樓次韻)

 

萬景森羅指點端(만경삼라지점단)

登臨不覺屢回顔(등림불각루회안)

長江西去赴蒼海(장강서거부창해)

複嶺北來圍淺山(복령북래위천산)

透網魚跳寒雨裏(투망어도한우리) :

忘機鷺立瞑煙間(망기로립명연간)

一生脫却功名累(일생탈각공명루)

靑蒻漁翁也自閑(청약어옹야자한) :

 

온갖 경치 손가락질 끝에 보이고

올라와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고개 돌려진다

긴 강은 서로 흘러 푸른 바다에 들고

겹친 고개 북에서 와 얕은 산을 둘렀구나

찬 비 속에 고기들은 그물 뚫으며 뛰놀고

시름 잃은 해오리 아득한 연기 속에 서있다

한 평생 공명의 누를 다 벗어버리고

부들삿갓 저 어부야 저절로 한가롭다

 

82설손(偰遜)--소몽(宵夢)

龍蛇猶格鬪(룡사유격투)

豺虎尙縱橫(시호상종횡)

不見風塵息(불견풍진식)

胡爲江漢行(호위강한행)

有身眞大累(유신진대루)

無地托餘生(무지탁여생)

寂寞中宵夢(적막중소몽)

凄涼去國情(처량거국정)

 

용과 뱀은 격투를 하고

시랑이와 여우는 아직도 날뛰는구나

풍진이 그치는 것을 보지 못하는데

어찌 한가히 강호로 갈것인가

몸 있음이 참으로 큰 짐이니

여생을 붙일 땅조차 없구나

적막한 한밤의 꿈 속에서

처량하게 나라를 떠나는 마음이여

 

83설장수(偰長壽)--서감(書感)

生理貧恒絆(생리빈항반)

歸期亂每妨(귀기란매방)

涸魚誰肯濟(학어수긍제) :

巢燕自徒忙(소연자도망)

道路風塵暗(도로풍진암)

箕裘事業荒(기구사업황) :

倚樓溟海闊(의루명해활)

萬里逈蒼蒼(만리형창창)

 

생활에는 가난이 항상 따르고

돌아갈 기약은 매양 난리가 방해한다

물마른 곳 고기 누가 기꺼이 건져줄까

집짓는 제비는 다만 스스로 바쁘구나

길에는 바람먼지 어둡고

기구 세업은 거칠어졌도다

누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나니

만리 휑하니 푸르기만 하구나

 

84성간(成侃)---우서(偶書)

言辭出口屢觸諱(언사출구루촉휘)

世事折肱曾飽更(세사절굉증포경)

黃昏風雨鬧北牖(황혼풍우료북유)

夢作聖居山水聲(몽작성거산수성)

 

말이 입에서 나오면 여러 번 기휘 저촉되니

세상일은 팔을 부러뜨려야 경험 생기는구나

황혼녘 비바람 소리 북창이 시끄러운데

꿈속에서 성거산의 물 소리로 알았다네

 

85성문준(成文濬)---야좌감흥(夜坐感興)

星月皎如晝(성월교여주)

納涼開夜窓(납량개야창)

雲山深隱隱(운산심은은)

石瀬遠淙淙(석뢰원종종)

世累休關念(세루휴관념)

閑愁不入腔(한수불입강)

中宵歌感慨(중소가감개)

永憶鹿門龐(영억록문방)

달과 별이 대낮 같이 밝은데

밤에 창을 열어 서늘한 바람 받아들인다.

구름 낀 산은 은은하고

바위의 여울물 멀리 졸졸 흐른다.

세상 걱정은 생각지도 말고

한가로운 근심은 마음에 들이자 말아라.

한밤에 노래가 감개로워

녹문방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86성삼문(成三門)---수형시(受刑詩)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西風日落斜(서풍일낙사)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요란한 북소리 나의 목숨 재촉하는데

해는 기울어지고 서풍이 부는구나

저승에는 여인숙도 없다는데

오늘밤은 뉘 집에서 묵어 가리오.

 

87성석린(成石璘)--- 만조재신 (挽趙宰臣)

溫溫吾益友(온온오익우)

情話幾回同(정화기회동)

未必仁人壽(미필인인수)

空留長者風(공류장자풍)

塵棲經卷上(진서경권상)

火盡藥爐中(화진약로중)

惆悵平生事(추창평생사)

松楸夜月籠(송추야월롱) :

 

온화한 나의 이로운 벗

정담을 몇 번이나 나누었던가

반드시 어진 사람이 오래사는 것도 아니도다

속절없이 어른의 풍모만 남았구나

책시렁 위에는 티끌만 쌓이고

약 화로에는 불이 꺼졌구나

슬프다, 그대 평생의 일

소나무와 오동나무에는 밤달빛이 둘러싸는구나

 

88성여신(成汝信)---관절서(觀節序))

壟麥波千頃(롱맥파천경)

吳蠶入再眠(오잠입재면)

倚窓觀節序(의창관절서)

田野頌豐年(전야송풍년) :

 

언덕에 보리밭 천이랑이 물결치고

오나라 누에들이 다시 잠에 들었구나

창가에 기대어 절후를 살펴보니

들판의 밭에는 풍년을 기리리라

 

89성운(成運)---유남강(遊南江)

十里淸江岸(십리청강안)

蒼松近百株(창송근백주)

草深能沒馬(초심능몰마)

波動欲浮壺(파동욕부호)

小鼎魚烹玉(소정어팽옥)

低盤䒘剖珠(저반예부주)

晩來喧鼓笛(만래훤고적)

驚起兩三鳧(경기량삼부)

 

십 리 긴 맑은 강가 언덕에

푸른 소나무 백그루가 다가온다.

풀은 깊어 말이 보이지 않고

물결은 움직여 병이 물에 띄려 한다.

작은 솥에 물고기 삶으니 옥같아

쑥같 깐 소반 바치고 고기를 자른다.

저녁에 소란하게 피리를 부니

놀라 일어나는 두 세 마리 오리들

 

90성현(成俔)---심화고사 (尋花古寺)

春深古寺燕飛飛(춘심고사연비비)

深院重門客到稀(심원중문객도희)

我昨尋花花落盡(아작심화화락진)

尋花還爲惜花歸(심화환위석화귀)

 

봄 깊은 옛 절에 나비는 날아들고

깊숙한 사원 겹 문에는 찾는 이 드물어라

어제 꽃 찾아 보아도 꽃은 다 지고

꽃 찾아 갔으나 꽃을 아끼며 돌아왔도다

 

91소세양(蘇世讓)---제화안첩 (題畵雁帖)

蕭蕭孤影暮江潯(소소고영모강심)

紅蓼花殘兩岸陰(홍료화잔양안음)

謾向西風呼舊侶(만향서풍호구려)

不知雲樹萬重深(부지운수만중심)

 

해 저문 물가에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

강 언덕 어둑한데 아직도 남아 있는 붉은 여뀌꽃

부질없이 바람 따라 옛 친구 불러보나

구름 낀 나무숲 너무 깊어 알지 못하네

 

92손조서(孫肇瑞)---촉직사(促織詞)

促織聲何急(촉직성하급)

聞聲未見機(문성미견기)

似嫌難設杼(사혐난설저)

如訴未縫衣(여소미봉의)

牽出宮娥怨(견출궁아원)

添成戍客悲(첨성수객비)

夜深淸響切(야심청향절)

應恨歲將歸(응한세장귀)

 

귀뚜라미 소리 어찌 그리 다급한가

소리는 들리는데 베틀은 보이지 않는다

베틀 놓기 어려워 싫어하는가

아직 옷을 짓지 못했다 꾸중하는 것같도다

끌어내니 궁녀들 원망하여

변방 나그네의 슬픔을 더하는구나

깊은 밤 맑은 소리 절절한데

해마다 다시 돌아감을 한스러워하리라

 

93송순(宋純)--- 야중즉사(夜中卽事)

渚宿舟人半夜喧(저숙주인반야훤)

遙知急雨沒江濆(요지급우몰강분)

波聲遠駕南陵外(파성원가남릉외)

兼送山窓喚客魂(겸송산창환객혼)

 

물가에 묵는 어부, 한 밤이 시끄러워

멀리 소낙비에 물가 잠겼음을 알겠노라

물결소리, 멀리 남쪽 언덕 밖엔 수레

산 창으로 보내어 나그네 넋을 불러온다

 

94송시열(宋時烈)---赴京(부경

綠水喧如怒(녹수훤여노)

靑山默似嚬(청산묵사빈)

靜觀山水意(정관산수의)

嫌我向風塵(혐아향풍진)

시냇물은 성난 듯 콸콸 쏟아지는데

청산은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네

산과 물의 갸륵한 뜻 곰곰이 생각하니

풍진에 몸 더럽힘이 안타까와 하노라

 

95송익필(宋翼弼)---망월(望月))

未圓常恨就圓遲(미원상한취원지)

圓後如何易就虧(원후여하이취휴)

三十夜中圓一夜(삼십야중원일야)

百年心思摠如斯(백년심사총여사)

 

둥글어지지 않을 때면, 항상 늦음을 한탄하고

둥글어진 후는, 어찌 그리도 쉬 이지러지는가

한 달 삼십일 밤, 둥근 날은 하루 저녁인 것을

인생 백년의 심사, 모두 이와 같다오

 

96송준길(宋浚吉)--- 증우인(贈友人)

四月花林鸎亂飛(사월화림앵란비) :

故人來告故園歸(고인래고고원귀)

蓑衣贈別寧徒爾(사의증별녕도이)

知子東陂有釣磯(지자동피유조기)

사월 꽃숲에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친구가 찾아와 고향으로 간다 말하네

도롱이옷 주어 이별하니 편히 가시게나

자네 동쪽 언덕 낚시터에 있음을 알고있노라

 

97송한필(宋翰弼)---우음(偶吟)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어제 밤 비에 피었던 꽃

오늘 아침바람에 떨어지네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

비바람에 오고 가는구나

 

98신광수(申光洙)---억경춘(憶京春)

紅杏初飛北岳村(홍행초비북악촌)

辛夷欲發孟家園(신이욕발맹가원)

驪江寒食東歸客(여강한식동귀객)

啼鳥聲中獨閉門(제조성중독폐문)

 

북악골에 살구꽃 날리니

맹가네 동산에는 개나리가 피었겠다.

한식날 여강으로 돌아온 나그네

우는 새소리 속에 홀로 문들 닫는다.

 

99신광한(申光漢)---광진선상 (廣津船上)

孤舟一出廣陵津(고주일출광릉진)

十五年來未死身(십오년래미사신)

我自有情如識面(아자유정여식면)

靑山能記舊時人(청산능기구시인)

외로운 배로 한 번 광나루를 나와

십오 년이 지나도 죽지 못한 몸이어라.

나는 절로 정이 있어 알아볼 듯하여도

청산은 능히 옛 사람 기억할 수 있을까.

 

반포님 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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