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고(高)위험 음주

yellowday 2011. 12. 16. 09:34

몰리에르가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다. 술에 취해 논쟁하던 친구가 "이 귀찮은 세상, 차라리 깨끗이 센강에 몸을 던져 죽자. 얼마나 시적(詩的)인가!" 하고 소리쳤다. 주정뱅이 문인들이 함성을 질렀고 누군가 "말만 할 게 아니라 당장 센강으로 달려가자"고 했다. 당황한 몰리에르가 말렸다. "이렇게 숭고한 일을 역사에 남기려면 날 밝은 뒤 사람들 앞에서 하고 오늘은 그냥 마십시다." 이튿날 술꾼들은 엊저녁 일을 기억도 못했다.

▶미국에서는 음주와 관련된 사고로 해마다 2000명 가까운 대학생이 죽고 60만명이 다친다. 학생의 1.5%가 음주 뒤에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25%는 학업에 지장이 있었고 음주 때문에 벌어진 성폭행이 9만7000건이었다. 우리 대학도 신입생 환영회 때 음주 사망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정부는 음주 때문에 빚어진 사회·경제적 비용을 20조원으로 추산한다.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재작년에 1600억원을 넘었다.

식약청이 어제 발표한 15세 이상 남녀 1000명 조사 결과에서 26.5%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高)위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 이상 고위험 음주 비율도 17.3%였고 남자의 비율이 여자보다 네 배쯤 높았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고위험 음주'(high-risk drinking)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60g(소주 8잔), 여자는 40g(소주 5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다.

▶이번 조사에서 열에 넷은 자기가 몇 잔을 비웠는지조차 모르고 마신다고 했다. '원샷'하면서 단숨에 들이켜거나 미리 마실 양을 정하지 않는 습관도 문제였다. 각국 가이드라인이 내놓은 적정 알코올 섭취량은 한 자리에서 8~14g이다. 폴란드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알코올 프리 데이'를 일주일에 이틀 이상 갖도록 계도한다. 이탈리아는 하루 알코올 섭취를 몸무게 1㎏당 0.6g 밑으로 권한다.

▶우리도 음주문화 개선에 나선 단체 파랑새포럼과 보건복지부가 '119 절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술자리' 운동이다. 옛 스파르타 사람들은 노예에게 술을 많이 먹인 뒤 연회장에 끌고 왔다. 비틀거리는 노예를 청년들에게 구경시켰고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 교훈으로 삼게 했다. 연말연시다. 술자리가 길면 수명이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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