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
<현대어 번역>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무등산을)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 없는 넓은 들에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일곱 굽이가 한데 움치리어 우뚝우뚝 벌여 놓은 듯, 그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선잠을 막 깨어 머리를 얹혀 놓은 듯하며,
● 주제 : 제월봉의 형세 - 늙은 용의 머리에 비유 ● 낱말 풀이 할기 : 활개[肢]. 여기서는 산의 줄기. * '활기 뫼히'는 '지맥(地脈)'이란 뜻. 동다히로 : 동쪽으로. '다히'는 '편, 쪽'이란 뜻의 명사. 떼쳐 와 : 떼어 버리고 나와. 떨어내 버리고 나와. 霽月峰(제월봉) : 전남 담양에 있는 산. 이 산 아래 석림정사(石林精舍)와 면앙정 (면仰亭)이 있음. 無邊大野(무변 대야) : 끝없이 넓은 들판. 함대 : 한데. 한 곳에. 움쳐 : 움치리어. 움치다. 므득므득 : 무더기무더기. 우뚝우뚝. 버럿난 : 별려 놓은. 벌린. 굼긔 : 구멍에. '구무'의 ㄱ곡용어.
● 구절 연구 ㅇ 멀리 떼쳐 와 霽月峰(제월봉)이 되어거날 ⇒ 광주 무등산을 멀리 떼어 버리고 제월봉이 되었다는 것으로, 제월봉의 근원을 밝힌 부분. ㅇ 므삼 짐쟉 하노라 ⇒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무슨 속셈으로. 주체는 제월봉으로 의인화된 표현이 다. ㅇ 닐곱 구배 함대 움쳐 므득므득 버럿난 닷 ⇒ 일곱 굽이의 제월봉 봉우리가 한 곳에 움치리어 우뚝우뚝 솟은 듯하다는 것으로, 제월봉의 형세를 직유법으로 밝혔다.
<현대어 번역> 넓고 편편한 바위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혀 놓았으니, 마치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린 듯하다.
● 주제 : 면앙정의 모습 - 날개 편 청학에 비유 ● 낱말 풀이 너라바회 : 너럭바위. 넓고 평평한 바위. 헤혀고 : 헤치고. '헤혀다. 헤혀다. 헤티다' 나래 : 날개. 날개>날애>나래(ㄱ탈락)
▶ 承 : 면앙정의 승경(勝景)
<현대어 번역> 옥천산, 용천산에서 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잇달아) 퍼져 있으니, 넓거든 길지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거나(넓으면서도 길며 푸르면서도 희다는 뜻), 쌍룡이 몸을 뒤트는 듯, 긴 비단을 가득하게 펼쳐 놓은 듯, 어디를 가려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려가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하다.
● 주제 : 시냇물의 가경(佳景) [근경(近景)] 쌍룡 시냇물의 비유 ● 낱말 풀이 올올히 : 부지런히 힘써 그치지 않는 모양[勤勉不止貌]. 끊임없이. 우뚝우뚝. 넙꺼든 기노라 : 넓거든 길다고(하지 말고). 넓거든 길지 말거나. 채 폇난 닷 : 가득하게 펼쳐 놓은 듯. 쭉 펼쳐 놓은 듯. 배얏바 : 바빠. ① 배야다 : ① (재촉하다:동사) 배얏브다(바쁘다:형용사) ② 배야다 = 배아다. 바야다. ● 구절 연구 ㅇ 넙꺼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 ⇒ 넓으면서 길게 뻗혀 있는 듯하며, 푸르면서 희듯한 시냇물을 대구법과 대조법을 구사하여 표현한 것으로, 정철의 관동별곡에 '날거든 뛰디마나 섯거든 솟디마나', '맑거든 조치마나 조커든 맑지마나' 등에 그대로 나타난다. ㅇ 雙龍(쌍룡)이 뒤트난 닷 긴 깁을 채 폇난 닷 ⇒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트는 듯하고,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니.
<현대어 번역> 물 따라 벌여 있는 물가의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펴졌는데, 어지러운 기러기는 무엇을 통정(通情)하려고 앉았다가 내렸다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서로 따라 다니는고?
● 주제 : 기러기의 교태(嬌態) [근경(近景)] ● 낱말 풀이 므조친 : 물따라 벌여 있는. 물가로 밀린. 사정(沙汀) : 물가의 모래밭. 어르노라 : 통정(通情)하려고. 안즈락 나리락 : 앉았다가 내려갔다가. 모드락 흣트락 :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노화(蘆花) : 갈대꽃. 우러곰 : 울면서. 좃니난뇨 : 따라 다니느냐? 좇[從]+니[行]>좃니(합성 동사 어간)+난뇨(의문형)
<현대어 번역> 넓은 길 밖,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잇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며,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며, 어지러운 가운데 유명한 체하여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 선 것이 추월산 머리 삼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벌어져 있는데, 멀리 가까이 푸른 언덕에 머문 것(펼쳐진 모양)도 많기도 많구나.
● 주제 : 산봉우리의 승경(勝景) [원경(遠景)] 병풍 산봉우리의 비유 ● 낱말 풀이 밧기오 : 밖이요. 밧(ㄱ곡용어)+ㄱ(첨입음)+이오(서술격) 근난 : 끊어지는. 일흠 난 : 이름이 난. 유명한. 젓티 : 두려워하지. (기) 젛다. 蒼崖(창애) : 푸른 언덕. 하도 할샤 : 많기도 많구나. ● 구절 연구 ㅇ 하도 할샤. ⇒ '많기도 많구나'의 뜻으로, '하기도 할샤'의 생략형. ' 도(감탄 보조사) ㄹ샤(감탄형)'의 관용구는 원래 형용사에만 사용되며, ' 하기도 하구나'의 뜻을 나타낸다.
▶ 전(轉) : 면앙정 사시의 가경(佳境)
<현대어 번역> 흰 구름과 뿌연 안개와 놀, 푸른 것은 산 아지랭이다.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며 들며 아양도 떠는구나. 오르기도 하며 내리기도 하며 넓고 먼 하늘에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판으로 건너가기도 하여, 푸르락 붉으락, 옅으락 짙으락 석양에 지는 해와 섞이어 보슬비마저 뿌리는구나.
● 주제 : 면앙정의 춘경(春景) - 구름, 煙霞, 山嵐, 細雨 ● 낱말 풀이 브흰 煙霞(연하) : 뿌연 안개와 놀. 프르니난 : 푸른 것은. 프르(어간)+ㄴ(관형사형)+이(의존 명사)+난(보조사) 山嵐(산람) : 산 아지랭이. 나명셩 들명셩 : 나며 들며. 일해도 : 아양도. '일해>이래(ㅎ탈락)' 거너거니 : 건너거니. 섯거디어 : 섞이어. 섞어져. ● 구절 연구 ㅇ 나명셩 들명셩 일해도 구난지고 ⇒ 나며 들며(들락날락하며) 아양도 떠는구나. '나명셩 들명셩'의 'ㅇ'은 음악성을 고려한 표기이다.
<현대어 번역>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해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들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는 흥에 겨워 아양을 떠는구나. 나무 사이가 가득하여(우거져)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서 긴 졸음을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이야 그칠 줄 모르는구나.
● 주제 : 하경(夏景) 黃鶯, 綠陰, 凉風 ● 낱말 풀이 籃輿(남여) : 뚜껑이 없는 가마. 배야 : 재촉하여. 黃鶯(황앵) : 노란 꾀꼬리. 나모 새 : 나무와 억새풀. 또는 나무 사이. 자자지어 : 가득하여. 우거져. '잦다'는 '없어지다, 빈번하다'의 뜻. 얼랜 : 엉긴. '얼읜'의 오철. 기본형은 '얼의다(엉기다)'임. 凉風(양풍) : 서늘한 바람.
● 구절 연구 ㅇ 나모 새 자자지어 綠陰(녹음)이 얼랜 적의 ⇒ 녹음이 짙어 나뭇잎으로 무성한 숲을 이룬 절경을 이르는데, '새'를 '사이'의 축약으로 보기도 하고 '억새풀'로 보기도 하며, '樹竹兮參錯'으로 한역된 것을 참작하여 '대'의 오기(誤記)로 보기도 한다.
<현대어 번역> 된서리 걷힌 후에 산빛이 수놓은 비단 물결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퍼져 있는고? 고기잡이를 하며 부는 피리도 흥을 이기지 못하여 달을 따라 부는 것인가?
● 주제 : 면앙정의 추경(秋景) - 산빛, 黃雲, 漁笛 ● 낱말 풀이 즌 서리 : 된서리. 진서리. 빠딘 : 걷힌. 黃雲(황운) : '누렇게 익은 곡식'을 비유. 萬頃(만경) : 넓은 들. 펴거 디오 : 퍼져 있는고. 브니난다 : 불고 있느냐. 계속 부느냐.
<현대어 번역>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과 산이 묻혀 있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얼음과 눈으로 자연을 꾸며 내니, 경궁요대와 옥해은산같은 눈에 덮힌 아름다운 대자연이 눈 아래 펼쳐 있구나. 자연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 주제 : 면앙정의 동경(冬景) - 氷雪, 瓊宮瑤臺, 玉海, 銀山 ● 낱말 풀이 매몰커늘 : 묻혀 있거늘. 헌사하야 : 야단스러워. 瓊宮瑤臺(경궁요대) : 아름다운 구슬로 꾸며놓은 궁궐과 대(臺). '눈에 덮힌 자연'을 비유한 말. 玉海銀山(옥해은산) : 눈에 깔린 바다와 산. 버러셰라 : 벌여 있구나. 펼쳐졌구나. 乾坤(건곤) : 하늘과 땅. 가암열사 : 풍성하구나. 넉넉하구나. 가사멸다>가아멸다>가암열다.
▶ 결(結) : 풍류의 생활
<현대어 번역>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내 몸이 한가로울 겨를이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려 하고, 달도 맞으려고 하니,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으며,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 것인가? 아침나절 시간이 부족한데 (자연을 완상하느라고) 저녁이라고 싫을소냐? (자연이 아름답지 아니하랴.) 오늘도 (완상할)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넉넉하랴?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에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이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은 버릴 것이 전혀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이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러 올) 길이나마 전할 틈이 있으랴. 다만 하나의 푸른 명아주 지팡이가 다 못 쓰게 되어 가는구나.
● 주제 : 자연을 즐기는 풍류 생활. 자연을 완상(玩賞)하느라 겨를이 없음. ● 낱말 풀이 人間(인간) : '人生世間(인생 세간)'의 준말. 인간 세상. 속세. 혀려 하고 : 끌어당기려 하고. 낫브거니 : 부족한데. 나쁘다고 해서. 나조해라 : 저녁이라고. 저녁에도. 煩勞(번로)한 : 번거로운. 젼하리야 : 전하겠는가. 靑藜杖(청려장) :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
● 구절 연구 ㅇ 人間(인간)알 떠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번거로운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자연을 완상(玩賞)하느라 이 몸이 겨를이 없다. ㅇ 아참이 낫브거니 나조해라 슬흘소냐. ⇒ (아름다운 자연을 완상할 시간이) 아침에도 모자라는데 저녁이라고 경치가 아름답지 아니할 것인가. ㅇ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하리야. ⇒ (자연을 완상하느라) 쉴 사이가 없는데, (이 아름다은 자연을 구경하러 올) 속세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전해줄 틈이 있으랴.
<현대어 번역> 술이 익었거니 벗이 없을 것인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악기를 끌어당기게 하며, 흔들며 온갖 아름다운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으며 시름이라 붙었으랴. 누웠다가 앉았다가 구부렸다 젖혔다가, 시를 읊었다가 휘파람을 불었다가 하며 마음 놓고 노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복희씨의 태평성대를 모르고 지내더니 이 때야말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떻던가 이 몸이야말로 그것이로구나.
● 주제 : 취흥에 젖어 태평성대 구가(謳歌) 술과 벗, 음악과 시 ● 낱말 풀이 블내며 : 부르게 하며. 타이며 : (악기를) 타게 하며. 이아며 : 흔들며. 브트시랴 : 붙었으랴. 파람하락 : 휘파람 불며. 노혜로 : 마음 놓고. 거리낌 없이. 희황(희황) : 복희 황제(복희황제). 여기서는 '태평성대" 모랄러니 : 모르더니. 모르고 지내더니. 이적이야 : 이 때야말로. 엇더턴지 : 언떤 것인지 몰랐는데. 긔로고야 : 그것이록스나. 그 때로구나. ● 구절 연구 ㅇ 블내며 타이며 혀이며 이아며 ⇒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끌어당기게 하며, 흔들며. ㅇ 누으락 안즈락 구브락 쳐즈락 을프락 파람하락 ⇒ '락'이란 반복형 어미를 사용한 열거법으로 지은이의 취흥(醉興)을 나타낸다.
<현대어 번역> 江山 風月 거느리고 (속에 묻혀) 내 평생을 다 누리면 악양루 위에 이백이 살아온다 한들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야말로 이보다 더할 것인가.
● 주제 : 호연지기(浩然之氣) ● 낱말 풀이 江山風月(강산풍월) : 아름다운 자연. 제유법. 浩蕩(호탕) 情懷(정회) :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 이에서 : 이보다. '에서'는 비교를 나타내는 비교격.
<현대어 번역> 이 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 주제 : 군은(君恩) ● 낱말 풀이 이렁 굼도 : 이렇게 지내는 것도. 이러함도.
[작가에 대하여] 면앙정 송순(宋純)(1493-1583) 성종 자(字)는 수초(守初), 호(號)는 기촌(企村), 면앙정 성종 24년(1493) 담양군 봉산에서 출생하였다. 중종 14년(1519) 별시문과(別試文科) 을과(乙科)에 급제하여 이후 명종2년(1547) 봉문사(奉聞使)로 북경 에 다녀왔으며 이후 개성부유수(開城府留守)를 거쳐 1550년 이조판서 (吏曹判書)에 제수되었다. 1569년(선조2) 대사헌(大司憲), 한성부판윤(漢城府判尹)이 되 었으며, 의정부 우참찬(議政府 右參贊) 겸 춘추관사(春秋館使)를 지내다 사임하였다(77세). 만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향리에 내려와 면앙정을 짓고 퇴계 이황(退溪 李滉)을 비롯하여 강호제현(江湖諸賢)과 학문을 논하며 후학을 양성하여 문인들이 신평 선생(新平先 生)이라 불렀다. 그의 정계생활은 그의 군자다운 인품과 고매하고 원만한 대인관계 때문에 순탄하였다. 면앙정 송순은 후에 명유(名儒)가 된 제봉 고경명(齊峰 高敬命),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 백호 임제(白 湖 林悌) 등이 그의 문하에 있었으며 특히 송강 정철(松江 鄭澈) 또한 그에게서 사사했다. 그의 문학작품을 보면 가사(歌辭)인 『면앙정가』를 비롯하여 『자상특사 황국옥당가(自上 特賜黃菊玉堂歌』1편, 잡가(雜歌) 2편, 『면앙정단가』 등 과 『오륜가(五倫歌)』 5편 등이 그의 문집에 기록되어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서정 가사. 양반 가사. 은일 가사 문체 : 운문체. 가사체 연대 : 중종 19년(1524) 어조 : 풍류를 즐기는 호방한 어조 형식 : 가사(歌辭). 4 4(3 4)조를 기조로 한 4음보 연속체. 성격 : 양반 가사. 은일 가사(隱逸歌辭), 서정 가사(抒情歌辭) 표현 : 활유, 의인, 직유, 은유, 대구, 열거, 과장, 대조, 반복, 생략 등 다양한 수법 동원. 짜임 : 起承轉結(기승전결)의 4단 구성. 제재 : 면앙정(傘仰亭)의 자연의 승경(勝景) 내용 : 면앙정(傘仰亭)이 있는 제월봉(霽月峰)의 형세와 면앙정의 모습을 그린 다음, 그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근경(近景)에서 원경(遠景)으로 묘사하고 춘 하 추 동(春夏秋冬) 사시(四時)의 계절 변화에 따라 짜임새 있게 묘사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절경(絶景)에서 묻혀 노니는 지은이의 호방한 정회(情懷)를 노래하였다. 구성 : 기.승.전.결 79구의 4단 구성(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본사를 계절에 따라 네 문단으로 나누어 6단 구성으로 볼 수도 있음) 주제 : 대자연 속에서의 풍류와 군은(君恩) 출전 : 필사본 <雜歌> 의의 :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한 노래로, 정극인의 '상춘곡'의 계통을 잇고,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에 영향을 주었다.
[구성] <면앙정가>는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사>에서는 여러 가지 수사법을 동원해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제월봉을 의인화해 생동감 있게 산세를 나타내고 다시 늙은 용의 모습으로 비유하였으며, 면앙정을 청학이 날개를 편 듯하다고 표현하였다. <본사>는 다시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앞부분은 면앙정 앞을 흐르는 시냇물의 멋진 모습과 서로 정답게 나는 기러기의 교태, 넓고 먼 하늘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 산봉우리들의 모습을 대구, 열거, 직유법 등의 수사법을 동원해 생동감 있게 나타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면앙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풍류와 흥취를 함께 그리고 있다. <결사>는, 자연에 몰입해 풍류 생활을 하면서도 임금의 은혜를 생각하는 유학자의 자세 (역군은이샷다)를 나타냄으로써 자연적 친화와 유교적 충의 사상을 결합한 강호가도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역군은이샷다'는 시조 종장 형식을 취하는 낙구로, 시조 문학이 가사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낙구가 쓰인 작품으로는 맹사성의 <강호사시가>, 악장 <감군은>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지은이 송순(宋純, 1493∼1582)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자는 수초(遂初) 또는 성지(誠之)이다. 호는 기촌(企村) 또는 면앙정(傘仰亭). 면앙정가단(傘仰亭歌壇)의 창설자이며 江湖歌道의 선구자. 성격이 너그럽고 후하였으며 특히 음률에 밝아 가야금을 잘 탔으며, 풍류를 아는 호기로운 재상으로 일컬어졌음. 면앙정은 그의 나이 41세 때 담양의 제월봉 아래에 세운 정자로서 여기서 호남제일의 가단을 형성. 작품으로는 <면앙정삼언가>, <면앙정제영> 등 수많은 한시와 국문 가사 <면앙정가>와 시조 20여 수를 지어 우리 시가문학에 크게 기여했다. 《면앙집》이라는 문집이 전한다. 이 작품은 일명 <무등곡(無等曲)>이라고도 하는데, 송순이 관직에서 잠시 물러나 그의 고향인 전라도 담양의 기촌에 머물러 있을 때, 그 곳 제일봉 아래에 면앙정을 짓고 주변의 산수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며 즐긴 풍류 생활을 노래한 서정 가사로서 자연 탄상이 주제이다. 내용 구성은 서사에서 제월봉과 면앙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본사에서 작자의 풍류 생활을, 결사에서 지은이의 멋스런 삶은 바로 임금님의 은혜임을 밝히며 노래하는 3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서사는 면앙정 위치를 본사는 면앙정 주변 경계 수려함을 찬탄하고 면앙정에서 바라본 풍경을 한가롭게 보여지며 四時의 경물을 노래하고 醉興自得하는 흥취가 나타난다. 결사는 소요자적하고 안빈낙도하는 생활이 역군은임을 밝히고 있다. <면앙정가>는 이전의 풍류미를 선양한 격조 높은 시풍, 구성체제와 표현형식의 완숙성, 특히 시어의 선택에 있어 순수한 우리말의 자유자재한 구사와 기발한 조사법(操辭法)의 활용, 조어의 공교함 등에 의해 각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그로 인한 정감의 절실한 표현을 이루어 냄으로써 가사문학 중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에 묻혀 사는 자신의 생활이 모두 임금의 은혜라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작자가 자연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세속적 진출을 꿈꾸고 있으며, 완전한 자연합일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강호가도 시인들의 귀착점이 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여기에 나타난 자연은 도의와 심성을 기르는 군자의 벗일 뿐이지 완전히 융합된 삶을 이루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귀거래를 명분으로 삼고 때를 기다리며 쉬어 가는 안식처로 자연을 인식하였던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자연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작품은 정극인이 지은 <상춘곡>의 시풍을 잇고 이후 정철의 <성산별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침으로써 호남 가사 문학의 계통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호가도의 대표적 작품으로 가사 문학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노니는 작자의 풍류 생활을 말하고 있다. 이 가사의 의의는 江湖歌道를 확립한 노래라는 점과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 정철의 <성산별곡>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사시의 계절의 변화에 따른 짜임새 있게 묘사한 부분은 훗날 많은 영향을 주었다. <면앙정가>의 결사의 浩蕩情懷는 호연지기를 뜻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江湖歌道의 정서를 수립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표현은 대구법(대우법)을 사용하였다. 대구법이란 가락이 비슷한 구절을 나란히 늘어놓아 아름다움과 대립의 흥미를 주어서 문장을 변화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이 작품의 서사와 본사는 서경을 묘사하고 있고 결사는 서정을 묘사하고 있다. 사사를 이어 본사는 우선 서경으로 정자, 물, 산, 안개, 사계, 그리고 소결인 '건곤도 가 열사 간대마다 경이로다'로 끝을 맺고 서정은 物外閑情과 醉興自得 그리고 소결인 '이몸이 이렁굼도 역군은이샷다'로 맺고 있다. 즉 본사의 내용이 서경과 서정으로 크게 양분된다. 더욱이 수사법상 여러 가지 표현 기법으로 나타나고 그 중 對偶법이 가장 두드러진다. 구체적으로 同對, 反對, 類對, 異對의 방식으로 强調, 變化의 표현기법을 자유롭게 구상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정극인의 '상춘곡'에서 비롯된 자연친화적 세계의 뒤를 이어 자연의 흥취를 즐기는 정서가 본격적인 표현을 얻어 그 뒤에 두고두고 모범이 되며 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정철의 가사 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남 가단(湖南歌壇)을 처음 마련했으며, 도리(道理)보다 풍류를 더 사랑했던 지은이는 '상춘곡'에서 본을 받고 '성산별곡'에 영향을 준 이 작품을 지음으로 해서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했다. 유가(儒家)의 도리를 저버릴 수 없어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라고 마무리지은 이 작품은 그 사상적 바탕을 자연 친화의 도교적 사상을 기저로 하고 있다. 도가 사상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인간이 자연과 일체(一體)를 이룸으로써 최고선(最高善)에 도달하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 서사 -제월봉과 면앙정의 위치와 모습 | |||||||||||||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무등산을)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는 넓은 들에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일곱 굽이가 한데 움치리어 우뚝우뚝 벌여 놓은 듯, ■ [ 본사 ] ● 면앙정의 승경(勝景) 옥천산, 용천산에서 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잇달아) 퍼져 있으니, 넓거든 길지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거나(넓으면서도 길며 푸르면서도 희다는 뜻), 쌍룡이 몸을 뒤트는 듯, 긴 비단을 가득하게 펼쳐 놓은 듯, 어디를 가려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려가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하다.
넓은 길 밖,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잇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며,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며, 어지러운 가운데 유명한 체하여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 선 것이 추월산 머리 삼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벌어져 있는데, 멀리 가까이 푸른 언덕에 머문 것(펼쳐진 모양)도 많기도 많구나.
● 면앙정의 사시가경(四時佳景) <춘경> 흰 구름과 뿌연 안개와 놀, 푸른 것은 산 아지랭이다.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며 들며 아양도 떠는구나. 오르기도 하며 내리기도 하며 넓고 먼 하늘에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판으로 건너가기도 하여, 푸르락 붉으락, 옅으락 짙으락 석양에 지는 해와 섞이어 보슬비마저 뿌리는구나. <하경>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해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들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는 흥에 겨워 아양을 떠는구나. 나무 사이가 가득하여(우거져)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서 긴 졸음을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이야 그칠 줄 모르는구나.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해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들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는 흥에 겨워 아양을 떠는구나. 나무 사이가 가득하여(우거져)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서 긴 졸음을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이야 그칠 줄 모르는구나.
<추경> 된서리 걷힌 후에 산빛이 수놓은 비단 물결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퍼져 있는고? 고기잡이를 하며 부는 피리도 흥을 이기지 못하여 달을 따라 부는 것인가? <동경>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과 산이 묻혀 있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얼음과 눈으로 자연을 꾸며 내니, 경궁요대와 옥해은산 같은 눈에 덮힌 아름다운 대자연이 눈 아래 펼쳐 있구나. 자연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풍류의 생활 -자연 완상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내 몸이 한가로울 겨를이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려 하고, 달도 맞으려고 하니,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으며,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 것인가? 아침나절 시간이 부족한데 (자연을 완상하느라고) 저녁이라고 싫을소냐? (자연이 아름답지 아니하랴.) 오늘도 (완상할)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넉넉하랴?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에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이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은 버릴 것이 전혀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이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러 올) 길이나마 전할 틈이 있으랴. 다만 하나의 푸른 명아주 지팡이가 다 못 쓰게 되어 가는구나.
● 풍류의 생활 - 태평성대 구가 술이 익었거니 벗이 없을 것인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악기를 끌어당기게 하며, 흔들며 온갖 아름다운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으며 시름이라 붙었으랴. 누웠다가 앉았다가 구부렸다 젖혔다가, 시를 읊었다가 휘파람을 불었다가 하며 마음 놓고 노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복희씨의 태평성대를 모르고 지내더니 이 때야말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떻던가 이 몸이야말로 그것이로구나.
■[결사] 풍류의 생활 -호탕한 정회 江山 風月 거느리고 (속에 묻혀) 내 평생을 다 누리면 악양루 위에 이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야말로 이보다 더할 것인가. ● 낙구-군은(君恩)
이 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자연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군은(君恩)'을 생각하는 유교적 충의 사상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을 '강호가도(江湖歌道)'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시조의 종장의 형식(3·5·4·3)과 같은 낙구(落句)이므로, 시조 문학이 가사에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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