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시장 압박에 무릎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 실시된 2010년 예산지출안 의회 표결 후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안에 관한 의회 표결은 내주 실시된다.
사임 의사를 밝힌 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현지 민영방송 카날5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점은 우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누가 정부를 이끌어 나갈지는 그다음에 걱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일간 라 스탐파에는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디어 재벌이었던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정치계에 입문한 이후 특유의 카리스마와 재력으로 17년 넘게 권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각종 기행과 실언으로 국내외에서 망신을 당했다. 10대 여성 성매매, 세금 포탈 등 여러 건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저택에서 벌인 비밀파티를 뜻하는 ‘붕가붕가’는 유행어가 됐다. 국제회의에서 전화통화를 하느라 해외 정상을 기다리게 하거나, 모발 이식 후 공식석상에 두건을 쓰고 나타나는 등 외교적 결례도 여러 차례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제 위기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결국 그에게 ‘판결’을 내렸다. AP통신은 시장이 “베를루스코니 당신 자체가 문제다. 베를루스코니 당신은 부채를 줄이고 경기를 활성화해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영향력이 없어졌다. 경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리 사퇴라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부재로 정국이 혼란해지고 개혁안이 제대로 이행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 넘는 국채 수익률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정부 부채는 2조6000억 달러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경제성장률은 수년째 제로에 가깝다.
주간지 포춘은 “이탈리아 문제는 베를루스코니 문제보다 더 크다”며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선거 전까지 권력 공백이 생기고, 기술관료가 이끄는 내각이 이탈리아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면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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