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친구 作品

<단편소설> 어붕골댁 2.- 티눈 作

yellowday 2011. 8. 26. 01:37

어붕골댁 2. - 티눈 作

“어붕골댁이 지만하소. 내사 그넘들 또 행패 부릴까 싶어서 가슴이 두근반 서근반 하느메.”
“내사 이판사판이다.”

“어붕골댁이 시상을 너무 모재비로 사능거 아잉교? 시상 버가 가지고 덕본기 있능교?”
“머라카노? 상투 잘리고 성 팔아 먹고 이름 꺼정 갈아도 지 할 말 다 있네.”
“시상 사람들이 짜다라 그 질로 가는데 낸들 우짜겠노?”

어붕골댁이 한바탕 소란을 치른 후엔 평상에 걸터앉아 뽀글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람 부락은 야산 언덕바지에 조개 등처럼 굽은 마을이어서 귀가 밝다.

장마 비에 마을 돌담 무너지는 소리가 내 집 같이 들리고
밤이면 강 건너 땅꿈부락 개 짖는 소리까지 강물을 건너뛴다.
신작로에 세발짜리 오토바이가 뽀얗게 먼지를 털면 왜놈 고등계 형사들이고
마을 들머리 지까다비 집에 낯선 놈들이 서성거리면 누룩이나 술 추러 온 놈들이다.

사람들은 왜놈 순사보다 조선놈 지까다비가 더 무서워 오금을 펴질 못했다.
땅딸막한 놈이 국방색 당꼬바지에 빵빵한 도리웃지 모자를 쓰고
신발은 언제나 홀가분한 지까다비다.

그 놈은 언제나 동에 번뜩 서에 번뜩했다. 아이들은 그가 축지법을 쓴다고
소문이 쫙 돌아 소를 먹이는 아이들은 지까다비 전답 근처에도 가질 않았다.
어쩌다가 콩 한포기라도 소가 뜯어 먹는 날엔 귀신같이 달려와 소를 몰고 가서 온갖 애를 먹였다.
그가 뒷짐을 딱 짚고 들녘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일손을 멈추고 잰걸음에 달려와 넙주기 절을 했다.

“가내다상 금년 작황이 어떤가?”
“아이구 절반이 쭉디기라예.”
“머라카노 수리 안전답 아이가?”
“지난 가믐이 오죽했습니꺼? 봉답 말반지기는 더 쭉디기라예.”
"시끄럽다. 논두렁 콩만해도 장담이는 될끼다.”
“어르신 좀 살려주이소예.”

“그라마 니, 도지 논 내놓고 일본에 보국대 한번 가볼래?”
“어르신예, 좀 살려주이소.”
“니 아이라도 소작 할 사람 쌔 빌맀다.”
가내다상은 논두렁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저기에 가는 절마저기 누고? 어이 이시가와상 니 여게 한번 와 바라.
너거 소 뒷다리가 와 비비 꼬이드노? 소 그래 미길라꼬 배내기 달라 캤드나?
니 장리 한섬 있제? 금년 가실에 원곡꺼정 몽땅 갚아라.”
“한해만 더 봐 주이소!”
“인니라 자슥아. 니 곱장리 무서분줄 모르나?
“우짜든지 한 해만 더 봐 주이소.”   3부에 계속...yellowday 옮김