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친구 作品

<단편소설> 어붕골댁 11.- 티눈(김규권님) 作 (yellow *서재 폴더에 있습니다.)

yellowday 2011. 8. 26. 01:46




어붕골댁 11.- 티눈 作

“불이야 불! ..불이야 불!..마을 사람들아, 불이야 불!”

지까다비 목소리가 쩡쩡 새벽을 흔들었다.
불 소동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뛰쳐나오면서 온 마을이 떠들썩했다.
후진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더러 삽작밖으로 뛰쳐나왔다가 지까다비 집을 눈치체곤 집안으로 슬슬 꼬리를 감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숫대야 물동이를 들고 마을 한샘으로 달려가고
몸 빠른 남정네들은 삽을 들고 불길로 뛰어 들었다.
정침과 곳간에서 불길은 이미 하늘로 솟았다.
곳간을 타고 오른 불길이 높은 감나무 잎사귀까지 후루룩 불이 붙었다.
불길은 바람이 없는데도 잡질 못하고 온 마을에 연기가 자욱했다.
정침 기와지붕에서 기왓장 터지는 소리가 나고 더러 사방으로 튀기도 했다.

지까다비는마을 한샘에서 길러오는 물길이 늦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육중한 기와지붕이 불길에 폭삭 내려앉아 버렸다.
아침 길눈이 훤하게 트이자 지까다비 집은 앙상한 해골만 들어나고
앞니 빠진 개오지처럼 마을 들머리가 썰렁했다.

순사부장 도노배와 지까다비가 사냥개처럼 어붕골댁을 찾고 있었다.
지까다비는 마을 사람들을 잔뜩 노려보면서 어붕골댁 행방을 물었다.
사람들은 모두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했다.

골목에 삼삼오오 둘러 선 여인들의 입에서는 무성한 예기들이 오 갔다
"와 어붕골댁을 찾아서 야단일꼬."
"금년에 마을 당제를 부정하게 지낸 거 아이가”
“ 이 사람들아 암만케도 어붕골댁이 하고 원한관계인성 싶다.”
"그라마 여붕골댁이가 불을 질렀단 말이가"

"야이 사람들아 입조심해라 어붕골댁이 한테 똥바가지 덮어쓰고 싶나"
"그러나 저러나 어붕골댁이가 어델갔을꼬"
사람들은 아직도 연기가 몽개몽개 오르고 있는 지까다비 집을 바라보며 고소한 듯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굴말댁이는 어붕골댁 빈집 삽짝 앞에 서서 근심 가득한 얼굴로 서 있고
양철네 그 암팡진 년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찌붓거리면서 귀동냥을 하고 돌아 다녔다.
이 때 사동댁 머슴 돌이가 강둑에서 마을로 숨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마을 들머리에 들어서면서 뭐라고 큰소리를 질렀다.

"머라카노 강물에 시체가 뜻다고....."
소문이 온 마을에 불티같이 번져서 골목길에 사람들의 자죽 소리기 부산했다.
발 빠른 사람들은 돌이를 따라 벌써 강둑으로 달렸다.
자살바위 쪽으로 달려갔다.

강 건너 땅꿈부락 사람들도 이상한 기미를 알아차리고 강시울에 쭉 나와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이다.
어붕골댁 마당에서는 마을 여인들의 추진 울음소리가 청솔가지 연기로 번졌다.

-끝- 티눈 김규권 作

이 단편 소설은 나의 처녀작으로 배계용 선생님의 많은 지도와
편달이 있었기에 완성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티눈 김규권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