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홍진은 햇빛에 비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번거롭고 속된 세상'을 뜻함)세상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풍월주인으로 자연과 어울리는 일]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미칠까 못미칠까?(자연을 벗하여 사는 화자의 풍류 생활이 옛 선인들의 풍류생활과
유사하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음)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는
왜 그들은 자연[현실과 대립되는 공간이면서 친화의 대상이 되는 공간]에 묻혀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칸 안되는 띠집(보잘것없는 작은 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화자의 심리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 풍월 주인이 되어 지락을 누림 - 서사
:
화자는 속세에 사는 사람들인 '홍진에 묻힌 분'과 '천지간 남자'와 대조되는 존재인 동시에 '옛 사람'과 비교되며 '풍월주인'과 등가(等價)의 존재이다. 이러한 화자가 세속을 떠나 안주하는 공간으로 정한 곳이 '수간모옥'이다. 자연 속에 묻힌 화자가 되돌아 보는 '홍진에 묻힌 분'은 세속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고, '천지간 남자 몸'은 세속 공간을 싫어하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내 생애'와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의 삶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지니고 있기에 화자는 이들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 한다. 그러기에 화자가 찾는 위안은 '옛사람'의 풍류요, 세속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풍월주인으로 자연과 어울리는 길이 있을 뿐이다. 수간 모옥의 배경인 '벽계수'는 자연친화를, '송죽(松竹)'은 청빈한 삶을 떠받쳐 주는 매체들이다. 그러므로 '수간모옥'은 성(聖)과 속(俗)의 경계공간이다.
본사 1 : 봄의 아름다운 경치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봄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양하는 말]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야단스럽다라는 말은 경치가 다채롭고도 아름답다는 뜻]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하여(못내 겨워)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실제로 새봄을 맞은 기쁨에 들떠 있는 것은 화자 자신인데 이러한 화자 자신의 마음을 '새'에 감정이입하여 표현한 것]
사물(자연 / 구체적으로는 '새')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자연과 화자가 혼연일체가 되었으니
'새'나 '자신'이 느끼는 흥이 다를 리 없다는 뜻]
사립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대구법]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고요)한데,
한가로운 가운데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자로구나.- 춘경에의 몰입
: 눈부신 아침 햇살 속에 밝게 전개되는 춘경이 아니라 밝음과 어둠의 경계인 석양에, 그리고 밝음을 차단하며 하강하는 가는 비 중에 더욱 아름답고 푸르게 보인다. 이처럼 명암을 공유하고 있는 조물주의 위대한 창조물인 춘경은 수풀에 우는 새를 통하여 그 양면성이 더욱 극명해진다. 겨울과 여름과 시간적 경계인 새봄과 연관되는 이 새는 땅과 하늘의 매개항으로서, 인가 근처에 서식하며 지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늘로 비상할 수 있는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어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공간을 들락거리는 화자 자신의 감정이 이입된 객관적 상관물이다.
: 춘경에 몰입했던 내면 세계는 사립문을 거닐다가 외부 공간인 정자로 향한다. 그리고 산 속의 하루는 소요(逍遙) 음영(吟詠)하고 한중(閑中)진미(眞味)가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적적하고 혼자인 고독한 공간이다. 화자는 보다 더 광활한 외부 세계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이 글에 사용된 감각적 이미지는? 시각 - 청각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돈호법],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행위로 작품의 공간이 확대되는 계기가 됨].
(봄에 파릇하게 난 풀을 밟고 노는 민속놀이인) 들놀이는 오늘 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물놀이)은 내일 하세.[대구법]
아침에는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는 낚시질을 하세[채산과 조수는 안분지족의 삶을 상징하는 대구법]. - 산수 구경 권유
: '산수 구경'은 외부 세계로의 탈출을 위한 행위이고, 결국 자연 친화이다. '답청(踏靑)'과 '욕기(浴沂 : 명리를 잊고 유유자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는 정치적 야심을 버리자는 다짐이고, '채산'과 '조수'는 부귀(富貴) 공명(功名)을 탐하지 말자는 의지의 표출이다.
답청 : 음력 3월 3일을 삼월 삼짇날이라고 한다. 옛말에 '삼질'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상사(上巳)·원 사(元巳)·중삼(重三)·상제(上除)·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쓴다. 삼짇날은 삼(三)의 양(陽)이 겹친다는 의미이다. 최남선에 의하면 삼질은 삼일의 자음(字音)에서 변질되어 파생된 것이며, 상사는 삼월의 첫 뱀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막 익은 술을 칡으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갈건녹주'를 인용한 말로 중국 晉(진)나라 때 도연명이 갈건으로 술을 걸러 마셨다는 데서 유래],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정철의 '장진주사'와 유사한 표현].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으면 나에게 아뢰어라.
사동을 시켜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을 씻어 술을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 꽃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곳인가? - 음주 취흥
: 술을 갈건으로 걸러 취하도록 마시겠다는 것은 속세의 홍진을 미련 없이 털어 버리고 도연명의 '갈건녹주'하는 행락을 본받겠다는 다짐이다. 술은 도연명이나, 이백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대부가 현실을 벗어나 이상향을 찾을 수 있는 도구로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상당히 낭만적이고, 풍류적인 모습이다.
: 도연명처럼 시냇가로 가서 술을 마시며 맑은 시냇물을 굽어 보니, 떠오는 것이 도화꽃이로다 하면서 도화꽃을 통해 이상향인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의 삶을 희구하고 있다.
얼운 : '어른'의 옛말로 기본형 '얼우다'에서 파생됨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붙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자신을 신선이라 여기는 풍류가 담겨 있음],
수많은 촌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산 아래 촌락들이 안개와 노을과 햇살 아래서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엇그제까지도 거뭇거뭇했던(검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 선경 - 본사
: 봉두에 급히 오르는 행위는 화자가 한 곳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으로 옮아가는 적극적인 상승 운동이다. 그리고 구름 속에 앉아 물론 그 행위는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속세를 바라보니 비단을 펼친 듯, 봄빛이 흘러 넘친다라고 한 것은 화자가 그 동안 겪었던 갈등을 극복했다는 의미이다.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소박한 생활과 누추한 거리에서[단표 누항(簞瓢陋巷 : 좁고 지저분한 거리인 누항에서 먹는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이라는 뜻으로,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말로 소박하고 청빈한 생활을 이름 '일단사 일표음'의 준말로 선비의 청빈한 생활을 이르는 말)로 도시락 밥과 표주박 물을 먹고 누추한 곳에 살면서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 잡스러운 생각(부귀와 공명과 같은 욕심이 담긴 생각)은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안빈낙도의 경지에 이르고 있는 화자를 나타냄)[ 삼국시대 초기부터 유교 문화가 우리사회에 점차 폭넓게 받아들여지면서, 유교적 인격체인 선비의 덕성에 관한 이해가 정립되기 시작하였고, 조선조에 유교 이념이 통치 원리가 된 이후, 선비 정신은 곧 유교 이념을 구현하는 것으로 의식되었다. 선비는 부귀의 세속적 가치를 따르지 않고 인의의 이념을 신봉하였으며, 선비의 현실적 삶이란 "한 시대에 나가서 도를 시행하고 (行道一世), 말씀을 내려 주어 후세에 가르침을 베푸는 일에(立言垂後)"의 두 가지를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 안빈낙도 - 결사
아모타 백년행락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 향가의 형식적 특성과 시조 종장의 영향이 남은 흔적과 더불어 안분지족(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앎)의 자세가 담겨 있음
흣튼 혜음 : 공명과 부귀
: 공명과 부귀가 나를 꺼린다는 표현은 주체와 객체를 전도시킨 표현으로 사실은 화자 자신이 부귀와 공명을 꺼린다는 말이다. 이제 부귀공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화자는 비록 '단표누항(簞瓢陋巷)'의 빈한한 처지이지만, 속세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자연(自然)귀의(歸依)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또한 다른 작품들, 즉 송순의 '면앙정가'나 정철의 '관동별곡' 등에는 상투적인 군은(君恩)에 대한 예찬의 정서가 드러나 있는데 '상춘곡'에는 그러한 정서가 없다.
출처: 구글
'옛글古詩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인 별곡 - 양사언 (0) | 2011.03.24 |
---|---|
반속요 (0) | 2011.03.24 |
상춘곡 (0) | 2011.03.24 |
면앙정가 (송순) (0) | 2011.03.23 |
도산 십이곡 (이 퇴계) (0) | 2011.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